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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아내가 결혼했다


지은이 : 박현욱
출판사 : 문이당 (2006/03/10)
읽은날 : 2006/12/31


아내가 결혼했다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간의 라이벌전을 보는 듯 보편적 결혼관의 한 남자와 자유연예의 한 여인이 만났다. 둥근 공으로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서로의 골대를 향해 돌진하듯 펼쳐지는 과감한 슛과 태클, 한편의 축구경기를 보는 것 같다.
축구로 풀어놓는 연애와 사랑, 그리고 다부일처제!


“나는 당신을 사랑해. 그래서 당신과 결혼했어. 지금도 당신을 사랑해. 당신과 결혼을 깨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 그리고 또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해. 그래서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게 전부야.”
(본문 134쪽)


나는 사랑에 따르는 최소한의 소유욕도 거부하는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상대방의 사생활은 철저히 지켜준다는 약속으로 결혼은 했지만 술 냄새를 풍기며 새벽녘에나 귀가하는 아내를 맞이하는 심정이 어디 그리 간단하기만 하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독특하고 과장된 결혼생활이 시작된다.


“아내는 다른 남자를 만났고 그와 결혼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러면서도 나와 이혼하지 않으려 했고 결국 이혼하지 않았다. 역시 사랑한다는 이유로. 나는 이런 아내와 헤어지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놈은 남편이 버젓이 있는 여자와 결혼을 해버렸다. 그 또한 사랑한다는 이유로.
대체 사랑이 뭐길래?“
(본문 177쪽)


그리고는 사랑과 결혼, 믿음에 대한 작은 물음을 던진다. 당신이 결혼한 것은 그녀의 정신인가, 육체인가? 사랑이란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다지만 그 경계는 또 어디까지며 사랑으로 포용할 수 있는 믿음의 범위란 어디까지인가? 당연하게 믿고 받아들여온 일부일처제에 대한 ‘불온한 상상’이 펼쳐진다.
시간이 지나면 세상 만물이 변하듯 사람의 취향이나 개성이 변하게 마련이지만 왜 유독 사랑만은 그 변화를 인정하려들지 않을까. 과연 감정의 변화 없이 평생 한사람만을 사랑한다는 게 가능하긴 하단 말인가?
우리는 결혼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통해 40년 이상의 세월을 한 사람만을 사랑해야 한다지만 이는 혹시 이성이라는 학습과 사회적 규범을 통해 인간 본연의 감성을 억누르고 있는 건 아닐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감정을 과장하고 통제하면서 살아가는 건 아닐까?


책은 “모든 것이 무너져도 우리에겐 항상 축구가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여기서 축구를 사랑이란 단어로 바꿔보자. 어쩌면 작가는 “모든 것이 무너져도 우리에겐 항상 사랑가 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일부일처라는 사회적 제도건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한 환상이건 그 중심에 있어야하는 건 언제나 인간에 대한 ‘사랑’이 아닐런지.


마지막으로 책 말미에 첨부한 참고 서적이나 웹페이지를 정리한 <참고자료>가 인상 깊다. 유추과정이 명확한, 잘 정리된 논문을 보는 것 같이 작가의 고뇌 섞인 창작과정이 진실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창작의 은밀한 부분까지 다 공개할 수 있는 당당함과 자신감에 박수를 보낸다.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에 대한 ‘발칙한 딴지’에 박수를 보낸다.

분류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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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3
등록일 :
201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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