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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과일 사냥꾼 (The Fruit Hunters)


지은이 : 아담 리스 골너 (Adam Leith Gollner)
옮긴이 : 김선영
출판사 : 살림출판사 (2010/07/10)
읽은날 : 2010/08/31


과일 사냥꾼  "현재 사과 품종 중 이름 있는 것만 해도 2만 개가 넘는다. 이름 없는 야생품종을 제외한 수치다. 또한 사과 종류 전체는 전부 셀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하루에 사과 하나가 아닌, 각기 다른 사과 하나씩을 먹더라도 평생 먹을 수 있거나 적어도 55년이 걸린다." (p22)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사과, 배, 수박, 참외, 복숭아, 딸기, 감, 귤, 바나나, 포도, 파인애플, 자두... 내가 알고 있는 과일만 하더라도 고작 십여 가지뿐인데 사과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었다니. 우리가 과일을 너무 무신경하게 대해 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과일 사냥꾼>은 달랐다. 여기에는 과일에 대한 모든 것과 과일에 살고 죽는, 과일마니아들이 총출동한다. 그들에게 과일은 삶의 여유이자 놀이였고 목적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무관심하게 먹어오던 과일에 의미가 더해줬다. 과일 사냥꾼과 함께 과일에 대한 친숙하고도 낯선 탐험을 시작한다.


 과일, 따지고 보면 사과나 배, 수박, 복숭아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종류도 있지만 최근에는 비행기를 타고 온 낯선 과일도 만만찮게 보인다. 특히 망고스틴과 두리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망고스틴을 처음 본 건 시내의 한 뷔페에서였다. 수류탄처럼 생긴 원형의 과일로 적갈색 표면에 이슬이 서려있을 만큼 찬 상태로 진열되어 있었다. 미리 잘라놓은 두껍고 딱딱한 껍질을 반으로 나누면 마늘 같은 하얀 속살이 나오는데 미끈거리듯 다가오는 달콤함이 입속을 타고 녹아내렸다. 우리의 전통적인 과일과는 다른 독특한 맛은 열대지방의 강열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또한 두리안은 어떤가. 그 독특한 생김새만으로 우리를 압도한다. 뾰쪽뾰쪽한 이놈을 처음 봤을 때는 지구상에 존재할 것 같은 않은, 괴기영화에나 나올법한 악마의 모습이었다. 생소한 모습만큼이나 맛도 궁금했지만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아직 맛보지는 못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양파 썩는 냄새 같은 독특한 향기와 의외의 달콤함이 극과 극을 달린다고 했다.


 <과일 사냥꾼>에서는 이 이외에도 수많은 과일들이 등장한다. 지역 청과물 시장에 진열된 과일부터 크기와 이름, 색과 맛을 달리한 열대성 과일까지 그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다. 미국, 중국, 일본, 태국, 보루네오, 그리고 아프리카를 돌며 맛과 향이 독특한 과일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특히 여성의 음부를 닮았다는 독특한 모양의 과일, 코코드메르(coco-de-mer)가 인상 깊다. 인도양의 세이셸 섬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종으로 20,000여 그루 정도의 코코드메르 야자수만 남아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무와 열매는 국가에서 엄격하게 관리중이며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 "부드럽고 푸딩처럼 부들거리는 식감"을 느껴볼 수 없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도 현지로 날아가 오랜 설득과 기다림과 겨우 맛봤다고 했다.


 과일 못지않은 주인공이 있었으니 이들이 바로 과일 사냥꾼이다. 과일에 죽고 사는, 과일에 미쳐버린 이들은 새롭고 진귀한 과일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대가나 위험, 심지어는 불법이나 밀수도 서슴지 않았다. 시장에서 파는 과일만 먹어오던 일반인에게는 미친 짓으로 들릴 이야기들이 여기서는 비일비재했다.
 과연 무엇이 그들을 과일 속에 빠져들게 했을까. 형형색색의 모양과 달콤한 육즙? 아니면 남들이 먹어보지 못한, 갖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한 소유욕? 혹은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나 돈벌이의 대상, 투자의 목적이었을까? 단순하게 보이는 과일 한 조각에 인간의 애증과 욕망이 서려있다고 생각하니 무섭기까지 했다.


 과일의 인기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기도 했다. 사과에 포도 향을 입힌 변종 그레이플에 대한 의구심과 만병통치약으로 소개되는 일부 과일들을 예로 들면서 과일 뒤에 숨어 있는 상업주의의 속성을 들여다본다. 우리들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저렴한 과일이지만 중국에서 들여와 뉴질랜드에서 개발시켜 대박을 터트린 키위처럼 그 경제적 효과는 엄청났다. 향기로운 과일 이면에 숨겨진 신맛처럼 엄청난 부는 자연과 건강을 등에 업고 성장해갔다.
 하지만 과일 산업의 양적 팽창은 과일의 질까지 높이지는 못했다. 우리들에게 오는 과일의 대부분은 성분을 알 수 없는 각종 농약으로 뒤범벅된 체 길러졌고 덜 익은 상태로 수확되었다. 먼 거리를 날아오기 위해 각종 화학첨가물 속에 보관되어 그 신선도를 잃어만 갔고 급기야 우리들은 시각적으로만 그럴듯한 과일만을 즉흥적으로 구입해왔다. 결국 최초 수확된 과일과 우리가 먹는 과일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먹던 과일이 단순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 흔한 사과 한쪽에도 자연의 조화와 농부의 땀,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숨어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 생활에 여유가 생긴다면 내 손으로 직접 가꾼 과일을 먹어보고 싶다. 하다못해 야채라도 말이다. 그 속에 녹아있을 자연과 인간의 기운을 온 몸으로 느껴보고 싶다.

분류 :
인문
조회 수 :
6417
등록일 :
2011.05.09
23:18:52 (*.182.22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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