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한국의 책쟁이들


지은이 : 임종업
출판사 : 청림출판 (2009/09/17)
읽은날 : 2010/01/16


한국의 책쟁이들  한국의 둘째가라면 서러울 책쟁이들이 다 모였다. 한 권 두 권 읽기 시작하면서 특정분야 마니아로 발전한 게 된 총각, 사제를 털어 책을 모으고 북카페를 차린 아저씨, 직업으로 책을 가까이 하다가 그 매력에 빠져버린 할아버지 등 책의 매력에 빠져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곳에 모았다.
 "돈과 이름값에 오로지 미친 세상에서 책에 미친 미련퉁이들이 있어 더불어 살 만하다. 이들이 진짜 우리문화의 담지자들이다. 책 살 돈을 누가 따로 주는 것도 아니고 세금을 깎아주지도 않는데, 스스로 책을 사들여 읽고 쌓아 지식과 교양의 대를 잇는 이들. 나라의 박물관이나 도서관이 할 일을 사사로이 떠맡고 있는 이들이 애국자가 아니라면 누구를 꼽을까."


 28명의 책쟁이들을 다섯 챕터로 나눠 소개하는데 각 인물들의 소개사진 뒤로 빼곡히 진열된 책은 그들의 책사랑을 여실히 말해준다. 벽면을 가득 메운 책장에 빼곡히 들어찬 책, 거기도 모자라 작업실 여기저기에 수북이 쌓여있는 책들. 물론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지만 조금은 억척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지식욕으로 포장된 소유욕인지도 모르겠어요."
 프롤로그에 언급된 김영직씨의 말이 생각났다. 하지만 책에 집착하는 그 모습이 추하거나 미련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 책 속에 담겨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낱권이 갖고 있는 갖가지 사연까지도 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날로그적인 진지함 때문이 아닐까. 인터넷과 디지털로는 구분하기 힘든 그 무엇이 분명, 책에는 존재하니까 말이다.


 "책은 물건이다. 그 물건은 펼쳐져 읽힐 때 책이 된다. 마지막 장이 덮이면 책은 다시 물건이 된다. 책이 책됨은 무척 짧다. 책은, 책으로서보다 책이 되려는 기다림으로 존재한다. 책은 곧 그러함일 터이다."
 책이라는 물건에 대해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좀 더 시간이 흘러 이들이 세상을 떠난다면 어떻게 될까? 보통 이상의 경제사정에다 책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자손이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답답해진다. 애꿎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 결국에는 고물상의 폐지마냥 분해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작가의 열정과 독자의 애정이 합쳐져 한 시기를 사랑받았을 책이 아무런 흔적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동네어귀에서 사라져가는 소형 책방과 헌책방처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가 갖고 있던 책들에 대한 최후도 의심스러워졌다. 지금 내 등 뒤를 장식한 이 책들을 내가 다시 읽거나 활용할 수 있을까? 몇 십 권의 책은 평생을 두고 가까이 보고 싶지만 대부분은 그 정도의 애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각각의 사연과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전과 공간의 제약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 이제는 좀 나눠 읽어야겠다. 산문집이나 소설 등 상태가 좋은 놈은 중고책으로 되팔고,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책은 학교 도서관에 기증해야겠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 아니고서는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을 통해 읽어야겠다. 숨 돌림 틈 없이 가득 찬 책장에도 여유를 주자. 어린왕자(<어린왕자>, 생텍쥐페리)나 조나단(<갈매기의 꿈>, 리차드 바크)에게 텅빈충만(<무소유>, 법정)의 여유를 말해줘야겠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책쟁이들의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는 감도 없지는 않았지만 책에 미친 그들의 이야기기를 즐겁게 읽어 내렸다. 책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나 전질이 가지런히 정리된 멋스런 서재가 탐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그들의 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아닐까.
 책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 몇 시간이고 서점에서 보냈던 그 때, 종로서적, 영광도서(부산) 같은 대형서점에서 일하려던 적이 있었다. 책을 나르고 정리하는 말단 아르바이트 자리였지만 그 몇 달만큼은 책 속에 빠져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물론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이 바로 그때의 느낌인 것 같다. 수천 개의 공으로 풀장을 채우고 놀 수 있는 볼풀처럼, 책이라는 문화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이런 느낌, 살짝 흥분된 이 맛이 너무 좋다. (왠 자뻑! ^^)

분류 :
산문
조회 수 :
6311
등록일 :
2011.05.09
22:30:02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1715&act=trackback&key=4a5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171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sort 최근 수정일
8 산문 책은 도끼다 - 김웅현 freeism 1034   2018-08-09 2018-08-09 13:38
책은 도끼다 지은이 : 박웅현 출판사 : 북하우스(2011/10/10) 읽은날 : 2018/08/09 책을 한동안 손에서 놓은 뒤에 대시 책을 잡으려할 때 이런 책이 제격이다. 어렵지도 않고,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  
7 산문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하완 freeism 1093   2018-08-16 2018-08-16 16:43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지은이 : 하완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2018/04/23) 읽은날 : 2018/08/15 제목에 딱 들어맞는 재미나고 독특한 일러스트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노란 방바닥에 팬티만 입고 기분 좋은 표...  
6 산문 여행의 이유 - 김영하 freeism 1563   2019-06-11 2020-01-12 23:57
여행의 이유 지은이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2019/04/17) 읽은날 : 2019/06/08 모처럼 방문한 처남에게 집 안을 전쟁터처럼 만들어버리는 세 아들을 보내버리고 안방 침대에 누워 느긋하게 책을 펼쳤다. 그때 아내의 텔레비젼...  
5 산문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Deep: Freediving, Renegade Science, and What the Ocean Tells Us About Ourselve... freeism 868   2019-09-14 2019-10-17 22:48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Deep: Freediving, Renegade Science, and What the Ocean Tells Us About Ourselves) 지은이 : 제임스 네스터(James Nestor) 옮긴이 : 김학영 출판사 : 글항아리(2019/08/05) 읽은날 : 2019/09/14 지...  
4 산문 아무튼, 술 - 김혼비 freeism 614   2020-01-14 2020-01-14 11:38
아무튼, 술 지은이 : 김혼비 출판사 : 제철소(2019/05/07) 읽은날 : 2020/01/11 2019년 12월 31일, 직장에서 신년 계획을 논의하는 작은 회의를 마치고는 술을 먹었다. 처음에는 수육으로 시작되었고 2차는 어묵탕과 조개를 소주와...  
3 산문 오늘도, 수영 - 아슬 freeism 352   2020-08-13 2020-08-19 00:39
오늘도, 수영 지은이 : 아슬 출판사 : 애플북스(2019/09/10) 읽은날 : 2020/08/12 수영강습을 시작한 때가 2012년 정도인 것 같다. 매일 새벽, 직장 근처에 있는 지역스포츠센터에서 한 시간 정도 수영을 배우고 출근했던 기억이...  
2 산문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 김비, 박조건형 freeism 362   2020-08-19 2020-08-19 01:03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지은이 : 김비, 박조건형 출판사 : 한계례출판(2020/07/16) 읽은날 : 2020/08/17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이나 국내외의 여행, 혹은 소소한 일상을 적거나, 서툴게 그린 그림을 네이버블로그(blog.naver.com/sanman...  
1 산문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 김중석 freeism 26   2020-12-31 2020-12-31 00:02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지은이 : 김중석 출판사 : 웃는돌고래(2017/03/30) 읽은날 : 2020/12/30 초등학교에 있는 아내가 학생들에게 읽힐 책을 찾다가 내가 생각났다면서 골라온 책이다.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종종 그림을 그리는 ...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