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지은이 : 이장희

출판사 : 문학동네(2013/03/20)
읽은날 : 2015/05/06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대학교 졸업식이 있던 날 서울로 상경한 나는 한남동의 한 주택에 급조된 자취방에서 몇 년을 보냈다. 부산과는 달리 정신이 하나도 없고 엄청 복잡한 서울이었지만 한국의 수도답게 다양한 문화재며 건축물,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문화공연들로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종로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기도 했고, 대학로 거리에서 우연히 록그룹의 공연을 보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홀로 종묘나 명동성당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감회에 잠겨보기도 했다.

  그렇게 3년간의 화려한 서울생활을 마치고 부산에 돌아왔지만 서울에서 받은 문화적 해택은 쉬 잊혀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서울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책방을 찾았다가 서현 님의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다>를 읽게 되었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서울의 도심과 문화가 세세하면서도 자상하게 담겨있었는데 내가 경험한 서울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한 정도로 작은 부분이었다. 내가 놀았던 종로거리와 대학로의 또 다른 모습을 알 수 있었고 종묘와 명동성당의 가치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 읽은 이장희 님의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역시 서울의 본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경복궁에서 시작해 명동, 광화문 광장, 종로, 혜화동, 인사동, 숭례문 등 서울시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그 누구라도 한번쯤은 지나쳐봤을 서울의 거리를 이야기한다. 오래된 고궁의 내력에서부터 개발의 여파에 갈 길을 잃어버린 우리 문화는 물론 길거리에 방치되다시피 한 표지석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도심과 골목길을 돌아본다.  

  특히 현장감 가득한 그의 스케치는 단순히 셔터만 눌러 찍어놓은 디지털 사진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대상과 오랜 시간을 한 공간에서 보내야 하고 주변에는 무엇이 있으며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점 하나, 선 하나를 그리기 위해 몇 번이고 대상을 쓰다듬어야 한다. 이렇듯 그의 그림에는 서울에 대한 애정이 점과 선으로 연결되어 면을 채웠고 여백과 '서울의 시간'이 되었다.

  그림 중간에 삽입된 글 또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버렸거나 알지 못했던 서울 속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려준다. 부드럽지만 때로는 날카로운 일갈을 통해 서울이 놓쳐버린, 아니 우리가 놓아버린 소중한 것들을 아쉬워한다. 유홍준 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보고 있을 때처럼 잔잔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그림에 대한 관심으로 구입한 책이지만 오히려 저자의 소소한 글맛에 더 반해버렸다. 자꾸만 책 표지에 적힌 '이.장.희'라는 이름 석 자에 눈이 간다.


  작년부터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내 주변의 모습을 조금씩 그려보면서 이와 관련된 블로그를 많이 찾게 되었다. 입이 절로 벌어지는 이들의 그림과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너무 재미없게 살아온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제는 세상을 좀 더 찬찬히 들여다봐야겠다.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세상과 나를 보살펴야지. 그러면 나도 언젠가는 부산의 시간을, 가족의 시간을, 나만의 시간을 멋들어지게 그릴 수 있지 않을까...

분류 :
산문
조회 수 :
1523
등록일 :
2015.05.07
07:15:56 (*.113.242.212)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65695&act=trackback&key=2d3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6569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47 인문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 - 유복렬 freeism 2278   2014-04-14 2016-06-13 22:00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 지은이 : 유복렬 출판사 : 눌와(2013/08/06) 읽은날 : 2014/04/13 얼마 전 교직원 연수차 청주의 고인쇄박물관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된 가장 오래된 책인 <직지심체요절...  
46 한국 시간을 파는 상점 - 김선영 freeism 1802   2014-07-15 2016-06-13 21:59
시간을 파는 상점 지은이 : 김선영 출판사 : 자음과 모음(2012/04/10) 읽은날 : 2014/07/15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45 한국 채식주의자 - 한강 freeism 1763   2016-07-07 2016-07-07 23:57
채식주의자 지은이 : 한강 출판사 : 문학동네(2007/10/30) 읽은날 : 2016/06/29 2016년 6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콩쿠르상과 더불어 세계3대 문학상이라는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방송에서는...  
» 산문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이장희 freeism 1523   2015-05-07 2016-06-13 21:31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지은이 : 이장희 출판사 : 문학동네(2013/03/20) 읽은날 : 2015/05/06 대학교 졸업식이 있던 날 서울로 상경한 나는 한남동의 한 주택에 급조된 자취방에서 몇 년을 보냈다. 부산과는 달리 정신이 하나도 ...  
43 외국 바보 빅터(Victor The Fool) - 호아킴 데 포사다(Joachim de Posada), 레이먼드 조(Raymond Joe) freeism 1375   2014-11-17 2016-09-05 23:27
바보 빅터 (Victor The Fool) 지은이 : 호아킴 데 포사다(Joachim de Posada), 레이먼드 조(Raymond Joe)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2011/03/10) 읽은날 : 2014/11/16 빅터의 IQ는 73. 말도 더듬고 행동도 느려 늘 놀림감이 ...  
42 외국 페스트(La Peste)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freeism 1348   2016-09-05 2016-09-06 20:15
페스트(La Peste) 지은이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옮긴이 : 유호식 출판사 : 문학동네(2015/12/26, 초판:1947) 읽은날 : 2016/09/04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 뜨거웠던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선 굵은 땀방울이...  
41 산문 여행의 이유 - 김영하 freeism 1342   2019-06-11 2020-01-12 23:57
여행의 이유 지은이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2019/04/17) 읽은날 : 2019/06/08 모처럼 방문한 처남에게 집 안을 전쟁터처럼 만들어버리는 세 아들을 보내버리고 안방 침대에 누워 느긋하게 책을 펼쳤다. 그때 아내의 텔레비젼...  
40 외국 인간 (Nos Amis Les Humains) - 베르나르 베르베르 (Bernard Werber) freeism 1197   2014-08-03 2016-09-05 23:27
인간(Nos Amis Les Humains) 지은이 :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옮긴이 : 이세욱 출판사 : 열린책들(2004/11/30) 읽은날 : 2014/08/01 아무런 영문도 모른 체 거대한 유리 상자에 갇히게 된 라울과 사만타. 생면...  
39 외국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A Grotesque Romance) -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freeism 1162   2019-01-19 2019-10-17 22:48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A Grotesque Romance) 지은이 :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옮긴이 : 김석희 출판사 : 열린책들(2011/10/10) 읽은날 : 2019/01/08 누구나 한번쯤은 투명인간이 되면 어떨까라는 ...  
38 외국 해부학자(El anstomistra) - 페데리코 안다아시(Federico Andahazi) freeism 1161   2016-10-13 2016-10-23 01:38
해부학자(El anstomistra) 지은이 : 페데리코 안다아시(Federico Andahazi) 옮긴이 : 조구호 출판사 : 문학동네(2011/02/25, 초판:1997) 읽은날 : 2016/10/13 현대소설보다는 고전 중심으로 책을 보려고 노력 중이다. 요즘 책들...  
37 산문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 김현길 freeism 1160   2015-04-06 2016-06-13 21:31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지은이 : 리모 김현길 출판사 : 재승출판(2015/03/23) 읽은날 : 2015/04/05 작년부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릴 적 기억이 숨어있는 본가의 거실 모습을 이면지에 그려보게 된 것이 그 시작인데 어색하고 ...  
36 외국 정글북(The Jungle Book) -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 freeism 1071   2016-06-21 2016-09-05 23:24
정글북(The Jungle Book) 지은이 :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 옮긴이 : 손향숙 출판사 : 문학동네(2010/08/23, 초판:1894) 읽은날 : 2016/06/18 2016년 디즈니사에서 만든 <정글북>이 미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다는 ...  
35 인문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 이형주 freeism 1035   2017-02-27 2018-08-04 23:14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지은이 : 이형주 출판사 : 책공장더불어(2016/11/30) 읽은날 : 2017/02/20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 섞여 나온 커피를 갈아 마시는 루왁 커피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야생 사향고양이 배...  
34 한국 뜨거운 피 - 김언수 freeism 1026   2016-10-27 2016-10-27 22:54
뜨거운 피 지은이 : 김언수 출판사 : 문학동네(2016/08/20) 읽은날 : 2016/10/23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부산 송도해수욕장을 자주 갔었다. 같은 부산이라지만 우리 집과는 정 반대 방향인 남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어 대...  
33 인문 비숲 - 김산하 freeism 988   2016-05-31 2016-06-13 21:27
비숲 지은이 : 김산하 출판사 : 사이언스 북스(2015/05/08) 읽은날 : 2016/05/30 부산에서는 '원북원부산'이라고해서 매년 한 권의 책을 정해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학교에 있다 보니 독서나 글쓰기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