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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아름다운 마무리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문학의숲 (2008/11/15)
읽은날 : 2009/01/16


아름다운 마무리 "책을 가까이 하면서도 그 책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아무리 좋은 책일지라도 거기에 얽매이면 자신의 눈을 잃는다. 책을 많이 읽었으면서 콕 막힌 사람들이 더러 있다. 책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읽을 수 있을 때 열린 세상도 함께 읽을 수 있다. 책에 읽히지 않고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책에는 분명히 길이 있다." (p120)


법정 스님의 '길‘에는 늘 향기가 흐른다.
‘없음’의 향기, 궁핍한 없음이 아니라 있어도 비워버리는 무소유의 없음 말이다. 비울수록 채워지는 충만함의 향기는 그 근처에만 가도 온몸으로 전이되어 넘쳐난다. 독자는 가만히 책을 펼치고 흘러넘치는 향기와 어울리기만 하면 된다.


책은 스님의 일상을 잔잔히 기록한다.
자연과 벗 삼은 수행생활을 이야기 하면서 자연의 조화와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최소한의 도구만으로 생활하면서 그 속에서 얻은 단출한 미덕을 이야기한다. 지루할 것 같은 산중생활에 활기를 넣어주는 차와 책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또한 치열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여유가 되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글 속에 담겨진 스님의 진솔함이 인상 깊다.
무소유를 위해 반평생을 정진했던 스님이지만 일상에서 묻어나오는 어쩔 수 없는 사심은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다. 길가에 핀 들꽃 한 송이, 아담한 옹기 하나, 우리들이 무심코 스쳐지나갔을 소소함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스님. 하지만 이내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세상의 모든 티끌을 털어버리고 아무런 심리적 동요도 없이 용맹 정진하는, 가식과 허상으로 포장된 ‘대선사'가 아니라 끝임 없이 자신과 싸워나가는 인간으로서의 모습에 정감이 간다.


버려야지, 버리면서 살아야지 하면서도 잘 실천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
얼마전에도 인터넷으로 물건을 샀다. 생활에 꼭 필요하진 않지만 나의 흥미와 관심에 의해 소유하게 된 물건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몇 번의 저울질과 망설임 끝에 결정한 일이라지만 여기선 이마저도 날 부끄럽게 한다. 버리기는커녕 채워 넣기에 바쁘다.
빈손으로 떠나고 싶다는 스님의 말이 가슴을 적신다.


"거듭 강조하는 바이지만, 나는 요즘에 이르러 받는 일보다도 주는 일이 더 즐겁다. 이 세상에서 받기만하고 주지 못했던 그 탐욕과 인색을 훌훌 털어 내고 싶다. 한동안 내가 맡아 가지고 있던 것들을 새 주인에게 죄다 돌려 드리고 싶다.
누구든지 나와 마주치는 사람들은 내게 맡겨 놓은 것들을 내가 먼 길을 떠나기 전에 두루두루 챙겨 가기 바란다. 그래서 이 세상에 올 때처럼 빈손으로 갈 수 있도록 해 주기 바란다. 본래무일물, 이것이 출세간의 청백가풍이다." (p216)


가슴 속에서 따뜻한 봄이 움트는 걸 느낄 수 있다.
하루 이틀에 읽고 책장에 놓아버릴 책은 아니지 싶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차 안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곁에 두고 음미하고 싶다.

분류 :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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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6
등록일 :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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