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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 가는 길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창비 (2000/10/10)
읽은날 : 2010/07/20


삼포 가는 길  황석영, 까칠한 표정만큼이나 집요한 그의 중단편은 분단과 전쟁, 이념의 대립 속에 휩쓸리는 인간 군상을 재조명함으로써 우리의 정체성과 앞으로의 길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소설이라는 지면의 간극을 넘어 처절하게 궁핍하던 시절을 돌아보며 과연 무엇이 발전했고 무엇이 나아졌는지 씁쓸한 마음으로 오늘을 되짚어본다.


 <한씨 연대기>

 한국전쟁을 관통하는 한씨(한영덕)의 일대기. 그는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다 한국전쟁을 피해 홀로 남하, 어떻게든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간첩이라는 무시무시한 혐의뿐이었다. 동업을 하던 가짜의사의 모함으로 온갖 고초를 겪은 한씨는 “교수도 의사도 피난민도 아니었고 미친 시대 위에 놓인 한갓 고깃덩이”일 뿐이었다.
 위태로운 역사 위에서 상처받은 민초들의 삶이 안타깝게 지나간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만 없었다면 평범하고 단란한 가족을 꾸미고 살았을 한씨. 그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그렇다고 누구한테 하소연할 수도 없었던 막막한 상황.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방황하는 바리의 삶을 그린 <바리데기>와 마찬가지로, 황석영이 아니면 그릴 수 없는 아픈 역사의 흔적들이 스쳐간다.

 

 <삼포 가는 길>
 정씨의 삼포 가는 길에 동행하게 된 영달과 백화. 정씨는 오랜 떠돌이 생활 끝에 고향을 찾아 나선 길이고 영달은 밥값을 때어먹고 얼떨결에 나선 길이기에 말동무나 할 겸 그와 동행한다. 그러다 주점에서 도망쳐 남쪽 고향으로 달아나던 여급, 백화를 만난다. 감천까지 가는 길에 영달에게 호감을 갖게 된 백화는 영달에게 자신의 고향에 함께 가자고 권유하지만 그는 삼포 가던 길을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개발이 진행되어 일거리가 많을 것이라는 삼포 이야기를 듣자 왠지 "마음의 정처"를 잃어버린 듯 허탈해한다. 정씨와 영달이 찾아가던 삼포는 더 이상 그들 영혼의 쉼터가 아니었다. 정씨가 그토록 찾아 헤맨 고향이 아니었다.
 산업화 속에 정처 없이 방황하는 우리의 단면을 보여준다. 돈과 물질에 모든 가치가 집중되는 현실이지만 아련하게 떠오르는 마음 속 안식처마저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삼포는 잊혀져가는 우리들의 정신적 고향인 것이다.


 <돼지꿈>

 돼지꿈이라도 꾼 것일까. 지지리도 궁상맞고 못살았던 그 때, 쥐구멍에 해라도 뜬 것 같이 반짝하는 섬광이 비친다. 물론 오래가지 못할 것은 알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찾아온 '끝빨 선' 날이 아니던가. 하지만 술과 함께 엉망으로 어질러진 좌판처럼 그 끝은 언제나 처량하기만 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위태로운 삶이 한낱 꿈처럼 명멸해간다. 인간의 그 속에서 먹이를 쪼아 먹고 사는 하루살이로 전락해버렸다.


 <섬섬옥수>

 역사성 짖은 글을 써온 황석영의 작품과는 조금 차별화된 작품 같다. 잘나가던 여대생은 파혼을 결심한 후 울적한 마음도 달랠 겸 관리실 배관공에게 관심을 흘린다. 엄청난 신분차이에서 오는 거리감과 남녀사이의 긴장감을 즐기며 미묘한 감정놀이에 빠진다. 하지만 배관공의 무관심한 듯한 모습을 통해 자신의 지난 날을 되돌아본다.
 "참으로 아늑하고 짧은 잠이었다. 그렇게 축복받은 참에 빠졌던 때가 평생 몇 번이나 있었을까. 나는 관능의 입구를 활짝 열어놓고 내가 여태껏 잘못 길들여왔던 세상의 찌꺼기를 씻어낸 것 같았다."


 황석영이 아니면 써내려가지 못했을 역사가 구수한 사투리를 타고 우리를 관통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미래를 내다보는 한줄기 희망이 숨어있음을 알게 된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처럼 내일을 위한 글쓰기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분류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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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0
등록일 :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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