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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작가, 조정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이어지는 작품에서 보여준 우리 역사의 이면과 진실만 놓고 보더라고 지나친 수식은 아닐 듯싶다. 질곡의 역사를 방대한 이야기와 무수한 등장인물로 표현하여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만족시킨 작가, 조정래. 그가 몇 해 전에 산문집을 냈었다. "조정래 문학의 근원을 밝히는 첫 산문집"이라는 띠지의 말처럼 그의 이름 속에는 대하소설과 연관된 사회적 저항성이 내포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역사적 무게감 때문에 쉽게 읽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1장, <이 어지러운 바람>에서는 사회에 몰아치는 영어 열풍을 애기한다. 한글도 재대로 모르는 아이들을 무작정 영어교육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2장, <나의 사랑 재면이>에는 자식과 손자 사랑을 훈훈한 일상으로 풀어놓으면서 이들에게 귀감이 될 선지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실어놓았다. 3장, <작가의 편지>는 독자의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문학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자세를 이야기한다. 특히 문학을 하려는 이들에게는 자신과 세상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결연함을 갖으라고 말한다. 4장, <왜 문학을 하는가>에선 여러 작품을 써오면서 수없이 자문했던 내용들이나 시대적 상황에서 오는 외부적인 어려움을 적어 놨다. 특히나 태백산맥과 그 연작(아리랑, 한강)을 집필하면서 겪었던 숨 막히고 치열했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그 절절한 사연과 작가의 고뇌를 보면 책꽂이에 숨죽이고 있는 태백산맥이 생각난다. 그 굽이치는 격동의 역사 속으로 다시 한번 뛰어들고 싶어진다. 아~ 태백산맥! 5장, <문학의 그림자>는 작가의 아버지였던 철운 스님과 만해 한용운 선생의 행적을 더듬어보고 역사와 문학의 명암을 되짚어 본다. 특히 그의 스승이자 은사인 미당 서정주님의 친일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6장, <길과 함께한 생각들>은 인도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중국을 여행한 느낌을 옮겨놓았다. 지저분하고 무질서해 보이는 길거리에서 그 나라만의 진정성을 찾아내는 작가의 눈이 돋보인다. 그리고 7, 8장, <역사 만들기>는 오늘날의 정치와 사회현실을 진지하게 되돌아보았고 <대담>에서는 어느 기자와의 2002년의 인터뷰를 옮겨놓았다.
<누구나 홀로 선 나무>라를 제목처럼 작가나 독자 모두가 느끼게 되는 삶에 의지와, 사회 속에서 느꼈던 공동체에 대한 연민이 잘 드러나 있다. 책에 삽입된 "삶"이라는 시에 이 글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삶
누구나 홀로 선 나무. 그러나 서로가 뻗친 가지가 어깨동무 되어 숲을 이루어가는 것.
문득 오늘날을 살아가는 지식의 모습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선택한 전문영역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확립하고 나아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글을 쓰고 생각을 말하면서 공동체의 앞길을 걱정하는 '조정래'의 모습에서 그 이상을 느껴본다. 나는 과연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그가 노력하고 땀 흘린 만큼, 군사정권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길을 충실히 걸어온 그의 글 앞에서 나의 소심함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작년인가? 그의 작품세계를 인터뷰하는 텔레비전 프로였는데 벽면을 가득 매운 서재와 정갈하게 정돈된 책상에서 민중의 역사와 오늘날의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흰색 한복과 다소곳이 모아 쥔 양손이 어찌나 당당하게 보이던지... 건강한 모습으로 그 꿋꿋함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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