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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종교란 무엇인가

지은이 : 오강남
출판사 : 김영사 (2012/09/21)
읽은날 : 2012/12/03


종교란 무엇인가

   집중력은 책장을 넘길수록 흐려졌다. 소설 중심의 책읽기에서 벗어나 조금 심각해지고 싶다는 막연한 치기에서 선택한 종교이야기는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흥미가 반감되었다. 그렇다고 책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 오강남 님의 종교관은 그동안 내가 생각하고 지지해온 생각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었다.
   하지만 ''나를 비워라'는 말로 귀결되는 종교의 이상을 이해하자 페이지를 가득 메운 문구는 더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예수와 석가, 사랑과 자비의 의미를 이해했으니 무엇을 더 얻겠다고 책을 읽는다는 말인가... "뭐 이런 자식이 있어!“ 라며 어처구니없어 하거나 건방지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 그런 것을 어쩌란 말인가.


   서른 즈음에 기독교를 홍보하고 전도하는 한 대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예수님의 사랑을 역설하며, 자신과 같이 예수를 믿어 천국행 열차에 오르자고 강권했다. 보통 때 같으면 무시하고 지나쳤겠지만 여유시간도 있는데다 그의 천국론에 대한 내 생각도 말해주고 싶어 조금 긴 시간을 이야기 했었다.
   예수는 유일신이며 다른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예수나 부처와 같은 성인은 결국 하나의 존재가 아니었을까하고 되물었다. 생활했던 환경이나 외적인 모습, 혹은 사랑이나 자비라는 표현방법이 달라서 그렇지 인간에 대한 존중으로 시작되는 원류는 모두 같을 거라고 말해준 것 같다. 마치 하나의 나무줄기에서 뻗어나가는 나뭇가지처럼 말이다.
   그리고 예수를 믿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는 그의 주장에 예수가 그렇게 옹졸한 분이 아님을 역설했고 자신의 길에서 바르게 살아간다면 굳이 예수님의 ‘빽’이 아니더라도 천국, 아니 그에 해당하는 안식을 얻을 거라고 답해줬다. 그는 예수님과 교회를 통해서만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고 역설했지만 나는 예수님과 교회를 통하지 않고도 충분히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였지만 그와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통해 나의 생각에 더 많은 확인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의 설득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면서 특정 종교가 내세우는 교리를 넘어, 그 이상의 사랑과 자비를 정리해볼 수 있었다.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성인에 대한, 종교에 대한 나의 믿음은 이렇게, 여전했다.


   <종교란 무엇인가>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다. 비교종교학계의 석학인 오강님 님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만 집착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달 자체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사랑이나 자비를 통해 나를 비워나가라고 말한다. 성인의 말씀과 행동의 본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자신을 둘러싼 욕망이나 아집, 이기심을 벗어 던지게 되면 자연히 자신이 비워지게 된다는 것. 도가에서 말한 '무위자연'의 상태가 진정한 종교인의 길이라 조언했다.
   특히 헌금, 전도, 기도에 임하는 신앙인의 올바른 자세를 이야기하며 기독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종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조심스럽게 제시하며 책을 마무리 한다.


   상황이 이러니 나의 집중력이 흐려지지 않고 배기겠는가. 나는 이미 예수를 알고 석가를 안다. 그분들의 사랑을 믿으며 자비를 존경한다. 그러니 정작 중요한 것은 그분이 행한 사랑과 자비를 내 삶에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있지 않을까 싶다. 머리로만 알고 있는 예수와 석가가 아니라, 입으로만 알고 있는 사랑과 자비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싶다. 이를 과정을 통해 나를 비우고 삶의 순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내가 바로 예수이자 석가인 것이다.

분류 :
인문
조회 수 :
4152
등록일 :
201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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