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7/04/30)
읽은날 : 2007/10/14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한때는 소설보다 수필이나 산문을 많이 읽었다. 한 인물에 대한 가식 없는 모습이나 일상의 잔잔함을 편안하게 음미해 볼 수 있기 때문인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평이함에 심심함과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도 보는 시각에 따라 천차만별로 각색될 수 있기에 너무 개인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저자는 이렇게 좋은 느낌과 생각을 글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이끌어 낼 수 있을까하는 실천에 대한 의구심도 한 몫 했었다. 물론 수필이나 산문이 갖는 한계성, 즉 소설에 비해 글쓴이의 숙련도가 떨어지고 전업작가의 부업 정도로 취급되는 현실도 한 이유였다.
사실 소설이 재미도 있고 다양한 추론들도 가능하기에 동네 뒷산 하나를 딸랑 넘는 것과 같은 ‘무형식의 글’이 아니라 산줄기를 타고 종주를 하듯 엄청난 시간과 전문적인 노력을 기울인 전문 ‘글꾼’의 이야기가 더 구미에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산문을 밀쳐두고 소설 읽기에 편중하다보니 내 생각도 지나치게 흥미위주로 편협해져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을 소설의 기승전결처럼 구분하며 좀 더 자극적인 사건을 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엔 의식적으로 산문집을 골랐다. 물 흘러가듯, 일상의 흐름 속에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산문집으로, 나의 젊을 시절을 함께했던 이외수 님의 산문집을 펼쳤다.


책의 제목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지만 정작 여자와 관련된 글은 전체의 반 정도 될까. 나머지는 외수 형님 특유의 사회비판적인 ‘언어유희’로 채워진다.
여자에 대한 부분 역시 여자를 사랑과 물질이라는 두 측면으로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그려놓은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사랑도 중요하고 돈이나 환경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여자는... 무엇이다‘ 식의 명제로 논하기엔 인간과 우리사회가 너무 복잡 미묘한데 말이다.
인간과 사랑, 마음과 물질을 대하는 확고한 자신감은 좋지만 자칫 숲의 전체만을 의식한 나머지 이를 구성하는 한그루의 나무를 보지 못할까 걱정스럽다.


이외수, 언제나처럼 그의 책 속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속물과는 대별되는 무엇이 존재한다. 아니 그 이상의 ‘무위자연’이 금전만능주의에 빠진 현대인을 조롱하며 등장한다.
하지만 나도 이제 사회의 양면을 들여다볼 만큼의 나이가 되었기에 한 두 마디로 정의되는 형이상학적인 문답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되었다. 세상일이란 것이 어디 그리 간단하랴. 사회전반의 모든 것들이 실타래처럼 엉켜있어 어느 한부분만의 문제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사전처럼 간단하게 정의될 수도 없고 선과 악의 구분도 상대적이고 모호하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의 당사자나 혹은 이를 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 마련인데 어찌 무불도통의 도인이라도 되는 양 한 두 마디의 명제로 섣부르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아무튼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지 않을까. 물질문명에 대한 지나친 폄하가 거북하다. 돈과 물질이 오늘날의 전부를 말할 수는 없다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외수 형님도 고가의 베스트셀러를 양산하며 그에 대한 인세를 받아 생활하는 기성작가로서 지나친 비판은 자신의 얼굴에 침 뱉는 꼴밖에 더 되겠는가. 물질문명을 혹독하게 비판하기 전에 출판사와 협의해 풍선처럼 부풀어진 형님의 책값부터 낮추는 것은 어떨는지. ‘감성’을 내세우며 편협한 거인으로 변해가는 ‘외수주의’부터 되짚어 보는 것은 어떨는지 생각해본다.
(조금 과격하지만 영원한 ‘사부님’으로 존경하는 분이기에 적습니다. 부디 용서하시고 받아주시길...)


‘과유불급(過猶不及)’
논어에 나오는 말로 친구의 대화명으로 쓰였던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어느 한 가지 측면에만 얽매이지 말고 중용의 미덕을 찾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외수 님의 건승을 빌며 책에 소개된 형님의 시로 마무리할까 한다.


나도 허리 굽은 그 나이까지 꽃이 될 수 있을까.

(이외수 님의 시 <할미꽃> 전문)

분류 :
산문
조회 수 :
3799
등록일 :
2011.05.06
21:34:09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1142&act=trackback&key=84f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114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sort 최근 수정일
227 외국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nd Then There Were None) - 애거서 크리스티 (Agatha Christie) freeism 4253   2011-05-04 2011-05-04 01:05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nd Then There Were None) 지은이 : 애거서 크리스티 (Agatha Christie) 옮긴이 : 이가형 출판사 : 해문출판사 (1994/05/15) 읽은날 : 2007/08/31 ‘휴~’하는 한숨소리가 더 길게 느껴진다. 지루하...  
226 한국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 서진 freeism 5247   2011-05-04 2011-05-04 14:57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지은이 : 서진 출판사 : 한겨레출판 (2007/07/18) 읽은날 : 2007/09/19 나는 누구이고, 왜 여기 있는가? 기억을 잃어버린 체 뉴욕의 지하철을 맴도는 하진은 지하철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어김없이 기절...  
225 외국 파피용 (Le papillon des etoiles) - 베르나르 베르베르 (Bernard Werber) freeism 5450   2011-05-04 2011-05-06 21:36
파피용 (Le papillon des etoiles) 지은이 : 베르나르 베르베르 (Bernard Werber) 그 림 : 뫼비우스 (Moebius) 옮긴이 : 전미연 출판사 : 열린책들 (2007/07/10) 읽은날 : 2007/10/11 3개월 전, 베르나르의 <파피용>을 출판되...  
» 산문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 이외수 freeism 3799   2011-05-06 2011-05-06 21:35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7/04/30) 읽은날 : 2007/10/14 한때는 소설보다 수필이나 산문을 많이 읽었다. 한 인물에 대한 가식 없는 모습이나 일상의 잔잔함을 편안하게 음미해 볼 수 있기 때...  
223 외국 대유괴 (大誘拐) - 덴도 신 (天藤 眞) freeism 4997   2011-05-06 2011-05-06 21:38
대유괴 (大誘拐) 지은이 : 덴도 신 (天藤 眞) 옮긴이 : 김미령 출판사 : media 2.0 (2007/08/23) 읽은날 : 2007/11/16 우연히 집어든 영화잡지에서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2007)의 소개글을 봤다. 수백억 재산을 모은 권순분 여사...  
222 산문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쾨하게 사는 법 - 막시무스 (이근영 freeism 4121   2011-05-06 2011-05-06 21:41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쾨하게 사는 법 지은이 : 막시무스 (이근영) 출판사 : 갤리온 (웅진씽크빅 단행본 그룹, 2006/07/21) 읽은날 : 2007/12/05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명언들이 일관성 없이 나열된다. 아무 생각 없이 읽...  
221 외국 스켈리그 (Skellig) - 데이비드 알몬드 (David Almond) freeism 4381   2011-05-06 2011-05-06 21:44
스켈리그 (Skellig) 지은이 : 데이비드 알몬드 (David Almond) 옮긴이 : 김연수 출판사 : 비룡소 (2002/01/14) 읽은날 : 2007/12/10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마이클은 허물어져가는 차고에서 신음하는 ‘그’를 발견하고는 새롭게 알...  
220 한국 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freeism 4705   2011-05-06 2011-05-06 21:46
즐거운 나의 집 지은이 : 공지영 출판사 : 푸른숲 (2007/11/20) 읽은날 : 2007/12/26 <즐거운 나의 집>은 신문연재를 마치기 전부터 사생활 침해에 대한 전 남편의 고소로 조금 시끄러웠던 책이다. 그때 신문을 통해 세 번의 이...  
219 한국 하악하악 - 이외수 freeism 3838   2011-05-09 2011-05-09 14:43
하악하악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8/03/30) 읽은날 : 2008/04/22 이외수 님의 신작이 나왔다. ‘이외수의 생존법’이라는 부재를 달고 온 이 산문집은 제목부터가 특이하다. <하악하악>! 최근 외수님이 블로그(www.playt...  
218 산문 선방일기 - 지허 freeism 6608   2011-05-09 2011-05-09 15:57
선방일기 지은이 : 지허 출판사 : 여시아문 (2000/07/20) 읽은날 : 2008/04/23 오래전에 읽었던 책인데 외출할 일이 있어 "어디 간단하게 읽을거리 없을까" 하고 무심코 집어들었다. 옛 서책의 모양을 본 딴 단출해 보이는 얇은...  
217 한국 촐라체 - 박범신 freeism 4366   2011-05-09 2011-05-10 00:35
촐라체 지은이 : 박범신 출판사 : 푸른숲 (2008/03/05) 읽은날 : 2008/05/29 촐라체(6440m),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서남쪽 17Km, 남체 바자르 북동북 14Km 지점에 위치한 6440미터 봉우리로 전 세계 젊은 클라이머들이 오르기를 열...  
216 한국 바리데기 - 황석영 freeism 3807   2011-05-09 2011-05-09 22:13
바리데기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창비 (2007/07/13) 읽은날 : 2008/06/11 “‘바리’를 ‘버리다’의 뜻으로 해석하여 무가의 내용대로 ‘버린 공주’로 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바리’를 ‘발’의 연철음으로 본다면 ‘발’...  
215 외국 데미안 (Demian) -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freeism 4091   2011-05-09 2011-05-09 22:14
데미안 (Demian) 지은이 :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옮긴이 : 전영애 출판사 : 민음사 (1997/08/01, 초판:1919) 읽은날 : 2008/07/02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이자 현대인의 필독 고전, <데미안>! 하지만 ‘고전’이라는 단어와...  
214 사람 스티브 워즈니악 (iWOZ) - 스티브 워즈니악 (Steve Wozniak), 지나 스미스 (Gina Smith) freeism 3323   2011-05-09 2011-05-09 22:14
스티브 워즈니악 (iWOZ) 지은이 : 스티브 워즈니악 (Steve Wozniak), 지나 스미스 (Gina Smith) 옮긴이 : 장석호 출판사 : 청림출판 (2008/01/05) 읽은날 : 2008/07/10 사실 자서전을 포함한 전기물은 그다지 잘 읽는 편이 아...  
213 한국 마이 짝퉁 라이프 - 고예나 freeism 4033   2011-05-09 2011-05-09 22:15
마이 짝퉁 라이프 지은이 : 고예나 출판사 : 민음사 (2008/06/13) 읽은날 : 2008/08/29 “요즘 책은 너무 쉽고 가볍습니다. 이런 세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학에서 이런 가벼운 것들만 존재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나...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