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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공무도하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09/09/25)
읽은날 : 2010/02/02


공무도하  "님아 님아 내 님아, 물을 건너가지 마오.
  님아 님아 내 님아, 그예 물을 건너시니.
  아~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아~ 가신님을 어이 할꼬."


  이상은님의 공무도하가가 귓가에 맴돈다. 선선한 바람과도 같이 내 주위를 맴돌고는 이내 사라져버린다. 어쩌면 교과서에 나왔던 상고시보다 이상은님의 노랫가락을 통해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의 깊은 여운을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노래는 백수광부의 처가 불렀다는 원전을 다시 읊조린다.

 

 “公無渡河 (공무도하)
  公竟渡河 (공경도하)
  墮河而死 (타하이사)
  當奈公何 (당내공하)”


 


 김훈님은 공무도하가의 첫 소절인 공무도하(公無渡河), 사랑하는 님의 간청을 외면한 체 돌이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버린 백수광부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권의 장편을 엮어냈다. 우선 책 뒤표지에 적힌 소개 글을 보면,
 “'공무도하'는 옛 고조선 나루터에서 벌어진 익사사건이다. 봉두난발의 백수광부는 걸어서 강을 건너려다 물에 빠져 죽었고 나루터 사공의 아내 여옥이 그 미치광이의 죽음을 울면서 노래했다. 이제 옛 노래의 선율은 들리지 않고 울음만이 전해오는데, 백수광부는 강을 건너서 어디로 가려던 것이었을까. 백수광부의 사체는 하류로 떠내려갔고, 그의 혼백은 기어이 강을 건너갔을 테지만, 나의 글은 강의 저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강의 이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공무도하>는 그의 말처럼 강으로 띄어든 백수광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강가에 남겨진 처, 여옥의 이야기인 샘이다. 사랑하는 임을 이유도 모른 체 떠나보내고 강가에 홀로 남겨진 막막함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애처로움인지도 모르겠다. 거친 세상 속에서 우연히 눈을 떴을 때, 내가 왜 여기 있고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했던 적은 없었던가? 늘 사람들에 둘러쌓여 있었지만 결국에는 혼자이지 않았던가? 세상에서 떨어져나가기 싫어 어떻게든 버티려는 우리들을 보는 것 같다. 제발 날 버리지 말라는, 혼자 남겨두고 떠나지 말라는 절규가 세상의 막다른 골목에서 울려 펴진다.
 "문정수는 뱀섬을 부수는 폭격기와 기르던 개에 물려 죽은 소년과 아들의 죽음을 버리는 그 어머니 오금자에 관하여 말했다. 그리고 소방청장 표창을 받은 소방관 박옥출의 업무상 배임과 절도, 해망 매립지의 장어와 민들레, 방조제 도로의 교통사고, 세습농부 방천석의 잠적에 관하여 문정수는 말했다." (p218)

 

 그곳에는 삶에 대한 애착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했다. 미군의 폭격장으로 쓰였던 뱀섬에 화약 냄새가 사라지자 이네 방조재가 들어섰고, 대규모 간척사업이 진행되면서 바다와 펄을 기반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갔다. 메마른 땅에는 레저산업과 휴양시설이 들어섰고 철새들이 사라졌다.
 "갯벌이 마르고 민들레와 쑥부쟁이가 마른 펄에 퍼지자, 도요새의 다른 무리도 해망을 무착륙 통과했다. 방조제 도로가 끝나는 남쪽 끝 해안에 매립을 모면한 소택지가 펼쳐져 있는데, 무리를 이탈한 도요새 두 마리가 늪가에서 며칠을 서성거리다가 사라졌다. 보았다는 사람들은 두어 마리라고도 했고 서너 마리라고도 했다." (p226)


 죽음이나 사랑, 돈, 명예,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흐르는 강이 아닐까. 이 모든 생멸의 갈림길에서 우리사회의 이면을 절실하게 파해진다. 이쪽과 저쪽 모두 자신의 명분과 실리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와중에 우리가 믿어오고 신뢰했던 것들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된다. “우리의 모습이, 이 세상이 그런 것이었구나.”하는 한숨이 밀려온다.
 떠난 자는 말이 없으니 말없이 떠난 자를 이용해 현실을 틀어막았다. 이런 모순과 아이러니 속에 세상을 버리지 말라고, 도망가지 말라고 소리친다, 애증 섞인 김훈님의 목소리가 '공무도하'속에 절절하다.
 삶에 대한 끈질긴 애착이 이상은 님의 공무도하가처럼 잔잔히 흐른다...

분류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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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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