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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1984(Nineteen eighty-Four)


지은이 : 조지 오웰(George Orwell)
옮긴이 : 정희성
출판사 : 민음사(2003/06/16, 초판:1949)
읽은날 : 2011/06/24


1984 (Nineteen eighty-Four)

  1984년 여름, 나는 부산시민회관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있었다. 엄마는 방금 시작된 LA올림픽 개막식을 같이 보자고 했지만 초등학생이던 나에게는 몇 시간씩 계속되는 개막식보다는 김청기 감독의 여름방학 특선만화영화가 더 구미에 맞았다. 아무튼 무더운 도심의 거리에는 버스와 택시, 그리고 막 붐을 타기 시작한 자가용들이 넘쳐나고 있었고 냉방이 안 되는 버스 안에서는 멀리 이국땅에서 벌어지는 올림픽이 중계되고 있었다...
  덜컹거리는 버스에서의 기억은 뿌연 차창을 내다보는 것처럼 희미해져버렸지만 그렇다고 1984년의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단지 개개인의 기억 속이나 도서관의 책장, 영화의 장면 속에서 숨어들어 훗날을 회고할 뿐이다. 다양한 매체로 부활해 현실을 기록했던 것이다.


  하지만 조지 오웰의 <1984>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과거의 기록은 부정되거나 현재를 위한 도구로 재구성 되었다. 현재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과거의 기록을 조작하고 조작된 기록은 곧 현실로 받아들여졌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전쟁은 주민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되었고 '텔레스크린'을 통해 개인의 감정까지도 수시로 감시했다. 특히 '이중사고'를 통해 개인의 생각까지도 통제하고 있었다.
  "'이중사고'는 '영사'(영국사회주의)의 핵심이다.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그 거짓말을 진실로 믿고, 불필요해진 사실은 잊어버렸다가 그것이 다시 필요해졌을 때 망각 속에서 다시 끄집어내며, 객관적인 현실을 부정하는 한편으로 언제나 부정해 버린 현실을 고려하는 등의 일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중사고'란 말을 사용할 때도 '이중사고'를 해야 한다." (p298)


  작가가 소설을 발표한 시기가 1949이었으니 대략 삼사십년 정도의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당시의 상황으로 봤을 때도 놀라운 해안인 것 같다. 오웰이 살았던 당시(1930, 40년대)가 산업화의 결과로 물질적은 풍요는 이뤄냈지만 빈부격차나 대량실업, 사회주의의 등장 등 대단히 혼란스럽고 격변하는 시기였다.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간의 극한 대립상황 속에서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는 지성인의 방황이었을까. 당시의 사회 분위기에 대해 걱정스러운 시선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어쩌면 그는 허울만 좋은 '주의'나 '이즘'의 맹점을 정확히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자본주의는 물질만능주의와 부의 양극화를 초래했고 사회주의 역시 만인의 평등을 내세워 특정 집단의 이익만 챙겼다. 이념이야 어떻든 지배 계급은 결국 다수의 민중(노동자)을 지배하면서 세력 확장에만 열을 올렸다.
  작가는 시간이 흐르고 사상이 바뀌어도, 여전히 혼란스럽고 궁핍한 현실을 생각하면서 <동물농장>과 <1984>를 쓰지 않았을까. 눈앞에 펼쳐진 갑갑한 현실은 벗어나고 싶었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외부적인 요건보다는 인간의 내부적인 노력에 의해서 유토피아를 찾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몇 세대가 지난 책이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조지 오웰의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책의 주인공 윈스턴은 거대한 사회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사소한 기호부터 정치적 신념은 물론 이성에 대한 사랑까지도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회로부터 강요된 순종은 자신을 변화시켰고 나아가 바뀌어버린 자신마저도 인지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결국 '개인'은 사라지고 사회와 하나가 되었다.
  거창한 사상이나 이념 논쟁은 수면 아래로 사그라졌지만 구성원들을 끊임없이 구속하고 조정하려는 '사회'와 이에 대항하는 인간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가족의 생존과 개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시위는 끝이 없지만 이에 대처하는 정부와 기업은 태평스럽기만 하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도 이네 잊어버리고 만다. 어쩌면 우리의 대부분은 이미 여유와 편리, 돈과 명예라는 미끼를 통해 사회의 부속품으로 전락해버렸는지 모르겠다.
  1949년에서 1984년, 2011년에 이르는 반세기의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 속에 숨어있는 '전체주의'의 어두운 일면은 여전한 것 같다.

분류 :
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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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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