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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내 젊은 날의 숲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10/11/02)
읽은날 : 2011/09/27


내 젊은 날의 숲  

  소설이라기 보다는 숲을 중심으로 써내려간 산문집 같았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아침 수목원처럼 무겁고 눅눅했다. 솔가지에 매달린 이슬방울처럼 섬세하고 위태로웠다.


  '나'는 민통선 내에 위치한 국립 수목원의 전속 세밀화가로 채용되었고 이혼한 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안실장 밑에서 나무와 꽃을 그렸다. 내가 강원도로 거처를 옮기자 홀로 계신 엄마에게선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는 뇌물죄로 교도소에 있었지만 엄마는 아버지의 그런 부재를 오히려 반기는 듯 했다.


  '존내논', 할아버지가 키웠다는 말의 우스운 이름이 이야기를 흐리는 것 같다. 커다란 생식기를 내밀었을 때 붙여진 이름은 존레논의 부드러운 음성과 겹치며 희극화 된다. 비틀즈의 <노르웨이 숲>이 연상되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소설, <노르웨이 숲>(상실의 시대)도 덩달아 떠오른다.

  아마도 작가는 이 노래의 서정성을 염두에 넣고 글을 쓴 것 같다. 하지만 그 푸른 여운은 '존내논'의 일화를 만나면서 산산이 부서져버린 느낌이다. 상황을 무시한 지나친 위트가 글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고나 할까...


  '나'는 수목원에 있는 동안 한국전쟁 때의 유해발굴사업에 동참하게 된다. 거기서 뼈 그림을 그리며 김중위를 알게 된다. 군인 같아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현실에 동화되지 못한체 기름처럼 떠다니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버지는 가석방 되었고 나는 안실장 아들(신우)의 미술지도를 맡게 된다.

  자폐증을 앓고 있던 신우처럼 서로 단절된 듯 이질적이다. 그 모순된 상황 속에서 이리저리 부유하는 인간상들이 이야기의 근간을 이룬다. 마치 아침 안개 속의 수목원을 걷는 느낌이랄까. 옷깃 사이로 느껴지는 이슬방울의 감촉이 신선하면서도 낯설었다. 베일 속에 가려진 듯 보일 듯 말듯 한 분위기,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그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미묘한 소설이다.


  숲에 가려진 인생 같다고나 할까. 알 수 없는 오늘과 내일, 그리고 과거 속의 메아리가 공허하게 울려 퍼진다. <내 젊은 날의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느낌...

  나를 둘러싼 알 수 없는 미래와 모호한 현실이 적막하게 와 닿는다. 작가는 어쩌면 독자의 이런 혼란을 유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젊음은 어땠는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막막한 안개 속에서 나를 찾게 되는 시간이다.

 

분류 :
한국
조회 수 :
5206
등록일 :
2011.09.28
11:43:04 (*.43.57.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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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ism

2011.09.28
11:59:14
(*.43.57.253)

제가 느낀 답답함을 시원하게 긁어준 글이 있네요. 참고하세요.
'모든사이' 님의 서평 : http://blog.aladin.co.kr/myforties/4497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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