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카일라스 가는 길


지은이 : 박범신
출판사 : 문이당 (2007/10/20)
읽은날 : 2010/05/25


카일라스 가는 길  카일라스, 그보다는 '성산 카일라스'라는 이름으로 뇌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산.
몇 해 전 방송된 다큐멘터리(SBS스페셜(2006년), <신으로 가는 길, 카일라스>)를 통해 카일라스를 알게 됐을 때 두 눈과 온 몸이 얼어붙는 듯한 강한 인상을 받았다. 황량한 고원 사이에 하얀 봉우리를 세우고 선 모습은 세상의 온갖 잡사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직한 수도승을 연상케 했다. 또한 그 둘레를 몇 년에 걸친 오체투지로 순례하는 티베트 사람들은 어떤가. 온 몸을 던져 신에게 다가가려는 그들의 진지함은 이미 티베트를 설명하는 최고의 상징이 되었다.
 이미 카일라스는 단순한 산이 아니었다. 히말라야의 신비함과 위엄 있는 풍모가 더해져 티베트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어느새 카일라스는 '성산'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책은 티베트 라싸에서 카일라스로 가는 길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작가의 미려한 글 사이로 큼지막함 사진이 간간히 섞여 있다. 심플하게 넘어가는 책장은 TV를 통해 따라가던 여행과는 확연히 틀리다. 좀 더 감상적이 된다고나 할까. 문단과 문단 사이에 숨을 고르며 티베트와 라싸, 카일라스의 모습을 상상한다.
 몇 해 전에 다녀온 라싸가 떠오른다. 희뿌연 모래바람과 야크기름 냄새, 포탈라 궁의 화려함과 티베탄의 질척함이 묘하게 어우러지니 곳. 70년대 부산의 변방을 거니는 듯 하다가도 대형슈퍼와 극장, 한식당을 만나면 이내 중국의 관광지라는 인식으로 되돌아오곤 했던 이국. 그 거친 땅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부드럽게 써내려 간다.


 단순히 여행과 감상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의 현재와 지금의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중국의 지배하에 있지만 티베트 고유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은 여느 나라보다 강했다. 자신의 것을 지키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그들의 모습에서 흥청망청 앞으로만 질주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척박한 땅이었지만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순수한 눈망울을 통해 그들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다.
 박범신 작가의 눈을 통해 티베트의 이면을 계속 여행한다.


 어쩌면 작가가 찾는 곳은 카일라스가 아닐지도 모른다. 카일라스로 가는 여정을 통해 자신만의 ‘성산’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대한 회한의 글을 통해 그가 이미 카일라스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카일라스를 통해 작가의 인생을, 세계관을 보여주는 명상서적을 닮아있다. 여행을 통해, 산을 통해 세상을 둘러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작가의 마음을 진지하게 접하게 된다.


 랜드크루져를 타고 히말라야를 넘을 때가 생각난다. 돌과 진흙이 뒤섞인 길을 지나 계곡을 건너며 길 아닌 길을 뚫고 달리던 히말라야 고원. 덜컹거리는 자동차는 고산증으로 인한 두통을 가중시켰고 매스꺼움과 어지러움은 끊이질 않았다. 거친 평원 너머로 보이는 만년설의 풍광도 아무런 위안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고통마저도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히말라야의 퍼런 하늘과 뜨거운 공기, 어개를 짓누르던 고산증마저도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아련함으로 남아버렸다. 언제고 다시 갈 수 있으려나... <카일라스 가는 길>을 통해 히말라야에 대한 동경이 새롭게 움트기 시작한다.

분류 :
산문
조회 수 :
7919
등록일 :
2011.05.09
22:58:26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1815&act=trackback&key=f11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181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sort
8 산문 책은 도끼다 - 김웅현 freeism 1117   2018-08-09 2018-08-09 13:38
책은 도끼다 지은이 : 박웅현 출판사 : 북하우스(2011/10/10) 읽은날 : 2018/08/09 책을 한동안 손에서 놓은 뒤에 대시 책을 잡으려할 때 이런 책이 제격이다. 어렵지도 않고,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  
7 산문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하완 freeism 1171   2018-08-16 2018-08-16 16:43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지은이 : 하완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2018/04/23) 읽은날 : 2018/08/15 제목에 딱 들어맞는 재미나고 독특한 일러스트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노란 방바닥에 팬티만 입고 기분 좋은 표...  
6 산문 여행의 이유 - 김영하 freeism 1673   2019-06-11 2020-01-12 23:57
여행의 이유 지은이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2019/04/17) 읽은날 : 2019/06/08 모처럼 방문한 처남에게 집 안을 전쟁터처럼 만들어버리는 세 아들을 보내버리고 안방 침대에 누워 느긋하게 책을 펼쳤다. 그때 아내의 텔레비젼...  
5 산문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Deep: Freediving, Renegade Science, and What the Ocean Tells Us About Ourselve... freeism 931   2019-09-14 2019-10-17 22:48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Deep: Freediving, Renegade Science, and What the Ocean Tells Us About Ourselves) 지은이 : 제임스 네스터(James Nestor) 옮긴이 : 김학영 출판사 : 글항아리(2019/08/05) 읽은날 : 2019/09/14 지...  
4 산문 아무튼, 술 - 김혼비 freeism 675   2020-01-14 2020-01-14 11:38
아무튼, 술 지은이 : 김혼비 출판사 : 제철소(2019/05/07) 읽은날 : 2020/01/11 2019년 12월 31일, 직장에서 신년 계획을 논의하는 작은 회의를 마치고는 술을 먹었다. 처음에는 수육으로 시작되었고 2차는 어묵탕과 조개를 소주와...  
3 산문 오늘도, 수영 - 아슬 freeism 405   2020-08-13 2020-08-19 00:39
오늘도, 수영 지은이 : 아슬 출판사 : 애플북스(2019/09/10) 읽은날 : 2020/08/12 수영강습을 시작한 때가 2012년 정도인 것 같다. 매일 새벽, 직장 근처에 있는 지역스포츠센터에서 한 시간 정도 수영을 배우고 출근했던 기억이...  
2 산문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 김비, 박조건형 freeism 429   2020-08-19 2020-08-19 01:03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지은이 : 김비, 박조건형 출판사 : 한계례출판(2020/07/16) 읽은날 : 2020/08/17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이나 국내외의 여행, 혹은 소소한 일상을 적거나, 서툴게 그린 그림을 네이버블로그(blog.naver.com/sanman...  
1 산문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 김중석 freeism 101   2020-12-31 2020-12-31 00:02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지은이 : 김중석 출판사 : 웃는돌고래(2017/03/30) 읽은날 : 2020/12/30 초등학교에 있는 아내가 학생들에게 읽힐 책을 찾다가 내가 생각났다면서 골라온 책이다.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종종 그림을 그리는 ...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