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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하악하악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8/03/30)
읽은날 : 2008/04/22


하악하악 이외수 님의 신작이 나왔다. ‘이외수의 생존법’이라는 부재를 달고 온 이 산문집은 제목부터가 특이하다. <하악하악>! 최근 외수님이 블로그(www.playtalk.net/oisoo)를 운영하면서 올렸던 글을 모았다고 한다.
처음엔 살까 말까 망설였다. 소설이 아닌 단편글 모음인지라 일단 그 깊이가 의심스러웠다. 외수님 특유의 미려한 문체와 그 속에 숨어있는 독설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비슷한 내용들로 채워진 근작의 산문집을 생각하자니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도, 무위자연으로 대변되는 노장사상에다 이외수님 특유의 ‘감성’을 입혀놓았다지만 너무 익숙해져버린 탓인지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못했다.
또한 독특한 판형과 고급스런 표지, 올 컬러판의 속지로 출판되는 책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물질적인 가치를 떠나 인간 본성, 즉 감성에 충실 하라는 외수님의 말과는 뭔가 거리가 있어보였다. 점점 상업화되어 간다는 느낌이 안타까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린 날, 설렘에 외수님의 책을 기다리던 마음으로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먼저 정태련님의 세밀화가 눈에 띈다.
한국의 하천에 자생하는 민물고기 세밀화로 외수님의 글을 기웃거리며 헤엄치고 있다. 사진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섬세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보인다. 지나치게 윤기 나고 넓어 보였던 속지도 생동감 넘치는 민물고기로 인해 가득 찬 느낌이다.
물고기의 이름을 찾아가며 한 장씩 넘겨 읽는 맛이 그만이다. 잉어, 붕어, 메기, 피라미, 빙어, 쏘가리 등 이름과 그 모양새를 새롭게 확인하며 자연에 대한 나의 무지를 반성해본다.


외수님의 짧은 문장 또한 흠잡을 때 없다. 유려한 문체와 핵심을 잡아 날카롭게 비유하는 글쓰기는 여전하다. 이외수님이 자주 사용하는 ‘감성’이라는 말에 걸맞게...
하지만 지나치게 단 음식은 쉽게 질리는 법일까. 단발적인 잠언 같은 느낌의 글은 날 쉽게 피곤하게 했다. 모두가 옳고 재밌는 글이지만 가슴에 와 닿지가 않는다. ‘감성’을 강조하며 ‘감성’으로 들여다보라는 말 역시 공허하게 들린다.


“때로 이외수가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책을 읽고 아무런 감동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책값이 아깝다고 투덜거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털썩입니다. 새로 구입한 천체망원경으로 곰팡이를 들여다보았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은 천체망원경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본문 59쪽)


그렇다고 곰팡이를 탓할 수도 없지 않은가. 유사한 천체망원경을 포장만 바꿔 그럴싸하게 팔아먹는 것도 그렇지만 개인적인 감정까지도 안티라는 울타리에 넣어 지나치게 몰아세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겠다.
일부 악성댓글에 대한 외수님의 불편한 심기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비외수적인 생각’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다른 작가라면 몰라도 이.외.수, 이외수 싸부님이니까 말이다.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지나치게 반질거리는 책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복잡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읽기에는 좋은 책이지 싶다. 몇마디의 선문답같은 말로 한번쯤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니 말이다.
책속에 노니는 민물고기를 보자니 벌건 매운탕에서 뛰노는 쏘가리의 얼큰한 향이 어른거린다.
싸부님, 전 아직도 배고픕니다!

분류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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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6
등록일 :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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