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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지은이 : 로버트 스티븐슨 (Robert Louis Stevenson)
출판사 : 계림 (2000/06/25)
읽은날 : 2001/04/11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술에 쩔은 노래방, 비몽사몽 반쯤 감긴 눈으로 목이 터져라 부르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제킬박사와 하이드". 이 노래와 함께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고 있었던 책.
이 책을 도서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한참이나 찾아보았지만 결국 인터넷 책방에서 아동용 문고판으로 어렵사리 구했다.
한동안 이런 저런 핑계로 책과 떨어져 생활했지만, 다시금 나 자신을 다잡기 위해 지킬박사를 찾아간다.


책을 읽는 삼사 십분 동안 여전히 내 머리 속을 가득 메우는 노랫소리...
"내 마음을 철저하게 속이고 살아온 내 인생엔 가슴깊이 존재했던 불만이 있어
너무나도 달랐었던 두 맘을 갈라놓기 위해서 어렵지만 난 과감하게 선택했었네
언제까지라도 자신을 속이고 살아야 하는데
끝없는 내 마음의 갈증은 저주받은 이 인류가 풀지 못할 숙제인가
난 언제라도 꿈틀거릴 내 본성이 두려웠어
...
매번 내 혼을 팔아버렸어 다시 난 고약하게 변했어
캄캄한 밤에 나는 누군가에게 길을 묻다가...
내리쳤어, 그 안개 속을 난 뛰고있어, 날 망쳤어
..."


조그맣게 '논술 세계 명작'이라는 소제목이 붙어있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단순히 어린이의 논술 실력만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서라 보기에는 너무 심오한 내용이다. 우리들 자신 속에 내재되어 있는 '선'과 '악'의 끝없는 대결...


지위와 명성을 모두 겸비한 의학 박사이자 법학 박사 지킬, 인간의 본성을 '선'과 '악'이 공존한 상태로 보고 연구, 결국 인간의 본성에서 '악'의 부분을 분리하데 성공하는 지킬 박사. 그 결과, 가식과 체면으로 외적인 삶에 치중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에 하나의 탈출구를 만든다.
이를 통해 자신을 억눌러왔던 '박사'의 허울을 벗어버리고 '악'의 모습인 하이드로서 평소와는 전혀 다른 상반된 삶('악')을 즐긴다. 하지만 '악'이란 무엇인가... 악의 유희를 잠시 맛본 지킬 박사는 결국 자신의 본 모습까지 잃어버리고 '악'의 모습인 하이드로 남게 된다.


어쩌면 우리 인간들의 본성일수도 있는 '선'과 '악'이 혼재된 지킬 박사는 모든 가치를 외부에서 찾아 자신을 합리화하고, 정당화시켜 버리는 우리들의 모습일는지도...
'이건 아니야' 하면서도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줄을 서는 우리의 모습...
그러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될 때쯤이면 그곳엔 이미 자신의 참모습이 아닌 사회 속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깊이 숨겨둔 억눌리고, 소외당한 자신의 찌꺼기만 보일 뿐이다. 찌꺼기 밑에 가라앉아 있는 자신의 본모습은 보지 못하고 단지 찌꺼기만을 본다.
마음 속 찌꺼기는 오랜 기간동안의 억눌렸던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 삐뚤어진 욕망으로 나타나고 이에 깜짝 놀란 우리들은 자신 내부의 본성('선'과 '악')을 무시해버리고 외부의 탓으로 돌리며 더욱 더 자신을 깊이 감추는 악순환을 반복... ...
'선'이나 '악'은 모두 하나라는, 단지 얼마나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겉모습과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여러 모습들 중 비교적 활동적으로 움직이려 하는 얕은 마음속의 모습이 '악', '악' 뒤편의 깊은 곳에 정적인 모습으로 감춰진 것이 '선'이라면 어떨까...


혹시 '악'이라고는 하지만 '선'을 바탕으로 하고, '선'이라고는 하지만 '악'이 숨어있진 않을까...
길거리의 할머니에게 적선할 때 느끼던 불쌍함과 동정, 안쓰러움. 그리고 그 이면, 무의식에서 나타나는 "선행을 통한 사랑의 실천'이라는 도덕감.
이런 무의식의 인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다시는 적선을 하지 않는다. 길거리의 할머니를 보고도 그냥 모르는 체 지나친다. 미안함과 옆 사람의 이목, 하지만 '강요된 선행'에 대한 자유로움...


의식적인 '선'은 과연 진정한 '선'인지, 아니면 남을 의식한, '선'을 가장한 '악'인지...
책과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어쩌면 선과 악을 구별하지 않는 의식적인 행위의 구분이 없는 인간 본성에 따르는 행동이 '선' 일수도 있겠다.
"선한 일"이라는 의식, 무의식의 관념이 머리 속에 남아있는 한 진정한 '선'은 이루어질 수 없지 않을까...


'선'과 '악'이란 무엇일까... ...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으면서 느꼈던 태초의 부끄러움... ?
자신 내부의 나누어진 하나의 본성, 아니면 악에 대한 그럴싸한 포장... ?


'선'과 '악', 인간이 살아있는 한 가지는 영원한 숙명, 끝나지 않을 싸움...


좋은 책...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
아동용 동화라는 틀 속에 갇혀 어떻게 가위질되고, 편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선'과 '악'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어 좋고, 적은 분량과 뻔한(어떻든지 간에 한번쯤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보거나 들은) 내용임에도 불고하고 한시도 책에서 눈을 때지 못하게 하는 박진감, 긴장감이 좋다.
아동용이라고 하기엔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이라는 주제는 너무 무거운 듯...


그리고 출판 후기에서 책의 결론을 "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인간의 본심, 즉 모든 인간은 외적, 내적 영향에 따라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악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라고 단정지음으로써 왠지 책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느낌마저 든다.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볼 수 없기에 섣부른 판단은 내리기 힘들지만 너무 획일적이고 단편적인 사고인 듯 하다.

분류 :
외국
조회 수 :
3758
등록일 :
2011.04.25
10:00:58 (*.43.57.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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