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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한국단편문학선 1

지은이 : 김동인, 현진건 외

출판사 : 민음사(1998/08/05)
읽은날 : 2014/11/16

 

 

한국단편문학선 1

  <감자> (김동인, 1925)

  80원에 홀아비에게 시집간 복녀는 평양 칠성문 바깥 빈민촌에서 생활하며 무능력한 남편을 대신해 허드렛일로 생계를 꾸려갔다. 그녀는 감독관과의 잠자리를 통해 수월하게 돈 버는 법을 터득한다. 특히 마을 지주였던 왕서방의 눈에 띄어 제법 돈을 모으게 된다. 하지만 새색시를 맞이하게 된 왕서방을 질시한 복녀는 그와의 실랑이 끝에 살해되고 만다. 복녀의 남편은 왕서방에게 30원을 받고 뇌일혈로 죽은 것으로 무마해버린다.

  감자는 발아를 위해 영양분을 모아놓는 땅속 열매지만 그 구수한 향과 맛 때문에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곤 한다. 복녀의 번지르르한 외모는 돈벌이를 수월하게 해주었지만 결국 독이 되어 자신의 명을 단축시켰다. 만약 수더분하게 땅 속에 묻혀 있었다면 더 많은 빛을 보지 않았을까...


  <발가락이 닮았다> (김동인, 1932)

  방탕한 생활로 자신의 생식능력에 회의를 갖고 있던 M은 아내의 임신 소식을 접한다. M은 자신의 생식능력을 검사해보고 싶다가도 아내의 불륜을 확인하는 꼴이 되지나 않을까 계속 망설인다. 이렇게 아이는 태어났고, 자신을 닮지 않은 것 같은 아들을 보며 존재도 희미한 증조부의 발가락을 닮지 않았냐며 자위한다.

  M은 결과적으로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며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행복을 유지해나가는 길을 선택했던 것인데 우리 삶도 마찬가진 것 같다. 주변의 읽을 벌통 쑤시듯 후벼 파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일들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시간과 함께 묵혀두는 것이 좋은 선택일 때가 많다. 세상 일이 수학 문제처럼 명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너무 따지지 말고 쉬엄쉬엄 살아봅세나~ 


  <빈처> (현진건, 1921)

  가난한 문학도와 그의 마누라의 순애보. 사랑만 믿고 결혼한 순수 커플의 생활고와 여기서 오는 정신적 갈등이 소소하게 그려진다. 사랑, 과연 물질의 도움 없이도 가능할까? 돈과 경제력이 결혼의 주요 덕목이 되어버린 요즘에는 신파조의 사랑타령 정도로 폄하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필요한, 잊지 말아야 할 순수함이 아닐까. 주인공의 마지막 독백은 물질만능의 오늘날을 여과시켜주는 한줄기 청량제 같았다.

  "아 나에게 위안을 주고 원조를 주는 천사여!..."


  <운수좋은 날> (현진건, 1924)

  몸이 아픈 아내의 만류에도 인력거 일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탓하지만, 그날따라 줄줄이 이어지는 행운은 그의 발목을 밖으로, 거리로 계속 내몰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갑이 두둑해질수록 그의 근심과 걱정은 깊어만 갔고 결국 밤늦게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아내는 죽어 있었다.

  진정한 행운은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가족의 안녕이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우리시대의 명재!


  <무명> (이광수, 1939)

  대표적 친일파 문인으로 알려진 이광수의 단편소설. 그래서일까 서두에 적힌 그의 약력에 더 관심이 갔다.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온 엘리트로 임시정부 기관지였던 <독립신문> 제작을 도왔고, 안창호화 함께 투옥되기도 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하지만 그 후에는 창씨개명(가야마 미쓰로, 香山光郞)을 하고 친일활동을 했다는데 그 연유가 궁금해졌다. 어떤 사연이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시간이 되면 그에 대해 좀 더 깊이 살펴봐야겠다. 

  그래서일까 <무명> 자체는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도 그렇고 극적인 사건이 보이는 것도 아니라 집중이 되질 않았다. ... 패스~


  <물레방아> (나도향, 1925)

  나도향의 대표작이지만 에로 영화의 이미지로 더 각인된 작품이다. 그렇다고 영화의 이야기도 잘 기억나지 않는, 어중간한 상태로 기억에 남아있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신치규은 자기 집에서 종살이를 하는 방원의 처를 꾀어 물레방아 간에서 관계를 맺는다. 이를 안 방원은 신치규를 폭행하고 옥에 갇히게 된다. 얼마 후 출소한 방원은 자신의 처를 찾아가지만 신치규의 여자가 되어버린 아내를 보고 살해한다.

  돌고 도는 물레방아처럼, 다른 남자의 여자를 빼앗아 도망쳤던 방원은 또 다른 남자에게 아내를 빼았기게 된 것. 시기하고 질투하고 빼앗으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지만, 돌고 도는 인생 속에 결국 비워내버릴 수밖에 없는 물레방아의 물통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렇게 비워내어야만 물레방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만무방> (김유정, 1935)

  응오는 수확 철이 한참 지났지만 벼를 벨 생각을 않았다. 하긴 땀 흘려 곡식을 거둬봤자 "지주에게 도지를 제하고, 장리쌀을 제하고 색초를 제하고 보니 남는 것은 등줄기를 흐르는 식은땀이 있을 따름"이니 말이다. 

  응오의 형, 응칠이는 "꼭 해야만 할 일이 없었다. 싶으면 하고 말면 말고 그저 그뿐. 그러함에는 먹을 것이 더럭 있느냐면 있기는커녕 붙여먹을 농토조차 없는, 계집도 없고 집도 없고 자식 없고" 도둑질도 밥 먹듯이 하는 인물이었지만 동생이 키운 논에 벼 이상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격분한다. 이에 응칠은 어두운 밤을 이용해 도둑을 잡았지만... 바로 응오가 범인이었던 것.    

  자기가 키운 쌀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소작농의 한계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응칠의 모습은 조국을 생각하며 죽어가던 <붉은 산>(김동인)의 '삵'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조국이나 동생은 그들의 가슴 속에 간직한 마지막 희망이었던 것. 가슴 아픈 민초의 삶이 엿보게 된다. 


  <치숙> (채만식, 1938)

  일제치하에서 배운 것은 없지만 일본인에 잘 보여 한밑천 잡아보려는 화자의 독백 형식의 단편이다. 그의 처세술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주의 운동으로 감옥에 다녀온 후 병으로 누워있는 '아저씨'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마치 <달과 6펜스>의 이상과 현실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내선일체의 일제치하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화자와 책만 끼고 앉았다가 무능력하게 병석에 누워있는 아저씨 중에 누가 옳은지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밥만 먹고 살 수 없듯이, 그렇다고 꿈속에만 갇혀 굶어 죽을 수 없는 노릇. 이상과 현실의 적당한 균형 속에 더 나은 내일이 있지 싶다. 


  <날개> (이상, 1936)

  몇 번을 읽어도 여전히 '이상한 날개'... 패스!


  <메밀꽃 필무렵> (이효석, 1936)

  잘 읽혀지질 않았다. 문장이 귀에 들어오질 않아 인터넷으로 대략의 정보를 확인한 후 다시 읽었다. '소설을 배반한 소설가'라는 설명글을 보고서야 내 난독의 원인이 소설답지 않은 시적인 글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다시 읽은, 아니 다시 음미해본 소설, <메밀꽃 필무럽>.   


  왼손잡이요 곰보인 허생원은 재산마저 날려 장터를 돌아다니는 장돌뱅이가 된다. 그 허생원이 봉평장이 서던 날 같은 장돌뱅이인 조선달을 따라 충주집으로 간다. 그는 동이라는 애송이 장돌뱅이가 충주댁과 농탕치는 것에 화가 나서 뺨을 때려 쫓아버린다. 그러나 그날 밤 그들 셋은 달빛을 받으며 메밀꽃이 하얗게 핀 산길을 걷게 된다. 허생원은 젊었을 때 메밀꽃이 하얗게 핀 달밤에 개울가 물레방앗간에서 어떤 처녀와 밤을 새운 이야기를 한다. 동이도 그의 어머니 얘기를 한다. 자기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의붓아버지 밑에서 고생을 하다가 집을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늙은 허생원은 냇물을 건너다 발을 헛디뎌 빠지는 바람에 동이에게 업히게 되는데, 허생원은 동이 모친의 친정이 봉평이라는 사실과 동이가 자기와 똑같이 왼손잡이인 것을 알고는 착잡한 감회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동이 어머니가 현재 살고 있다는 제천으로 가기로 작정하고 발길을 옮긴다. (줄거리 출처:두산백과)


  달빛에 소복이 쌓인 메밀꽃 같은 첫사랑의 기억은 언제 꺼내보아도 가슴 설레게 한다. 여물지 못해 어설프고 불완전하기에 더웃 애틋한 풋사랑은 가슴 한 켠을 따스하게 만드는 불쏘시게 같구나. 아~ 시간이여. 아~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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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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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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