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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상도 (1~5)


지은이 : 최인호
출판사 : 여백 (2000/11/01)
읽은날 : 2001/08/20


상도 얼마 전 서울의 한 서점에서 최인호님의 사인회가 있었다. 인호 형님이야 그전부터 잘 알고 있던 터라 굳이 인호 형님의 초대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상도 '100만부 출판기념 사인회'라 이름 붙여진 현수막 아래, 조그만 책상에서 연신 펜을 날리시고 계시던 모습으로 간단히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었는데, 깔끔하게 차려입은 옷차림에 얼굴 가득 묻어있는 미소...
인생의 선배로서, 친구로서 배우고 싶은 분... 최인호...
책을 구입하고, 사인을 받고, 악수를 나누면서 최인호님의 <상도>를 만나게 되었다...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라 적힌 기평그룹의 김기섭 회장의 유품으로부터 시작되는 소설.
커다란 기대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긴다...


상도 1.


이야기의 초반, 거상으로 성공하기까지의 임상옥에 대한 상당히 긴 분량의 이야깃거리를 간단히 훑으며 넘어간다.
일장일단이 있으리라... 임상옥이라는 장사치가 '천하제일상'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미흡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미흡한 속에서도 사건의 전개는 빠르게, 동적으로 흘러간다. 그만큼의 호기심과 박진감은 느껴지지만 "진지한 재미"로 발전하지 못하고 이내 사그라든다.
임상옥의 지나치게 빠른 '성장'과 함께, 그 외 부수적인 역사는 지나칠 정도로 상세히 설명한다. 재미를 위한 소설에서 지나치게 역사성이나 교훈적 내용을 끼워 넣으려는 듯한 흔적들... 이러한 주객전도의 상황으로 인해 글의 중심에서 밀려난 인물들의 심리묘사...
아쉽고, 아쉬울 따름...


상도 2.


5권이나 되는 분량이지만 전권을 돈을 주고 사 보기엔 좀 부담이 된다.
그래서 학교 도서관을 뒤졌다. 하지만 벌써 누군가가 빌려간 상태인지라... 뭐 할 수 있나... 급한 놈이 사야지 뭐... 이제 두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조금의 내용이 잡힌다.
상업으로 크게 일어선 임상옥... 하지만 그에게 닥치는 세 번의 위기. 그 위기를 석숭스님의 '비기'(죽을 사(死), 솥 정(鼎), 계영배(戒盈盃))와 '추사 김정희'의 도움으로 풀어나간다는 이야기인 듯 보인다.
나름대로 흥미진지한 구석도 보이지만 역시나... 시간의 조율이 조금 걸린다.
빠르고 긴박한 부분에서는 책을 놓기 무섭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그 긴박감 사이의 연결의 고리가 조금 어색하고, 허술해 보인다.


하지만 어쩐담? 책 속의 불똥이 이미 내 쪽으로 옮겨와 버린 마당에 3, 4, 5권을 어디서 구한담? 서점에서 사려니 조금 아깝고, 도서관에서 빌리려니 보이질 않고... 오호 통제라...
이럴 때 나에게는 석숭스님의 '비기'도 없고, 추사의 '조언'도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


상도 3.


한참을 지나서야 겨우 3권을 구했다. 1, 2권은 직접 샀었지만... 그 이상은 정말이지 돈이 아깝게 느껴진지라...
홍경래의 난,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는 있지만 여전한 의구심... 이야기 구성상 그리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세세한 '전투신'의 피부림이 무의미하게 들린다.
장사 이야기 속의 어설픈 전쟁 이야기...
TV드라마로 제작된다던데, 마치 드라마의 극본을 소설로 옮겨놓은 듯... 글이 주는 아기자기 함과 치밀함이 느껴지질 않는다. TV용 소설이라 하면 너무 모욕적인 말인가???


그리고...


너무나도 직설적인... 마치 아무 이유도 없이 결과만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어 날 당황하게 만든다.
"절을 올린다. 문득 득도했다" 이 같은 식... 원래 한순간의 찰나에 얻어지는 것이 깨달음이라고는 하지만 그 깨달음의 크기에 비해 글의 내용은 부실하기까지 하다. 마치 5공시절 '퍽'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안기부의 조서처럼...
기승전결의 과정이 삭제된 짜투리 껍데기만을 보는 듯...
책 내용의 깊은 부분은 외적인 형태의 삶이 아닌 자신으로부터의 내적인 삶을 말하면서도 정작 이를 표현하는 글은 그 내적 아름다움을 쉽게 덮어버린다는 느낌...


또한 매 대단락이 끝날 때마다 자세히 알려주는 지금까지의 이야기...
마치 미니시리즈가 방송되기 직전 그 전주의 주요장면을 설명해주는 듯 자상(?)해 보인다. But 어색해 보인다.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독자들을 어린아이로 취급해 하나에서 열까지 다 집어주려 한다.
으~ 존심상해...


그리고 5권에서 돌연 등장하는 천주학쟁이... 천주교인으로서 인호 형님의 이성적 입김이 작용한 듯 보인다... 조금 어색한 출연과... 지나친 과장... 종교가 가지는 신비주의적 해석을 뛰어넘어, '상업'과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마저도 신기루와 같은 형이상학적으로 보여진다...
에고 머리야~


하지만 중간중간 섬광처럼 나를 스쳐 가는 이야기가 있다.
"본시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으며,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오는 것도 아니며 가는 것도 아닌 것을 내가 괴로워하는 것은 진흙덩어리에 불과한 네가 소유하려 하기 때문인 것이다. 가질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욕망이 진흙덩어리에 불과한 너의 실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고통과 괴로움은 너의 욕망 때문이며 너의 애욕 때문인 것이다. 보아라 너야말로 저와 같이 진흙에 불과하지 않느냐. 진흙덩어리에 불과한 네가 도대체 무엇을 그토록 고통스러워하고 있음이냐. 그 고통은 바로 너의 욕망 때문이 아닐 것이냐"


마치 <길 없는 길>에서 경허 스님의 깨달음의 순간을 보는 듯한 느낌...
욕망에 갇혀 자신의 모습 마저 잃어버리고 마는 현실...
"진흙덩어리에 불과한 나...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고통스러운가... 바로 그 욕심만 조금 줄인다면 그 삶은 조금 더 아름다워질 것을..."


이런 욕심은 다시금 "계영배"를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가득 채움을 경계하라"는 잔. 계영배.
임상옥을 세 번째 위기에서 구해준 계영배라는 신비한 잔의 완성과 그 비밀...
있는 그대로 넘치지 않게... 이제 그 비기를 전해들은 느낌이다.


나 역시 요즘 들어 잔에 술을 너무 가득 따르려 한 듯 자신을 되돌아보게된다. 무엇이 급하고, 무엇이 아쉬운가... 단지 있는 그대로의 존재만으로 나는 만족할 수 있어야했지만... 좁은 속으로 크게 생각하지 못한 나 자신이 아쉽다. 이제부턴 조금 천천히 적당히 잔을 채워야겠다.
넘치지 않을 만큼, 약간의 여유를 남겨놓아 그 여유로 인해 오래오래 타인을 포용해줄 수 있는 그런 잔을 채우고 싶다.
넘치지 안으면서, 모자라지 않는 마음으로... 여유로우면서 가식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계영배'라는 사람의 잔 속에 나를 따른다...


"혹성탈출"이라는 팀버튼이 다시 만든 공상과학 영화가 있다.
하지만 의외의 혹평을 들어야만 했다. 팀버튼이 만들었기에 사람들의 기대감은 더 하였으리라... 하지만,
팀버튼이 만든 팀버튼 같지 않은 영화...
최인호님의 <상도>... 하지만 최인호님이 쓴 최인호님 같지 않은 소설...
꿈은 장대했지만 표현된 부분은 적었다.
이야기의 강약의 조절이 아쉽다.
'상도'라지만 상업 이야기가 중심에서 멀어져버린 앙꼬없는 붕어빵...
그리고 지나치게 역사적 자료를 직접적으로 남발했다는 느낌...
너무너무 친절해 지나간 줄거리를 수십번식 되집어 주는 자상함과 그 속의 지루함...
철저히 현실적인 '돈'이야기에서 철저히 신화적인 '천', '불'이야기...


우야리...
한번의 희망뒤에 오는 한번의 실망이던가...
다음의 희망을 기대한다.


최인호님의 큰 글 욕심에 '상도' 본연의 의미가 퇴색된 듯...

분류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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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0
등록일 :
201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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