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괴물 (1, 2)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2/08/08)
읽은날 : 2002/10/24


괴물 책을 구입한 뒤 읽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오히려 그 기다림의 시간이 즐겁게 다가온다. 장롱 뒤에 숨어있을 꿀단지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입 속에 침이 고이듯 '이외수'라는 이름만으로도 진한 묵향을 느끼게 된다.


신선하고 감동적인 <꿈꾸는 식물>에서의 첫만남. 그리고 <들개>, <칼>, <사부님 싸부님>, <벽오금학도>로 계속되는 치열함과 즐거움, <산목>에서의 아쉬움과 <외뿔>에서의 실망감 등 20대를 함께 했었던 외수 형님의 소설을 오랜만에 마주한다.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책을 펼치지만, 손은 자꾸만 책표지를 쓰다듬게 된다.


괴물,
서로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 스스로를 인식하며 결국에는 독립된 공간속에서 살아가는 나. '나'라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모여 '우리'라는 사회를 만들어가듯, 사회라는 말속에는 여러 가지 다양성과 변화성, 그리고 모순과 혼동을 내포하고 있으리라.
혼란스러운 나, 우리, 사회를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하는 듯 하다. 이렇다라고 말하기엔 저런 것 같고, 저런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가변적인 모습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하고 음침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존재가 우리들 자신과 우리가 구성하는 사회가 아닐까?
마치 괴물처럼...


전생에 억울한 누명으로 자신을 죽게 했던 원수를 찾아 복수하는, 아니 세상에 대한 원한을 무차별적인 살인으로 보복하는 전진철.
그리고 연쇄살인이라는 중심축을 따라 전개되는 여러 이야기들은 마치 단편영화 여러 편을 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각각의 줄거리, 독립된 영화들의 중요장면을 부분부분 잘라 하나의 영화로 엮어놓은 듯한 놀라운 편집력이 돋보이다. 초반의 산만한 듯한 이야기가 종국에 가서 점점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외수님이 자랑삼아 말씀하신 '조각보'식 구성, 최초로 시도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미 여러 다른 작가들의 글에서 볼 수 있었던 이 '짜집기' 편집은 글을 더욱 긴박하게 표현하는 느낌이다. 일부 독자들은 난해하게, 혹은 복잡하게 생각되는 부분이지만 오히려 글의 성격으로 봐선 적절한 형식인 듯 보인다.
마치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다각적인 면들, 아니 우리 인간이 갖는 계층적이고 이율배반적인 심리가 단편적인 조각구성으로 빛을 발하는 느낌이랄까...


이야기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암울하다. 아니 암울하다 못해 비참하고 지저분하기까지 하다. 더욱더 철저하게 절망적으로 몰아간다. 그러다 마지막 절정에 가서야 약간의 틈 속으로 한 가닥 빛줄기가 비춘다.
엉망진창으로 썩어문드러진 고름덩어리 같은 현실, 오래 전에 희망과 꿈은 시궁창에 빠져버렸고, 진실 역시 실종되어 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뒤뜰 담벼락에 핀 들꽃을 보며 새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외수의 소설을 약간은 알고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진행은 약간은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의 유려한 문장과 어우러진 독특한 이야기 패턴은 욕구불만에 허덕이는 현대인에게는 하나의 이상향, 탈출구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잠시나마 외수 형님이 만들어놓은 안식처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
하늘은 언제나처럼 잿빛이고, 도시는 온통 스모그로 뒤덮여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자연과 타인에 대한 조금의 배려도 없이 종횡무진 설치며 뛰어다닌다.
이젠 쉬고싶다...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푸른 산내음이 물씬 풍기는 그곳에서 땅을 살피는 노동과 그 사이 휴식의 짬을 즐기며 살고싶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의 많은 제약은 나의 발을 잡는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손놀림과 낱장의 문자를 들여다볼 수 있는 두 눈이 있기에 마음속에서나마 그 곳을 찾아간다.

분류 :
한국
조회 수 :
3433
등록일 :
2011.04.28
12:14:31 (*.43.57.253)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778&act=trackback&key=c6a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77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317 한국 인간 연습- 조정래 freeism 3378   2011-05-03 2011-05-03 02:52
인간 연습 지은이 : 조정래 출판사 : 실천문학사 (2006/06/20) 읽은날 : 2006/07/15 60년대 간첩으로 남파되었다가 친구의 밀고로 붙잡힌 윤혁은 비전향수로서 지옥 같은 독방생활을 견뎌왔지만 사회주의의 성지였던 소련의 몰락과 ...  
316 한국 백수생활백서 - 박주영 freeism 3390   2011-05-03 2011-05-03 02:54
백수생활백서 지은이 : 박주영 출판사 : 민음사 (2006/06/19) 읽은날 : 2006/08/15 바람한점 불지 않는 찜통더위, 벌거벗은 체 선풍기와 뒹굴어보지만 흐르는 땀방울은 주체할 수가 없다. 더위 먹은 잠은 오래전에 달아나버렸고, ...  
315 산문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 진시륜 freeism 3418   2011-04-28 2011-04-28 12:16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지은이 : 전시륜 출판사 : 명상 (2000/10/12) 읽은날 : 2002/11/07 평범한 듯 보이는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글, 그것만큼 진솔한 얘기가 또 있을까. 화려한 겉모습은 아닐지라도, 미흡한 ...  
314 산문 외뿔 - 이외수 freeism 3422   2011-04-27 2011-04-27 00:29
외뿔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1/04/18) 읽은날 : 2001/07/11 외수 형님께... 안녕하십니까 외수 형님. 이게 얼마만 입니까? 그 동안 몸은 건강하셨는지... 간간이 형님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파지'속을 헤엄치고 ...  
313 산문 느리게 사는 사람들 - 윤중호 freeism 3431   2011-04-30 2011-04-30 01:46
느리게 사는 사람들 지은이 : 윤중호 출판사 : 문학동네 (2000/09/01) 읽은날 : 2004/10/09 느리게... 말 그대로 세상의 흐름에서 조금은 비껴 살아가는 인생들을 그려내고 있다. 돈이라든가 명예를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이 정한 기...  
» 한국 괴물 - 이외수 freeism 3433   2011-04-28 2011-04-28 13:07
괴물 (1, 2)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2/08/08) 읽은날 : 2002/10/24 책을 구입한 뒤 읽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오히려 그 기다림의 시간이 즐겁게 다가온다. 장롱 뒤에 숨어있을 꿀단지에 대한 생각만...  
311 한국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freeism 3459   2013-12-12 2013-12-12 22:15
살인자의 기억법 지은이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 (2013/07/25) 읽은날 : 2013/12/11 "나의 이름은 김병수. 올해 일흔이 되었다." (p27)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  
310 인문 교사와 학생 사이(Teacher And Child) - 하임 G. 기너트(Haim G. Ginott) freeism 3462   2013-03-12 2020-03-15 15:17
교사와 학생 사이(Teacher And Child) 지은이 : 하임 G. 기너트(Haim G. Ginott) 옮긴이 : 신흥민 출판사 : 양철북(2003/11/15, 초판:1972) 읽은날 : 2013/03/11 나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오늘도 방황을 한다. 우리 반 A...  
309 한국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 정유정 freeism 3464   2013-06-19 2013-06-19 07:45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지은이 : 정유정 출판사 : 비룡소 (2007/06/25) 읽은날 : 2013/06/18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2007)는 <내 심장을 쏴라>(2009), <7년의 밤>(2011)를 통해 강열한 인상을 심어줬던 정유정 님의 대표작으로 그...  
308 산문 날다 타조 - 이외수 freeism 3466   2011-04-28 2011-04-28 23:48
날다 타조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리즈 앤 북 (2003/10/23) 읽은날 : 2004/04/21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하지만 이외수는 이렇게 말한다 ! “다 땔 치아라! 껍데기를 버리고 알맹이를 보라” 백수, 돈, 사랑, 자살...  
307 만화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 (Batman : The Dark Knight Returns) - 프랭크 밀러 (Frank Miller), 클라우드 잰슨... freeism 3479   2011-05-09 2011-05-09 22:19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 (Batman : The Dark Knight Returns) 지은이 : 프랭크 밀러 (Frank Miller), 클라우드 잰슨 (Kalus Janson), 린 발리 (Lynn Varley) 옮긴이 : 김지선 출판사 : 세미콜론 (2008/07/31) 읽은날 : ...  
306 한국 잠수 거미 - 한승원 freeism 3485   2011-04-30 2011-04-30 01:44
잠수 거미 지은이 : 한승원 출판사 : 문이당 (2004/04/15) 읽은날 : 2004/09/22 #1. 책에서 서울에서 장흥으로 귀향한 한승원님의 경험과 생활이 바탕에 깔린 단편집으로 농촌에서의 생활이나 가족간의 애증을 연작형식으로 풀어놓는...  
305 한국 상도 - 최인호 freeism 3487   2011-04-27 2011-04-27 00:31
상도 (1~5) 지은이 : 최인호 출판사 : 여백 (2000/11/01) 읽은날 : 2001/08/20 얼마 전 서울의 한 서점에서 최인호님의 사인회가 있었다. 인호 형님이야 그전부터 잘 알고 있던 터라 굳이 인호 형님의 초대를 마다할 이유는 ...  
304 한국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freeism 3487   2011-04-30 2011-04-30 01:19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지은이 : 최시한 출판사 : 문학과 지성 (1996/10/25) 읽은날 : 2004/05/07 학교와 학생을 중심에 놓고 써내려간 연작 소설로 문학에 관심이 많은 선재(학생)의 일기를 빌어 다섯 편으로 묶여있다. 1. 구름 ...  
303 한국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 김주영 freeism 3508   2011-05-01 2011-05-01 01:24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지은이 : 김주영 출판사 : 문이당 (1988/11/30) 읽은날 : 2005/02/03 ‘김주영’님이 전하는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현기영님의 <바다와 술잔>이 검푸른 바다색의 소년기였고, 박완서님의 <그 많...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