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지은이 : 김주영
출판사 : 문이당 (1988/11/30)
읽은날 : 2005/02/03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김주영’님이 전하는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현기영님의 <바다와 술잔>이 검푸른 바다색의 소년기였고, 박완서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농촌에서 도시로 이어진 샛노란 색 소녀기였다면 이번에 읽는 김주영님의 유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아직 김주영님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기에 쉬 점칠 수는 없지만 책표지를 장식하는 ‘느낌표’라는 붉은 스티커로 봐선 ‘과거’가 지니는 공공의 정서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소설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거울 위의 여행>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신기하리마치 잘 쫓아하던 ‘거울’과의 첫 만남처럼 김주영님의 글에 반사된 어린 날의 일화들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특히 고집스런 울보면서도 든든한 놀이상대가 되곤 했던 동생의 모습이라든가 날품팔이 현장에서 맞닥뜨린 어머니와의 씁쓸한 대면이 인상 깊다. 남의 집 아들을 더 많이 업어야했던 어머니의 눈물 훔치던 모습이 그 시절(50년대)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땟국>에 등장하는 자물쇠 채워진 다락방은 아이들에겐 그저 금기시되어온 미지의 세계였지만 어머니 몰래 올라간 다락방에는 조금씩 모아둔 곡식 항아리가 전부였다. 어쨌든 그 항아리의 존재 덕분에 가난했지만 왠지 모를 자부심으로 포만해했던 유년기를 회상한다.
마치 나의 기억 속으로 돌아가 우리 집 다락방을 오르는 것 같았다. 아마 그 때 발견한 것은 조그맣게 만들어진 수많은 산타클로스 모형이었는데 그것이 왜 우리 다락방에 있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아무튼 그 새로운 장난감과 주변의 여러 가전집기를 들척이면서 느꼈던 신기함으로 순간이나마 소설속의 주인공이 된 듯 했다.


<괘종시계>에서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시계포 주인 최씨와 이에 상극처럼 우격다짐으로 맞서는 삼손(장석도)을 통해 표현된다. 화가 난 삼손이 시계포로 들어가 괘종시계를 박살내 버렸던 것처럼 유년의 시간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새로운 시간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듯한 허전함도 든다.
문득 마루 중앙을 위치했던 괘종시계에 무슨 큰 규칙이라도 있는 양 매일같이 밥(태엽)을 주던 기억이 난다. 그 부옇게 빛바랜 괘종소리는 지금 어디로 사라졌을까...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에선 5,60년대를 휘감은 ‘빨갱이’라는 색깔론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삼손과 어머니가 경찰서로 끌려가게 되고 결국 삼손은 삶을 터전이 되어왔던, 반편이라 놀리던 이웃을 뒤로하고 마을을 떠난다.
“그러나 정작 그가 떠나가 버리고 나자, 그 떠나간 자리의 공허는 너무나 크게 남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두 번 다시는 마을로 돌아오지 않을 사람이란 심증을 굳히고부터 그가 비우고 가버린 공간의 허탈은 더욱 컸다.”
마치 이문열님의 <아가>에서 언제나 성가신 애물단지지만 막상 없으면 허전한 당편이처럼 우리 유년시절의 한 귀퉁이를 채우고 있는 사람, 마치 쉬 꺾여버릴 것 같은 갈대 같은 사람들을 연상하게 된다. 과연 우리가 그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단순히 가십거리로만 무시했었던 건 아닌지...


교과서에 등장하는 소설처럼 조금은 정형화된 결말이었지만 김주영님의 글을 통해 오늘 하루를 먼지 낀 옛 사진을 정리하는 듯한 아련함에 젖을 수 있었다.
마당 한 편에서 아이스크림을 움켜진 체 어색하게 웃던 옛 사진속의 장면이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해진 느낌이다.

분류 :
한국
조회 수 :
3526
등록일 :
2011.05.01
01:24:31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899&act=trackback&key=910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89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302 산문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 이외수 freeism 3538   2011-04-28 2011-04-28 13:00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3/07/01) 읽은날 : 2003/11/19 올 초부터 지루하게 읽어오던 박경리님의 토지(土地), 그 무게에 눌려 다른 책을 볼 엄두를 못 내다 잠깐 짬을 내어 인근 '...  
301 산문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 - 장정일 외 freeism 3539   2011-04-28 2011-04-28 12:06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 지은이 : 장정일 외 출판사 : 행복한책읽기 (2001/11/23) 읽은날 : 2002/07/15 장정일. 아니나다를까 제일먼저 떠오르는 건 '거짓말 사건'이다. 그 사건이 한창 불거져 나올 무렵 책방에서 일하던 한 친...  
300 한국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 윤대녕 freeism 3553   2011-05-03 2011-05-03 02:46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지은이 : 윤대녕 출판사 : 생각의 나무 (2005/09/10) 읽은날 : 2005/11/23 불 꺼진 방, 커튼이 드리워진 베란다에 “육중하고 커다란 물체”가 으르렁거린다. 커튼을 젖히자 “푸른 인광을 발하는 두개의...  
299 산문 지리산 편지 - 정도상 freeism 3560   2011-04-27 2011-04-27 00:35
지리산 편지 지은이 : 정도상 출판사 : 미래 M&B (2001/08/06) 읽은날 : 2001/10/10 지리산... 얼마나 반가운 이름인가... 비록 태어나지는 않았으되 묻힐 때는 그 뼛가루라도 뿌려두고 싶은 산, 내 마음 속 고향집 같은 산...  
298 산문 오두막 편지 - 법정 freeism 3569   2011-04-18 2011-04-18 23:40
오두막 편지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이레 (1999/12/10) 읽은날 : 2000/01/02 작년, 그러니까 20세기 마지막 날. 나는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속에 있었다. 거기서 펼쳐든 책이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다. 부산...  
297 산문 인생 - 김용택 freeism 3570   2011-04-25 2011-04-25 10:11
인생 지은이 : 김용택 출판사 : 이레 (2000/12/20) 읽은날 : 2001/06/19 잔잔하고 수줍은 듯 내게 다가오는 용택이 아저씨의 글, '인생'... 이전의 산문들이 이웃과 사람 중심이라면 여기서는 작가 자신 속에서 투영된 주변의...  
296 산문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Tuesdays with Morrie) - 미치 앨봄 (Mitch Albom) freeism 3576   2011-04-28 2011-04-28 12:04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Tuesdays with Morrie) 지은이 : 미치 앨봄 (Mitch Albom) 옮긴이 : 공경희 출판사 : 세종서적 (1998/06/10, 7200원) 읽은날 : 2002/07/09 왠지 모르게 교화적인 분위기일거라는 생각에 책을 앞에 놓고 ...  
295 한국 누구나 홀로 선 나무 - 조정래 freeism 3604   2011-05-03 2011-05-03 02:56
누구나 홀로 선 나무 지은이 : 조정래 출판사 : 문학동네 (2002/12/30) 읽은날 : 2006/10/18 '민족작가, 조정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이어지는 작품에서 보여준 우리 역사의 이면과 진실만 놓고 보더라고 지나친 수식...  
294 한국 유진과 유진 - 이금이 freeism 3604   2011-05-04 2011-05-04 00:50
유진과 유진 지은이 : 이금이 출판사 : 푸른책들 (2004/07/10) 읽은날 : 2007/02/05 이 책은 이유진이라는 동명을 가진 중학생 소녀의 성폭력에 대한 기억을 다룬다. 잊고 싶거나 혹은 잊은 줄 알았던 아픈 기억들 앞에 놓여진...  
293 한국 현의 노래 - 김훈 freeism 3621   2011-04-28 2011-04-28 23:50
현의 노래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생각의 나무 (2004/02/10) 읽은날 : 2004/04/27 <칼의 노래>의 문학적, 대중적 성공 이후 대박 영화의 성급한 속편들처럼 얄팍한 상술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있었기에 읽기를 망설였었다. 하지...  
292 한국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freeism 3624   2011-05-03 2011-05-03 14:38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지은이 : 공지영 출판사 : 푸른숲 (2005/04/18) 읽은날 : 2006/11/01 최근에 개봉하여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기 전에 동명의 원작소설을 먼저 읽었다. 한 사형수의 불행하고...  
291 산문 무소유 - 법정 freeism 3631   2011-04-27 2011-04-27 00:33
무소유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범우사 (1976/04/15) 읽은날 : 2001/08/30 우리는 슬퍼해야 합니다. 이런 엿같은 세상에 살아간다는 것을... 우리는 기뻐해야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한 권의 책이 있다는 것을... 너무 많은 욕...  
290 산문 예술가로 산다는 것 - 박영택 freeism 3631   2011-04-27 2011-04-27 23:44
예술가로 산다는 것 지은이 : 박영택, 김홍희(사진) 출판사 : 마음산책 (2001/10/05) 읽은날 : 2002/02/15 예술... 술 중에서는 가장 독한 술이다. 영혼까지 취하게 한다. 예술가들이 숙명처럼 마셔야 하는 술이다. 모든 예술 작품...  
289 한국 광장 - 최인훈 freeism 3640   2011-05-03 2011-05-03 02:30
광장 (발간 40주년 기념 한정본) 지은이 : 최인훈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2001/04/10, 초판:1961/03) 읽은날 : 2005/05/12 60년대의 글쓰기가 이러했던가?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  
288 한국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박민규 freeism 3640   2011-05-04 2011-05-04 00:55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지은이 : 박민규 출판사 : 한겨레출판 (2003/08/12) 읽은날 : 2007/03/31 프로야구 원년 팀으로 만년 꼴찌로 기억되던 삼미슈퍼스타즈가 부활했다. 아련한 향수 속에서 묻혀가던 그들의 전설은 20...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