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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어느 날 사랑이


지은이 : 조영남
출판사 : 한길사 (2007/09/30)
읽은날 : 2009/09


어느 날 사랑이 언제부턴가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면서 작은 소일거리를 만들었다. 이 작은 일이란 다름 아닌 책읽기. 옛날에는 담배를 한 대 피우거나 아니면 손톱을 정리하면서 멍청하게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몇 달 전부터 책을 한 권 비치해두고 틈틈이 읽고 있다. 화장실로 처음 책을 집고 들어갔을 때는 이 책을 다 볼 수는 있을까, 읽은 내용들이 기억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몇 번을 읽다보니 거의 습관적으로 책을 찾게 되었다.


이렇게 한 달 가까이 용을 쓰며 읽은 책이 조영남의 <어느 날 사랑이>이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푼수 끼가 다분한 말투와 어눌한 행동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이 워낙 강하게 남아있는 터라 그의 책을 고르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가수이자 MC 라는 것 외에 별로 아는 것이 없었지만 책 소개를 통해 본 그의 이력은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서울대 음대를 중퇴했지만 대중가수로 성공했고, 최고의 여배우와 결혼을 했지만 결국 이혼을 했다. 화개장터와 <체험, 삶의 현장>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지만 일본 관련 발언 때문에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고 그림을 그리며 화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다는 것. 대충의 이력을 보니 내가 갖고 있던 그에 대한 ‘어눌한’ 인식이 많이 흔들거렸다.
“거칠게도 살아왔군. 그래, 뭔가 있을 거야. 최고에서 최악으로, 삶의 깊은 골짜기를 경험해본 사람이니만큼 할 말도 많을 거야. 거기다 사랑 이야기잖아.”
누구나가 동경할만한 화려한 사랑을 했을 법 보이지만 그 속에는 또다른 무엇인가가 숨어있을 것 같은 기대, 그 기대에 책을 구입했다.


책이라는 공간을 뛰어넘어 어느 대폿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소주를 한잔 걸치며 듣는 조영남 식 Live랄까. 그의 진솔한 사랑 이야기가 대폿집에 가득찬다.
문득 현재형의 일들을 꾸밈없이 적어 내려가는 모습에서 뒷수습을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자세히 까발려놓나 하는 걱정도 앞선다. 상대방이 듣기에 불편해할 수 있는 사생활은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인 ‘사랑’에 대해서도 조영남 식으로 해석해서 공개해 버리는 것은 아닌지 의아했다. 물론 자신의 경솔함과 잘못부터 밝히며 과거를 되돌아보고 반성해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입장일 뿐 상대방의 뜻은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거침없는 표현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으리라. 적당히 눈치를 보며 살았다면 그의 인생을 물들인 검고 붉은 잉크자국은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이런 상처자국을 통해 더 단단해지고 더 깊어졌던 것 같다.
그는 누구를 만나든 그 상대방에게 충실했으며 자신을 둘려 싼 화려한 가면은 벗어던지고 진솔하게 상대방을 맞았다. 쿨하게 사랑을 시작했고 쿨하게 끝맺었다. 아니 집착 없이 놓아버린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그렇게 얽매임 없이 현실 속에서 사랑하다 보니 바람둥이라는 오명도 많이 받아왔다.
그렇다고 과거에 대한 변명이나 자신에 대한 해명으로만 책을 채워놓지는 않았다. 노래에 대한 열정과 에피소드,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어려웠던 유년시절, 친구와 방송, 종교에 이르기까지 막힘없는 입담으로 풀어놓았다.


사실 조영남 님의 개방성을 따라가기에 우리 사회가 너무 획일적인 것도 사실이다. 자신과 다른 가치는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조금 반복적이고 지루할 수 있는 내용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한 무의식의 항변처럼 들린다. 내가 나쁜 놈이고 나로 인해 모든 게 시작됐지만, 나를 조영남 자체로 인정해 달라는, 뭐 그런 식 말이다.
그리고 개인주의라는 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이익만 쫓아가는 작은 개인주의가 아니라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큰 의미의 개인주의 말이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결혼과 가정, 직장이라는 틀에 갇히다 보니 자신에게만 백퍼센트 충실하게 살아갈 수는 없는 것 같다. 나 자신의 욕망을 가족과 사회를 핑계로 감춰버리고 반쯤은 가식적인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남의 눈치와 사회적 이목에 자신을 묻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조영남 님이야 말로 자신에게 충실한,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뭐라 하건 자신의 생각을 툭 까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인생 말이다. 그 속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찾으려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기위해서는 우리사회가 좀 더 개방적이고 수용적으로 바꿔야하겠다. 그를 따라다닌 사건의 단편적인 결과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일으킨 ‘조.영.남’이라는 존재 자체를 바라볼 수 있어야겠다.

분류 :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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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9
등록일 :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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