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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고래


지은이 : 천명관
출판사 : 문학동네 (2004/12/24)
읽은날 : 2012/02/11


고래  

# 1.

 

검푸른 바다를 소리없이 유영하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깊은 숨을 몰아쉬는

당신은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가난과 절망에 찌들어버린 세상을 헤치며
돈과 사랑을 쫓아 모진 인연을 쓸어왔으니
그녀의 이름은 금복.
거대한 꿈으로 자신의 고래를 세우던 날
붉은 바다는 결국 그녀를 삼켜버립니다.
 
잿더미로 죽어버린 바다에서
조용히 고래의 시체를 찾는 이가 있었으니
금복의 딸, 춘희.
원죄를 둘러쓰고 불길 속을 헤매던 
당신은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 2.
 
금복은 "이전의 당당하고 인정 많은 여장부의 모습은 간데없고 이기심과 치졸한 복수심으로 가득 찬 속 좁은 사내의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p289)
 
결국 "무모한 열정과 정념, 어리석은 미혹과 무지, 믿기지 않는 행운과 오해, 끔찍한 살인과 유랑, 비천한 욕망과 증오, 기이한 변신과 모순, 숨 가쁘게 굴곡졌던 영욕과 성쇠는 스크린이 불에 타 없어지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함과 아이러니로 가득 찬, 그 혹은 그녀의 거대한 삶과 함께 비눗방울처럼 삽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p301)
 
"그대, 돌아오세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지요.
  해가 지고 달이 뜨고
  수많은 날들이 흘러도
  나는 변함없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한 쌍의 족제비가 사랑을 나누듯
  한 쌍의 잠자리가 사랑을 나누듯
  우리 다시 만나
  예전처럼 함께 사랑을 나누어요.
  그대, 어서 돌아오세요.
  나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p419) 
 
 
# 3.
 
고래가 보인다. 
간지작살의 구라빨에 정신없이 빠져든다.
미쳐버린 초콜릿의 강렬한 중독성이랄까.
흥분된 오감으로 밤잠을 설친다.  
 
이외수 님의 초기 소설을 대했을 때처럼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상당히 독특하고 재미있어 읽는 이를 단번에 사로잡아 버리는 마력 덩어리였다. 하지만 너무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져버린 것일까.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부의 신선함은 그 이상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사그라져 버렸다. 아무래도 표면적인 기교와 재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이야기 구조의 한계가 아닐까.
 
천명관, 그의 이름은 과거형이 아니라 진행형의 이름이지 싶다. 자신만의 독특한 무기로 글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고래같이 거대한 책이다.

 

분류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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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1
등록일 :
201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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