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느리게 사는 사람들


지은이 : 윤중호
출판사 : 문학동네 (2000/09/01)
읽은날 : 2004/10/09


느리게 사는 사람

들 느리게...
말 그대로 세상의 흐름에서 조금은 비껴 살아가는 인생들을 그려내고 있다. 돈이라든가 명예를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살아간다. 그래서 세상에 무심하고 굼뜬 듯 보이지만 그들의 일에서는 진지한 정렬을 바치는 사람들, 외적인 보상보다는 자신의 마음속 가치에 따라 ‘느리게’ 거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장은 글을 쓰거나, 잡지사 일을 하면서 만난 문학계 사람들에 대해 얘기한다. 천상병, 신경림, 윤구병님 등 이름만으로도 알만한 사람들의 만남과 일탈들이 에피소드형식으로 엮어진다. 또한 사투리를 빌려 쓴 편안하고 구수한 글은 느리게 사는 인생의 단출함과 순수함에 힘을 실어준다. 마치 술자리에서 만나 한두 잔의 술잔을 나누며 듣는 이야기처럼 격식이 없다.
하지만 지나친 사투리의 사용과 함축적인 대화로 인해 글의 깊이와 집중력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사투리 섞인 번잡한 표현들이 글 읽기를 방해하고, 깊은 친분관계에서나 알 수 있는 그들만의 대화도 약간은 어리둥절하다.
또한 ‘술꾼에다 이런저런 잡글을 남발하는 부끄러운 글쟁이지만 더러운 세상에 비해 조금은 순수한 사람이다.’라는 공식도 눈에 들어온다. 끼리끼리 모이는 느린 사람들, 주류에서 벗어난 비주류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그 유사한 흐름에 약간은 지루하게 다가온다.


오히려 후반부에 소개한 문학 이외의 사람들이 더 신선하게 느껴진다. 기사를 쓴다거나하는 일을 통해 일회적으로 만난,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중호님의 ‘문인파’ 보다는 객관적이고 다양하게 접근한 듯 보인다.
하지만 전반부(문학관련)의 비중과 깊이에 비해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약간의 전문적이거나 특이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문인에게 쏠려버린 커다란 비중 때문인지 ‘그랜저를 사면 끼워준다는 티코’의 우스개 소리처럼 얕아 보인다.


오늘날처럼 번듯한 모양새에 화려한 명함이 있어야 인정받는 ‘초고속’ 사회에서 ‘느림’이라는 화두가 자주 책의 소재로 사용된다. 밀란 쿤데라의 <느림>을 비롯해서 <내 영혼의 닭고기 스프> 같은 잠언서 역시 이런 내용을 저변에 깔고 있다. 약간의 상업적인 측면도 있다지만 그만큼 현대인들이 돈과 명예만을 쫓아 너무 빠르게만 살아간다는 반증이 아닐까...


나의 삶도 느리게 가꾸고 싶다. 속도를 제어하고는 브레이크 장치를 몇 개 가꾸고 싶다. 책이나 여행도 괜찮고 친구나 연인도 좋겠다. 물론 약간의 음주도 환영이다. 그래서 속도보다는 과정에 충실하면서 여유롭게 살고 싶다...


PS :
이 글을 쓰면서 윤중호님이 지난달(2004년 9월) 별세했다는 기사를 봤다.
텁수룩한 수염만큼이나 털털한 느낌이었는데... 젊은 나이라 더욱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분류 :
산문
조회 수 :
3655
등록일 :
2011.04.30
01:46:22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850&act=trackback&key=c47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85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83 산문 가슴으로 크는 아이들 - 이경수 freeism 3292   2013-01-17 2013-05-10 20:38
가슴으로 크는 아이들 지은이 : 이경수 출판사 : 푸르메 (2006/07/19) 읽은날 : 2013/01/10 교단일기를 쓴 기억이 난다. 매일 매일 적지는 못했지만 이삼일에 한 번씩은 적으려했었다. 특성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  
82 산문 아름다움도 자란다 - 고도원 freeism 3472   2011-04-27 2011-04-27 23:53
아름다움도 자란다 엮은이 : 고도원 출판사 : 청아출판사 (2002/03/07) 읽은날 : 2002/05/31 고도원님이 읽은 책들 중에서 좋은 글들만을 모아놓은 책이다. 요즘 유행하는 일종의 잠언집, 명상집이라 보면 될 듯싶다. 내가 한때...  
81 산문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 진시륜 freeism 3606   2011-04-28 2011-04-28 12:16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지은이 : 전시륜 출판사 : 명상 (2000/10/12) 읽은날 : 2002/11/07 평범한 듯 보이는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글, 그것만큼 진솔한 얘기가 또 있을까. 화려한 겉모습은 아닐지라도, 미흡한 ...  
» 산문 느리게 사는 사람들 - 윤중호 freeism 3655   2011-04-30 2011-04-30 01:46
느리게 사는 사람들 지은이 : 윤중호 출판사 : 문학동네 (2000/09/01) 읽은날 : 2004/10/09 느리게... 말 그대로 세상의 흐름에서 조금은 비껴 살아가는 인생들을 그려내고 있다. 돈이라든가 명예를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이 정한 기...  
79 산문 외뿔 - 이외수 freeism 3662   2011-04-27 2011-04-27 00:29
외뿔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1/04/18) 읽은날 : 2001/07/11 외수 형님께... 안녕하십니까 외수 형님. 이게 얼마만 입니까? 그 동안 몸은 건강하셨는지... 간간이 형님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파지'속을 헤엄치고 ...  
78 산문 날다 타조 - 이외수 freeism 3675   2011-04-28 2011-04-28 23:48
날다 타조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리즈 앤 북 (2003/10/23) 읽은날 : 2004/04/21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하지만 이외수는 이렇게 말한다 ! “다 땔 치아라! 껍데기를 버리고 알맹이를 보라” 백수, 돈, 사랑, 자살...  
77 산문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 이외수 freeism 3708   2011-04-28 2011-04-28 13:00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3/07/01) 읽은날 : 2003/11/19 올 초부터 지루하게 읽어오던 박경리님의 토지(土地), 그 무게에 눌려 다른 책을 볼 엄두를 못 내다 잠깐 짬을 내어 인근 '...  
76 산문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 - 장정일 외 freeism 3721   2011-04-28 2011-04-28 12:06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 지은이 : 장정일 외 출판사 : 행복한책읽기 (2001/11/23) 읽은날 : 2002/07/15 장정일. 아니나다를까 제일먼저 떠오르는 건 '거짓말 사건'이다. 그 사건이 한창 불거져 나올 무렵 책방에서 일하던 한 친...  
75 산문 지리산 편지 - 정도상 freeism 3765   2011-04-27 2011-04-27 00:35
지리산 편지 지은이 : 정도상 출판사 : 미래 M&B (2001/08/06) 읽은날 : 2001/10/10 지리산... 얼마나 반가운 이름인가... 비록 태어나지는 않았으되 묻힐 때는 그 뼛가루라도 뿌려두고 싶은 산, 내 마음 속 고향집 같은 산...  
74 산문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Tuesdays with Morrie) - 미치 앨봄 (Mitch Albom) freeism 3769   2011-04-28 2011-04-28 12:04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Tuesdays with Morrie) 지은이 : 미치 앨봄 (Mitch Albom) 옮긴이 : 공경희 출판사 : 세종서적 (1998/06/10, 7200원) 읽은날 : 2002/07/09 왠지 모르게 교화적인 분위기일거라는 생각에 책을 앞에 놓고 ...  
73 산문 오두막 편지 - 법정 freeism 3773   2011-04-18 2011-04-18 23:40
오두막 편지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이레 (1999/12/10) 읽은날 : 2000/01/02 작년, 그러니까 20세기 마지막 날. 나는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속에 있었다. 거기서 펼쳐든 책이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다. 부산...  
72 산문 인생 - 김용택 freeism 3793   2011-04-25 2011-04-25 10:11
인생 지은이 : 김용택 출판사 : 이레 (2000/12/20) 읽은날 : 2001/06/19 잔잔하고 수줍은 듯 내게 다가오는 용택이 아저씨의 글, '인생'... 이전의 산문들이 이웃과 사람 중심이라면 여기서는 작가 자신 속에서 투영된 주변의...  
71 산문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 - 도종환 freeism 3832   2011-04-28 2011-04-28 12:12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 지은이 : 도종환 출판사 : 사계절출판사 (2000/11/20) 읽은날 : 2002/10/15 오늘은 '이종환의 디스크 쇼'가 아닌 '도종환의 교육 이야기'를 듣는다. '이종환'이라는 DJ와 동명이라는 것 때문인...  
70 산문 예술가로 산다는 것 - 박영택 freeism 3834   2011-04-27 2011-04-27 23:44
예술가로 산다는 것 지은이 : 박영택, 김홍희(사진) 출판사 : 마음산책 (2001/10/05) 읽은날 : 2002/02/15 예술... 술 중에서는 가장 독한 술이다. 영혼까지 취하게 한다. 예술가들이 숙명처럼 마셔야 하는 술이다. 모든 예술 작품...  
69 산문 무소유 - 법정 freeism 3843   2011-04-27 2011-04-27 00:33
무소유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범우사 (1976/04/15) 읽은날 : 2001/08/30 우리는 슬퍼해야 합니다. 이런 엿같은 세상에 살아간다는 것을... 우리는 기뻐해야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한 권의 책이 있다는 것을... 너무 많은 욕...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