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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파라다이스 (Paradis sur Mesure, 1,2)


지은이 : 베르나르 베르베르 (Bernard Werber)
그   림 : 김정기, 문지나, 아이완, 오영욱, 이고은
옮긴이 : 임희근
출판사 : 열린책들 (2010/03/22)
읽은날 : 2010/11/11


파라다이스  몇 달 전에 두 권 모두를 구입해 놓고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펼치게 되었다. 베르나르의 화려한 글 솜씨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두 권으로 엮인 단편집이라는 특성상 언제 읽는 것이 좋을지 가름해왔었다. 거기다 SF적이고 코믹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소개를 들었기에 이 기다림의 시간을 즐겼는지도 모르겠다.
 <파라다이스> 1, 2권에는 총 열 일곱 편의 중단편이 등장한다. '있을 법한 미래'와 '있을 법한 과거'를 통해 있지 않을 법한 현재를 되돌아본다. 비상식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한 오늘을 과거와 미래를 통해 풍자한다. 일단 대표적인 단편부터 살펴보자.


 <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
 우리의 이기심과 무관심으로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되고 있는 자연. 이제는 자연의 해택으로 우리의 문명을 키울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숲과 오존층은 파괴되고 석유는 고갈될 것이다. 이제 공기와 물까지도 사먹어야 할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베르나르는 그런 우려는 과장된 모습의 단편으로 형상화했다. 환경파괴를 우려해 이를 위반하는 사람은 무조건 사형에 처해버렸다. 더 이상 환경은 선택이 아닌 절체절명의 필수사항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웃지 못 할 미래 앞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으리라. 발끝에 나뒹구는 휴지가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존중의 문제>
 유명 텔레비전 사회를 맞게 된 보디가드의 독백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콘트라베이스를 통해 세상을 논했던 파트라크 쥐스킨트처럼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보디가드와 유명 사회자 사이의 금전거래를 통해 존중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프로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보디가드와 그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자. 하지만 보디가드가 느낀 모욕감은 다름 아닌 돈이었다. 프로라는 자부심은 적은 돈 앞에서 분개하기 시작했다. 보디가드에게 '존중'은 어떤 의미였을까.


 <사라진 문명>
 환경오염과 전쟁으로 사라진 문명을 찾아 나선다. 이들은 지상의 삶이 파괴되자 지하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그들의 싸움은 계속되었고 결국 멸망해버렸다. 이들은 다름 아닌 '인간'. 한 마리의 개미를 통해 잊혀진 문명을 회고한다.
 소설 <개미>를 연상케 했다. 우리를 휘감고 있는 이기심을 본다면 이런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개미에게 문명의 주도권을 내어주기 싫다면 지금 당장 사랑해야 하리라. 지구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사랑해야 하리라.


 <내일의 여자들은>
 마들렌은 방사능에 면역력을 갖는 신인류를 탄생시킨다. <에바103>이라 명명된 이 생명체는 기존의 인간과는 다르게 '알'에서 탄생했다. 여자의 몸을 갖고 있으며 남자 없이도 생식(임신)이 가능한 존재들이다. 만일 방사능으로 인류 전체가 멸망한다고 하더라도 마들렌에 의해 창조된, 알에서 태어난 여자들만이 세상에 남겨질 것이다. 결국 남자들은 존재는 전설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생물학적인 측면에서도 암컷(여성)의 유전자가 우월하다고 한다. 특히, 수컷 없이도 생식이 가능하도록 변이된 암컷 도마뱀(레피도닥틸루스)처럼 암컷의 단성생식으로 진화가 이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먼 미래에는 '남자'들의 존재를 박물관에서나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영화의 거장>
 3차 세계대전으로 인류의 2/3가 사라졌다.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종말의 대표적인 원인이 되이던 국가, 종교, 역사를 부정하며 새로운 사회를 건설했다. 신인류에게는 이제 영화가 가장 큰 관심사로 등장하게 되었고 영화감독인 데이비드 큐브릭은 자신의 명성과 부를 이용해 패쇄적인 공동체마을을 만들었다. 그는 이 마을에서 과거로 여행할 수 있는 타임머신을 만들어 과거의 실제 삶을 찍어 영화로 만들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의 역사를 본다는 사실을 모른 체 영화를 극찬했다.
 역사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했던 큐브릭, 그를 통해 과거를 새롭게 해석했다. 과거는 '버려야 할 악습'이 아니라 미래의 해법을 쥐고 있는 열쇠라는 것이다.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었던 역사일지라도 그 속에는 또 다른 희망이 숨어있다고 믿었다. 베르나르 역시 '앞으로'만 외치는 우리의 모습에서 세계대전보다 무서운 미래를 봤던 것은 아닐까.

<농담이 태어나는 곳>
 농담의 기원을 쫓아가는 트리스탕은 유머를 만들어내고 전달하는 GLH라는 비밀집단에 들어간다. "유머의 시작은 어디일까?"라는 조금 황당한 질문에서 시작된 이 단편은 단순한 킬링타임용으로 머물렀던 유머를 철학의 경지까지 끌어올렸다. 물론 조금 억지스럽기는 했지만...
 이런 기발한 생각을 소설로 옮겨놓을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인상깊다. 무심결에 넘어가는 일상의 소재를 통해 그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 이것이야말로 소설가만이 갖고 있는 탁월함이지 싶다.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
 “법칙은 마르고 닳도록 똑같은 것이다. 음악이든 텔레비전이든 출판이든 마찬가지다. 이미 잘 팔린 내용을 메겨서 예술 작품을 계산과 확률의 기준표 속에 집어넣는 거다.”
 이제 세상은 경제성의 원칙에 따라 좌우될 뿐이다. 확률과 통계를 벗어난 감성은 현실성 없는 몽상으로 치부되었고 개인의 자유의지는 사회적 획일화 속에 묻혀버렸다.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는 '사회'의 틀에 갇혀버린 우리시대의 초상이었다.
 인간이 거대한 컴퓨터의 일계 프로그램으로 느껴진다. 계획과 절차, 효율성과 능률, 분석과 통계라는 수치화된 코드에 맞춰진 현대인을 보는 것 같다. 순간,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관계와 계획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졌다. 몇 분간이라도 좋으니 온전히 나만을 바라보고 싶었다. 심호흡과 함께 눈을 감는다... 어둠속을 응시하며 나를 쉬게 한다.
 프리즘 로그오프!


 "여러분이 직접 생각해야만 하는 것을 누가 여러분에게 말해 줄 거라 기대하지 마십시오. 어떤 외부적 영향도 받지 말고 혼자 깊이 생각하십시오. 설령 여러분 생각이 틀렸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저지르는 오류조차 여러분을 규정합니다. 적어도 그 오류가 여러분 대신 생각하려는 사람들 것이 아니라, 여러분만의 것이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자유를 활용하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자유를 잃게 됩니다." (2권, p218)


 과거와 미래에 대한 풍자와 상상은 단순한 유희거리를 넘어서고 있다. 인류의 기원과 발전, 그로인해 발생된 무수한 문제점을 돌이켜보면서 우리들의 화려하지만은 않을 미래를 예견한다. 인류의 미래는 몇몇 작품에 등장하는 것보다 더 암울하거나 아예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베르나르는 그 해결의 실마리 역시 인간이 쥐고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인간의 오만함과 이기심이 우리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결국 오늘의 우리가 미래의 우리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파라다이스>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베르나르의 목소리는 언제나 '인간'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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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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