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여행의 이유

지은이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2019/04/17)
읽은날 : 2019/06/08

 

 

여행의 이유

  모처럼 방문한 처남에게 집 안을 전쟁터처럼 만들어버리는 세 아들을 보내버리고 안방 침대에 누워 느긋하게 책을 펼쳤다. 그때 아내의 텔레비젼 켜는 소리가 들렸고 이야기 속에서 여행, 글, 소설이라는 단어를 얼핏 들은 것 같다. 하지만 간만에 집어든 책인데다 뭔가 잘 읽히고 있던 책이라 앵앵거리는 텔레비젼 소리는 무시한 채 김영하의 새 산문집 <여행의 이유>를 읽었다.


  책은 제목 그대로 김영하가 생각하는 여행의 이유를 풀어놓았다. 어떤 나라에 가면 꼭 방문해 봐야할 유적이나 숨은 맞집이 표시된 것이 아니라, 여행은 우리에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고,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나려는지, 그리고 먼 여행지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지 작가의 경험을 통해 풀어놓는다.

  운동권 대학생 시절의 우연한 기회에 떠나게 된 중국 여행을 시작으로 작가가 되기 전의 여행과 작가가 된 이후의 여행을 이야기하고, 글쓰기와 여행, 인생과 여행의 공통점을 이야기한다.  

 

  나 역시 대부분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여행을 좋아하고 시간과 경제력이 된다면 자주 떠나려고 한다. 물론 공부와 담을 쌓은 대학생 때는 약간의 충동만 갖고도 쉽게 국내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가족과 직장이 내 생활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에 쉽게 떠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그러하듯, 어떻게 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마음먹기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일년에 한 번은 5일 이상의 여행을 떠나려고 마음먹고 있고, 어느 정도 실현하고 있다.

  이렇게 가끔 여행을 하다보면 왜 이렇게 떠나려고 하는지 스스로 자문할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한국만 뜨면 좋아~"라는 생각이었는데, 정말이지 김영하 님이 말한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가 아닐까 싶다. 삶의 무게가 있고, 일상의 책임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몰리브요 하와이가 아닐까 싶다. 비행기가 뜨면 나를 잡고 있는 사회의 밧줄도 함께 끊어져 버린다. 나를 사로잡고 있던 탯줄을 끊고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다. 물론 이런 도피 후에 다시 나를 받아 줄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 때문에 이런 일탈이 더 기다려지는 것이겠지만... 

  이런 생각 때문인지 여행의 스타일도 휴양 중심으로 바뀌어버렸다. 빡빡한 일정표에 맞춰 명승지를 둘러보거나 하루종일 박물관에서 역사공부를 하기보다는 나를 숨길 수 있는 곳으로 휴양을 떠나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까닭에 그 어디에도 나와 가족, 한국에서의 사회망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점점 오지나 섬과 같은 구석을 찾아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에게 여행은 일상에 대한 도피이자 탈출이었고, 일 년을 버티게 하는 최고의 목적이 되어버렸다. 이런 나에게 김영하 님은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그럴싸한 이유를 알려줬다.


  <여행의 이유>를 덮은 후 아내가 보고 있던 텔레비젼 프로를 함께 봤다. 유희열이 진행하는 <대화의 희열>로 사회 여러 분야의 유명인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로 몇번 본 적은 있었다. 그런데 이번 방송의 초대손님이 바로 김영하 님이 아니던가.

  김영하 작가와 이름 발음이 비슷한 아내는 얼마 전에 그의 모든 소설을 다 읽은 터였고, 나 역시도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1999), <검은꽃>(2003), <살인자의 기억법>(2013), <오직 두 사람>(2017), 그리고 <여행의 이유>(2019)까지 그의 책을 제법 읽었기에 관심을 갖고 텔레비젼을 시청했다.

  아마 이 책에 출판되고 홍보차원에서 출연한 토크쇼였기에 책의 내용과 많이 중복되기는 했지만, 텍스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입체적인 입담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마치 여행기나 가이드북에서만 봐왔던 하나우마 베이(하와이)를 실제로 둘러본 느낌이랄까.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따뜻한 해변를 지나 푸르도록 시원한 바다를 유영하며 출렁이는 물 속 열대어와 멀리 수평선을 동시에 바라봤던 때처럼 생생했다. 

  다음 여행은 좀더 여행다운 여행이 될 것 같다. 여행 경비나 목적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여행의 이유와 가치를 먼저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여행 가방에는 김영하 님의 <여행의 의미>가 들어있지 싶다.

분류 :
산문
조회 수 :
1567
등록일 :
2019.06.11
22:07:52 (*.52.194.13)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73927&act=trackback&key=cb4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7392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98 산문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박완서 freeism 8334   2011-05-09 2011-05-09 23:35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지은이 : 박완서 출판사 : 현대문학 (2010/08/02) 읽은날 : 2010/10/22 그녀의 글에는 전쟁의 무서움과 자연의 풋풋함, 그리고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공존해 있었다.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  
97 산문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freeism 8172   2011-05-09 2011-05-09 22:48
그건 사랑이었네 지은이 : 한비야 출판사 : 푸른숲 (2009/07/06) 읽은날 : 2010/02/20 한비야 님의 책은 처음이다. 텔레비전이나 신문, 인터넷을 통해 그 존재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번처럼 직접 만나본 적은 없었다. 눈앞에...  
96 산문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 최순우 freeism 8005   2011-05-09 2011-11-23 10:20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지은이 : 최순우 출판사 : 학고재 (2002/08/10) 읽은날 : 2010/11/29 "최순우 님의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말한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을 ...  
95 산문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한비야 freeism 7879   2011-05-09 2011-05-09 23:52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지은이 : 한비야 출판사 : 푸른숲 (1999/11/11) 읽은날 : 2010/12/20 # 1. 한비야 한비야, 그녀가 우리 땅에 섰다. 전라도 해남에서 강원도 민통선까지의 도보여행을 통해 6년간의 세계여행을 마무리...  
94 산문 카일라스 가는 길 - 박범신 freeism 7822   2011-05-09 2011-05-09 22:58
카일라스 가는 길 지은이 : 박범신 출판사 : 문이당 (2007/10/20) 읽은날 : 2010/05/25 카일라스, 그보다는 '성산 카일라스'라는 이름으로 뇌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산. 몇 해 전 방송된 다큐멘터리(SBS스페셜(2006년), <신으로...  
93 산문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Let Your Life Speak) - 파커 J. 파머(Paker J. Palmer) freeism 7777   2012-05-07 2020-03-15 15:21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Let Your Life Speak) 지은이 : 파커 J. 파머(Paker J. Palmer) 옮긴이 : 홍윤주 출판사 : 한문화(2001/12/18) 읽은날 : 2012/05/06 오래전에 어느 블로거가 남긴 평을 보고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  
92 산문 독서 - 김열규 freeism 7343   2011-05-11 2011-05-11 15:42
독서 지은이 : 김열규 출판사 : 비아북 (2008/09/05) 읽은날 : 2011/01/07 # 책과 함께한 나날 <독서>는 책읽기에 대한 깊은 사색이라기보다는 독서를 즐기게 된, 독서에 대한 작가 자신의 회고록에 가깝다. 할머니가 들려주...  
91 산문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Evocative objects : things we think with) - 셰리 터클 (Sherry Turkle) freeism 7102   2011-05-09 2011-05-09 23:10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Evocative objects : things we think with) 엮은이 : 셰리 터클 (Sherry Turkle) 옮긴이 : 정나리아, 이은경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2010/06/10) 읽은날 : 2010/07/28 <시민 케인>을 아는가...  
90 산문 파리는 깊다 - 고형욱 freeism 7030   2011-05-09 2011-05-09 23:28
파리는 깊다 지은이 : 고형욱 출판사 : 사월의책 (2010/08/15) 읽은날 : 2010/09/06 파리에 가고 싶다. 몽마르트 언덕을 가득 메운 군중 뒤를 돌아 파리의 뒷골목을 돌아보고 싶다. 모자이크처럼 깔린 블록을 밟으며 그 누가 ...  
89 산문 책 읽는 청춘에게 - 우석훈외 20인의 멘토와 20대 청춘이 함께 만들다 freeism 7004   2011-05-09 2011-05-09 23:00
책 읽는 청춘에게 지은이 : 우석훈외 20인의 멘토와 20대 청춘이 함께 만들다 출판사 : 북로그컴퍼니 (2010/05/20) 읽은날 : 2010/06/30 젊은 대학생 7명이 모여 책을 펴냈다. 다른 학생들이 토익과 취업에 목매달고 있을 때...  
88 산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 무라카미 하루키... freeism 6910   2011-05-11 2011-05-11 00:06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옮긴이 : 임홍빈 출판사 : 문학사상 (2009/01/05) 읽은날 : 2010/12/31 2002년, 인근에 있...  
87 산문 선방일기 - 지허 freeism 6745   2011-05-09 2011-05-09 15:57
선방일기 지은이 : 지허 출판사 : 여시아문 (2000/07/20) 읽은날 : 2008/04/23 오래전에 읽었던 책인데 외출할 일이 있어 "어디 간단하게 읽을거리 없을까" 하고 무심코 집어들었다. 옛 서책의 모양을 본 딴 단출해 보이는 얇은...  
86 산문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 김원영 freeism 6658   2011-05-09 2017-01-31 22:53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지은이 : 김원영 출판사 : 푸른숲 (2010/04/05) 읽은날 : 2010/04/21 "내가 장애인이라는 걸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누군가 나를 대놓고 차별하거나 비아냥거리...  
85 산문 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 - 이용한, 심병우 freeism 6615   2011-04-07 2011-04-19 00:09
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 지은이 : 이용한, 심병우(사진) 출판사 : 실천문학사 (1998/07/10) 읽은날 : 1998/09/23 우리나라의 산속. 깊은 산속 옹달샘... 전국에 산제되어 있는 오지마을을 찾아다니며 그곳의 삶과 생활, 인정...  
84 산문 수필 - 피천득 freeism 6426   2011-04-07 2011-04-07 22:46
수필 지은이 : 피천득 출판사 : 범우사 (1976/04/20) 읽은날 : 1998/09/25 76년 범우사에서 피천득 님의 수필들을 모아 출판한 책으로 피천득 선생님의 수수한 생활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수필의 의미와 참뜻을 표현한 "수필...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