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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지리산 편지


지은이 : 정도상
출판사 : 미래 M&B (2001/08/06)
읽은날 : 2001/10/10


지리산 편지 지리산... 얼마나 반가운 이름인가...
비록 태어나지는 않았으되 묻힐 때는 그 뼛가루라도 뿌려두고 싶은 산, 내 마음 속 고향집 같은 산, 언제나 포근하고 따신 어머니 같은 산...
마음은 항상 그녀와 함께 있지만 몸은 언제나 함께 있을 수 없기에 이 책을 통해서나마 그 정취를 느껴보려 한다.


'운서'라는 대상에게 쓰는 지리산에 대한 편지 형식의 글들...
어쩌면 '운서'에게 말하는 '지리산' 이야기가 아니라 '지리산'에게 말하는 저자(정도상) 자신의 독백이라는 생각이 든다. 젊음, 그리고 사회 속에서의 한 인간으로 살아오면서 부딪혔을 자신 내면으로부터의 갈등과 고뇌. 이런 이야기들을 지리산이라는 대상을 통해 풀어놓는다.
그래서, 지리산이라는 거대한 틀 속에 자신을 가두기보다는 자연을 통해서 지리산의 넉넉함을 배우고자 하는 지은이의 마음가짐이 좋아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앞표지 뒷면에 씌어진 지은이의 소개를 보게된다.
문장 곳곳에 자연의 냄새는 솔솔 풍겨나지만 어찌 보면 이 책은 자연 속에서 씌어졌다기 보다는 자연 밖에서 자연을 그리워하며 씌어진 글인지라 '시골' 토박이로 자연 속에서만 살아온 이들에 비해 도심지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오히려 각별히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자주자주 지은이를 다시 보게 된다.
지은이 어떤 사람인지? 정도상? 어디서 태어났지? 학교는 어딜 나왔고, 어디서 살고있지? 얼굴은 어떻게 생겼지?
조금은 날카로운 인상이지만 그 단단함 속에 자연이 숨어있을 줄이야...


하지만 어떤 부분은 지나치게 격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개인적으로 지리산을 바라본 것일까... 조금은 무거운 느낌. 물이 흐르고, 산들바람이 부는 평온하면서 고요한 모습의 지리산도 우리에겐 또 다른 기쁨인데...


"천왕봉에 서니 이상하게도 판문점이 맨 먼저 떠오릅니다..."라 이야기한다.


어쩌면 '자연' 앞에서 자학하며 늘어놓는 너무도 커다란 짐이 아닐까하는 생각...
나는 전쟁을 격은 세대도, 광주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세대도 아니다. 굳이 말을 하자면 X세대와 컴퓨터게임으로 대변되는 세대라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지난 시절의 역사적 무게감을 몸소 느끼기엔 다소 시간적 거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갖고 있는 역사적 인식을 부풀려 포장하거나, 그 포장을 통해 '역사의식'을 남에게 보여주려 해서는 안될 일. 중요한 건... 항상, 어떤 상황에서건 '역사와 민중'을 운운하며 자신이 짊어지지도 못할 거대한 무게만을 짊어진 '척' 가식으로 세상을 이야기하는, '앙꼬없는 껍데기'는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리라...
물론 민중의 고통과 기쁨이 담긴 '역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너무나 함부로 사용하는 건 아닌지... 너무 사물을 확대 해석하고 포장해서 그 본 의미를 왜곡하는 건 아닌지... 무엇이건 '역사성'을 부여해야만 그 사물이 가치가 있어지는지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산을 산으로, 물은 물로 볼 수 있는 '사심' 없는 '동심'이 필요할 수도...


지리산 편지...
글 속에 나타난 이런저런 생각들로 인해 "편지 읽기"가 계속 늦어졌다.
하지만 그 '느림'이 좋았다. 손에 든 즉시 읽어치우는 '잘 넘어가는'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몇 번이나 책장을 덮어야 느낄 수 있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여유와 멋이 느껴진다.
마치 지리산을 오를 때의 그 느낌처럼...

분류 :
산문
조회 수 :
3434
등록일 :
201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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