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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커피북 (The Coffee Book)


지은이 : 니나 루팅거 (Nina Luttinger), 그레고리 디컴 (Gregory Dicum)
옮긴이 : 이재경
출판사 : 사랑플러스 (2010/06/15)
읽은날 : 2010/09/30


커피북  각박하게 돌아가는 월요일 아침, 잠깐의 틈을 이용해 일회용 커피를 탄다. 갈색 커피와 뒤섞인 설탕, 프리마가 뜨거운 물에 소용돌이치며 희석된다. 은빛 알루미늄 컵을 배경으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깊은 심호흡으로 커피 향을 들이마셨다. 싸구려 커피 한잔이 주는 위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월요일의 여유를 선사한다.
 커피, 너무 친숙해진 탓일까. 그 달콤 쌉싸래한 향에 비해 너무 천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필터에 걸러 마시는 원두커피나 스타벅스로 대변되는 고급커피도 있었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소심남’에게는 너무 화려했다. 오히려 길커피, 자판기 커피와 같은 일회용 커피가 더 편하고 감미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것이 커피의 전부는 아니었다. 편리함을 위해 급조된 커피도 있지만 진한 향과 꾸준한 정성으로 준비된 커피도 세상에는 많았다. 이를 위해 수만리 이국땅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수년을 커피 농사에 매달렸다. 그렇게 수확된 열매는 껍질을 벗기고 씨(커피)를 발라내는 정제과정을 거친 후 수출 길에 올랐다. 대양을 건넌 커피는 고온으로 구워지는 로스팅 과정을 거치는데 굽는 정도에 따라 신맛과 달콤함, 쌉싸래함이 달라졌다. 그 후 여러 커피를 적당히 섞는 블렌딩 과정을 거치면서 깊고 부드러운 커피로 새롭게 태어났다. 물론 일회용 커피의 경우는 다시 가공처리를 거친 후에야 우리 앞에 놓여졌다.


 <커피북>에는 커피의 기나긴 여정과 함께 커피의 기원과 전파과정, 재배하고 수확 가공하는 과정, 커피를 둘러싼 국제적인 이해관계, 네슬레, 맥스웰하우스로 대변되는 대형 커피 업체와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벅스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커피로 인한 환경문제나 사회적 인식변화도 살펴본다. 가히 커피에 대한 백과사전이라 불러도 좋을 내용들이 매끄러운 번역과 함께 실려 있다.
 하지만 달콤함 이면에 숨어 있는 모순과 문제점도 잊지 않았다. 커피 재배를 위해 노예처럼 동원되는 영세 농민들과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도 문제였고 대규모 재배를 위해 무작위로 뿌려지는 농약은 인간뿐만 아니라 환경과 기후에도 심각한 피해를 주었다. 또한 커피나무를 심은 지 2,3년이 지나야 제대로 된 커피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과 해를 건너뛰며 번성하는 커피 열매의 생물학적 특성은 국제 유가와 밀접하게 관련된 농약 가격과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기후조건과 맞물려 커피 값의 폭등과 폭락을 초래했다. 이는 곧 영세 농민, 노동자, 혹은 커피 재배 환경에 전가되는 악순환으로 남았다.
 한 잔의 커피에는 커피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의 애정은 물론이고 저개발국 농민들의 배고픔과 다국적 기업의 이기심, 커피의 생산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투기 세력들까지 뒤섞여 있었다. 한마디로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역사가 혼합된 '인류의 문화사'였던 것이다.


 최근 급성장한 스타벅스 같은 스페셜티 커피 업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놀라운 선견지명으로 싸구려 커피시장에 도전장을 냈고 깊은 맛과 변함없는 품질로 세계시장을 섭렵해 나갔다는, 그래서 일반인에게 고급 커피의 진수를 보여 줬다는 스타벅스. 하지만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커피의 품질을 자신할 수 없게 되었고 지역적인 특색을 무시한 무리한 점포 확장으로 커피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또한 커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나 노동력 착취와 같은 문제를 등한시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스타벅스 열풍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한 끼의 식사비용과 맞먹을 정도의 가격은 일반적인 대학생이나 주부, 직장인에게 부담스러웠지만 고급화 전략을 통한 마케팅과 근사하게 꾸며진 매장, 그리고 누구나가 갖고 있는 우월의식과 호기심은 이들 매장을 들끓게 만들었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원산지의 원두 가격이나 커피 한 잔에 포함되어 있는 로열티가 얼마니 하면서 지나치게 비싼 커피 값의 거품을 경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 커피도 한 번쯤 먹어보고 싶어진다. 늘 먹는 일회용 커피 말고 세계적으로 유행되는 커피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그 화려한 종류만큼이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시키는 이유를 확인하고 싶어진다.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과 칼로리로 인해 섭취량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지만 그 향기로움 앞에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더군다나 이 책을 읽으면서부터는 무슨 의식이나 되는 듯 한잔 씩 타 마시곤 했다. 지그시 눈을 감은 체 커피 향을 음미하며 책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커피 연대기에 귀를 기울인다. 세계를 음미한다.

분류 :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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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5
등록일 :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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