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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에 50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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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무진기행

지은이 : 김승옥

출판사 : 민음사 (1980/11/30)

읽은날 : 2012/03/10


무진기행  

  <무진기행> (1964)
  잘나가는 처가의 도움을 받으며 그럭저럭 제약회사에 다니던 윤희중은 전무 승진을 앞두고 무진으로 휴양을 온다. 그의 고향이었지만 별다른 특색 없는, 아니 자욱한 아침 안개가 유달리 인상 깊은 무진에서 이곳 생활의 답답함을 호소하는 음악선생을 알게 되고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급한 회의가 있다는 아내의 전보를 받고 서둘러 상경하게 된다.
  1964년  발표된 김승옥 님의 대표작으로 고향에서 만난 낯선 여자와 중년 남자의 사랑을 그린 '불륜'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고 있다. 1964년이라는 시대를 감안한다면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지만 무진이라는 갑갑한 공간과 의미없던 서울 생활의 묘한 교차로 인해 그리 외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창 진행되던 산업화에서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던 우리들의 아버지, 60년대 중년들의 소외감을 무진이라는 습기찬 풍경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서울 1964년 겨울> (1965)
  고등학교 졸업 후 구청 병사계에 일하는 나, 부잣집 장남에다 대학원생이던 안, 그리고 죽은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아 받은 돈을 오늘 밤에 다 써버리려 작정한 서적외판원, 이렇게 셋이서 서울의 밤거리를 헤맨다. 술을 마시고, 불구경을 하고, 여관에서 잠을 청한다. 하지만 다음날 나와 안은 서적외판원이 자살한 것을 알고는 서둘러 여관을 도망 나온다.
  여러 사람들이 서로 단절된 체 살아가는 서울, 단지 그곳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원죄를 범하는 것일까? 어떤 평론가는 이 단편을 두고 "한국 시민사회의 자화상"이라 표현했건만, 그 스산한 분위기 속에 감추어진 '무엇'을 발견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생명연습> (1962)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김승욱 님의 등단작으로 형과 어머니, 성직자, 예술가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과의 싸움, 극기(克己)를 재구성한다. 
  치열한 그 무엇을 향해가는 꿈틀거림, 절규 같다고나 할까. 미완성인데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모순투성이의 우리 인생을 보는 것 같다.
 
  <건(乾)> (1962)
   간밤에 있었던 빨치산의 습격으로 마을은 엉망이 되었고 계획되있던 형의 무전여행도 무산되었다. 나는 등굣길에 윤희 누나를 통해 '빨갱이'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리를 듣고는 반 친구들과 함께 묘한 흥분 속에서 구경을 했다. 그날 오후, 아버지와 형, 형 친구들과 함께 '빨갱이'의 시체를 묻고 오는 길에 윤희 누나를 마주친다. 형과 그의 친구들은 그녀를 겁탈할 계획을 세우지만 나는 이런 계획을 알면서도 은근히 돕기까지 한다.
  사람의 죽음마저도 한낱 유희거리로 전락해버리던 시절이니 여고생 하나쯤 유린하는 것이 무슨 대수랴!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우리는 너무 잔인해졌다. 죽음마저도 무덤덤하게 지켜보는 우리는 이미 공범자들이었다.
 
  <역사(力士)> (1963)
  판자촌에서 함께 하숙을 했던 서씨 아저씨는 대단한 힘의 소유자였다. 어느 날 밤, 동대문의 벽돌을 옮겨 보임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스스로 증명한다. 하지만 판자촌에서의 생활은 옛 기억이 되었다. 새로 옮긴 하숙집은 쓰러져가는 판잣집이 아니라 깔끔하게 지어진 양옥이었다. 더구나 가풍을 세운다는 집안 어른의 말씀처럼 모든 것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빛의 세계였다. 
  카인의 징표를 놓고 고민하던 싱클레어를 보게 된다. 어둠 속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자유의 즐거움이랄까. 온갖 규제와 질서로 갑갑해진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차나 한 잔> (1964)
   일간신문에 연재하던 만화가 며칠째 실리지 않았다. 신문사로 찾아간 나는 "차나 한 잔 하러 가실까요?"라고 문화부장의 뒤를 따라 찻집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예상했던 데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 다른 신문사를 찾아가봤지만 상황은 마찬가지. 아침부터 따라다닌 설사처럼 그의 삶도 쓰라리기 시작했다.
  차나 한 잔 하자는 단순하면서도 일상적인 말 한마디, 그 속에는 사과, 아부, 부탁, 거절과 같이 쉽게 표현하기 힘든 우리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커피의 달콤함으로도 무마하기 힘든 쓰디쓴 인생이여~
 
  <다산성> (1966)
 상당히 길고, 상당히 모호하다. 야유회에서 잡아먹을 돼지와 연극에서 등장하는 토끼, 그리고 어느 날 사라져버린 노인은 하숙집 숙이와의 비밀스런 사랑과 함께 <다산성>이라는 제목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었다. 다산성? 무엇을 다산(多産)한다는 말이지?
  한 블로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무기력하고 왜소한 주변인의 일상을 통해 인간소외 문제를 생각케하는 세태풍자소설"이라 했지만 어디에서도 '풍자'를 느끼진 못했다. 나의 얕은 문학성을 원망하는 수밖에...
 
  <염소는 힘이 세다> (1966)
  "염소는 힘이 세다. 그러나 염소는 오늘 아침에 죽었다. 이제 우리 집에 힘센 것은 하나도 없다."
  염소 고기로 국을 끓여 팔자 생활은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고깃국을 먹으려 드나들던, 승합 운전수를 감시하던 아저씨에 의해 누나는 강간당한다. 나는 그 아저씨가 죽도록 미웠지만 승합차 안내양으로 취직시켜준 것밖에 모르는 할머니는 그를 고맙게만 여긴다. 
  힘의 논리에 저항할 수 없는 소시민의 모습이 안쓰럽다. 육체적인 힘은 물론 돈과 권력이 힘, 그리고 취업의 힘까지. 염소로 대변되는 정의는 힘의 논리 앞에 무색해져 버렸다.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야행> (1969)
  사내 결혼을 숨기며 살아가는 현주는 휴가 마지막 날, 자신을 손목을 잡아끄는 이름 모를 남자와 함께 여관에서 동침을 한다. 숨기고 싶은 기억이었지만 불현듯 다시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한 남자의 손에 이끌려 호텔 앞까지 갔지만 자신의 얼굴을 힐긋 돌아보던 남자가 갑자기 혐오스러워졌다.
  일회적이며 우연적인 남자들의 일탈과 결혼마저도 숨길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우리 사회가 바라는 '여성의 정조'는 무엇이며, 여자이기에 숨겨야했던 욕망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서울의 달빛 0장(章)> (1977)
  유명 여배우와 결혼한 나는 그녀의 의심스런 과거와 문란한 현재를 확인하고는 이혼을 했다. 그리고 살던 집을 팔아 최고급 차를 사고 나머지는 통장에 넣어 그녀에게 주려했다. 하지만 뭔가 새로 시작될 것 같은 기대는 찢어진 통장처럼 산산 조각나 버렸다.
  성적인 가십거리로나 등장하는 연예인을 통해 사랑과 결혼, 가족의 숨은 의미를 들춰본다. 점점 개방되어가는 성문화 속에서 사랑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어떤 것이었는가, 상품화된 성을 욕하기에 앞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직도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믿는 것은 아닐까...   
  
 
변명의 여지도 없는 완전한 참패랄까. 도시화, 상업화와 같은 시대상황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우리 소시민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신과 이웃, 돈과 명예, 사랑과 욕망 등 궁색하게 고립된 우리들의 아픈 과거를 흔들어 깨우며 잃어버렸던 인간애를 되돌아보게 한다.
  김승옥 님은 이렇게 까발려진 우리들의 민얼굴을 통해 현재를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보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50여년이 지난  지금, 물질적으로 풍족해진 변화 외에는 그리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가슴 속에는 여전히 높은 벽으로 막혀 있는 것 같다. 
  '서울, 2012년 겨울'의 모습은 어떠할지 자문하게 된다...

  그리고 단편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덧붙이자면, 잘 이해되지 않는 내용도 있었지만 평론가나 블로거의 글을 찾아 읽다보니 그 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어렴풋이 머릿속에 남아있던 생각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면서 모호하게만 느껴졌던 단편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런 눈 맛에 다시금 단편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모호한 단편에 대한 정보를 찾던 중 그의 작품으로 진행되는 인터넷 수능 강의를 봤다. 작품을 등장인물과 시점, 배경과 사건으로 구분해 도식화하고는 명쾌하게 설명했다. 물론 이런 분석이 문학을 이해하는 올바른 모습이라 보기는 힘들지만 내용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 예술작품에 대한 '분석'을 '작품의 폭넓은 해석'을 막는 걸림돌로만 생각하지는 말아야겠다.
 
 

분류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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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3
등록일 :
2012.03.11
01:48:17 (*.182.22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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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

2012.07.13
13:25:16
(*.157.221.79)

1989년 동명공고 독서토론회에 참가하면서 읽었던 <무진기행>.

기억나는 게... 남자 혼자 돌아댕기는 거랑 안개밖에 없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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