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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별들의 들판


지은이 : 공지영
출판사 : 창비 (2004/10/25)
읽은날 : 2005/01/27


별들의 들판 출판기념으로 공지영님의 친필 사인이 된 책을 준다기에 서둘러 신청하고는 “2004.10 공지영”이라 적인 속지를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양 자랑스레 쳐다봤었다. 그때, 서둘러 주문하느라 못보고 지나친 “단편집”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당혹감! 아무튼 나에게 단편집은 부담스러운 존재다. 긴 사건의 연속선상에서 특정 부분을 오려내 형상화한 단편은 나 같은 형이하학적인 무식쟁이에게는 밑도 끝도 없는 실험영화처럼 난해하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단편은 잘 읽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것도 나름의 ‘기회’인지라 긴 망설임 끝에 이제야 책을 펼쳤다.


역시나...
“좋은 책은 읽는 도중에 자꾸 접혀지는 책”이란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글의 여운과 감흥을 멀리 허공을 보면서 되새기게 된다는 말이었는데 이 책이 꼭 그 꼴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글의 의미를 생각하기 위해 책을 접는 것이 아니라 단편이 갖는 모호함에 잠시 고개를 떨어뜨렸다는 점이리라. 소설의 끝은 “그래서? 그래서 어찌되었단 말이데?”하는 푸념으로 마무리되기 일쑤였고 단편소설하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은 또 얼마였던지...
아무튼 이 책을 보면서 평소에 형식적인 결말이나 외적인 구성에만 너무 치중하며 책을 읽은 건 아니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드러나지 않는 은은함이 ‘참 아름다움’일 수도 있는데 그걸 깨닫지 못하고 놓쳐버렸으니...


사설은 그만두고 어쨌든 책을 읽었으니 이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어쩌면 <별들의 들판>과도 별 상관없는 이런 잡념도 감상으로서 나름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해본다.)
독일의 베를린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안개가 낮게 깔린 베를린의 습한 뒷골목을 느리게 배회하듯 페이지를 넘기자 우리의 서글픈 현대사와 뒤섞인 사랑과 이별, 가족애가 애잔하게 펼쳐진다.
특히 편지글 형식으로 5.16 광주사태를 담담하게 그려놓은 <귓가에 남은 음성>과 이념과 신념으로 뜻하지 않은 아픔을 겪게 되는 가족의 이야기, <별들의 들판>이 인상 깊다. 오래전에 읽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가라>의 영향 때문인지 인텔리하고 페미니즘적인 분위기라 짐작되던 공지영님의 이미지와는 조금 생소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분단이나 사상, 이념 같은 삐죽한 모서리들이 여성스러운 부드러움으로 잘 마무리된 듯 하다.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이해하기 힘든 문장들이 간혹 보이지만 공지영님의 새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분류 :
한국
조회 수 :
3759
등록일 :
201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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