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능소화


지은이 : 조두진
출판사 : 예담 (2006/09/20)
읽은날 : 2006/12/16


능소화 바싹 타들어가는 건조한 겨울날에는 촉촉하게 가슴을 적셔줄 수 있는 ‘사랑 이야기’가 제격이 아닐까. 그러던 중 한 독서토론회에서 12월의 대상도서로 <능소화>가 선정되었다는 말을 듣고 토론회도 참여할 겸 서둘러 장만했다.


표지에 그려진 수묵화풍의 검붉은 능소화와 검게 흘려 쓴 제목에선 시간이라는 한계를 넘어서버린 사랑의 힘이 강하게 느껴진다. 오랜 세월 속에 묵혀둔 진한 과일주 같다고나 할까.
또한 띠지에 적힌 “4백 년 시공을 뛰어넘은 슬픈 사랑”이라는 문구도 인상 깊다. 마치 은행나무에 깃든 천년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 <은행나무침대>의 카피를 보는 것 같아 그 내용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소설은 1998년 4월 경북 안동에서 이응태(1556~1586)의 무덤을 이장하던 중 발견된 ‘원이 엄마의 편지’를 모티브로 능소화의 이미지를 빌어 그려내고 있다.


“소화는 기품이 넘치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원래 이 세상의 꽃이 아니라 하늘의 꽃이라고 합니다. 하늘정원에 있던 꽃을 누군가가 훔쳐 인간세상으로 달아났다고 합니다. 그 아름다움은 이 세상에 따를 것이 없고 사람들이 다투어 어여삐 여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궁궐과 양반가에서 그 꽃을 심고 즐겨온 것이 수백 년이옵니다. 워낙 기품 있는 꽃인 만큼 양민이나 천민들은 감히 가까이할 수 없는 꽃이옵니다. 상민이 제 집에 소화를 심으면 이웃 양반가의 노염을 사 매를 버는 지경이지요. 누구나 가까이 하기엔 아까우리만큼 기품이 넘치는 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소화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기 십상이나 그 속에는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 독이 있습니다.”
(본문 34쪽)


능소화, 너무 아름답기에 그 속에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를 슬픔의 ‘독’을 실제 사건과 작가의 소설적 상상력을 통해 그려놓았다. 남편(응태)을 먼저 보내는 여인(여늬)의 애절한 마음과 이들 앞에 놓인 피할 수 없었던 운명이 한여름, 화려한 꽃을 피우고는 시들지 않고 송이채 떨어지는 능소화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더욱이 쉽고 간결하게 씌어진 문체와 빠른 전개가 진부해지기 쉬운 러브스토리를 넘어 빠르게 몰입하게 만든다. 조금 진부할 수도 있는 전설 같은 먼 이야기를 마치 옆에서 듣는 듯 잔잔하게 써내려간다.


하지만 이를 밝혀내고 풀어놓았던 화자 개입은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 같다. 맘껏 잡아놓은 사랑의 애잔한 분위기를 한순간에 흐려놓는 느낌이랄까. 화자의 개입을 최소로 줄이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조금 상투적일 수도 있는 평이한 내용이지만 그 속에 담겨진 지고지순한 사랑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미완으로 끝난 이들의 사랑을 4백 년이 지난 오늘, 아름답게 이어가고 싶다.


능소화에 얽힌 전설

능소화


옛날에 복숭아 빛 같은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답니다.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 빈의 자리에 앉아 궁궐의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답니다.


빈이 여우같은 심성을 가졌더라면 온갖 방법을 다하여 임금을 불러들였건만 아마 그녀는 그렇지 못했나 봅니다. 빈의 자리에 오른 여인네가 어디 소화뿐이었겠습니까?
다른 빈들의 시샘과 음모로 소화는 밀리고 밀려 궁궐의 가장 깊은 곳 까지 기거하게 된 빈은 그런 음모를 모르는 채 마냥 임금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렸답니다.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는데 돌아가지는 않았는가 싶어 담장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발자국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담장너머 쳐다보며 안타까이 기다림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답니다.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이 불행한 여인은 결국 임금님의 옷자락도 보지 못한 채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조차도 치러지지 않은 채 "담장 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라는 그녀의 유언을 시녀들은 그대로 시행했습니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온갖 새들이 꽃을 찾아 모여드는 때에, 빈의 처소 담장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것이 바로 능소화랍니다.
(네이버 지식검색 참조)

 

분류 :
한국
조회 수 :
3734
등록일 :
2011.05.03
14:51:48 (*.43.57.253)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961&act=trackback&key=75c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96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287 산문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 - 도종환 freeism 3646   2011-04-28 2011-04-28 12:12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 지은이 : 도종환 출판사 : 사계절출판사 (2000/11/20) 읽은날 : 2002/10/15 오늘은 '이종환의 디스크 쇼'가 아닌 '도종환의 교육 이야기'를 듣는다. '이종환'이라는 DJ와 동명이라는 것 때문인...  
286 산문 사람 - 안도현 freeism 3662   2011-04-27 2011-04-27 23:46
사람 지은이 : 안도현 출판사 : 이레 (2002/01/05) 읽은날 : 2002/02/20 사소함,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그 '가벼운' 것들의 따뜻한 이야기. 어린 시절의 동네친구를 만났을 때의 기쁨처럼, 할머니에게서 듣던 동화 속의 ...  
285 한국 당신들의 천국 - 이청준 freeism 3673   2011-05-03 2011-05-03 02:50
당신들의 천국 지은이 : 이청준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1984/09/24, 초판:1976/05/25) 읽은날 : 2006/04/14 인종간의 갈등을 여러 등장인물을 통해 그려놓았던 크래쉬라는 영화였는데 미국 내에서 백인과 흑인, 아시아인과 아랍인들 ...  
284 한국 칼의 노래 - 김훈 freeism 3679   2011-04-28 2011-04-28 23:45
칼의 노래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생각의 나무 (2001/10/22) 읽은날 : 2004/01/29 오래전에 사다가 책장에 꽂아둔 ‘칼’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노랫소리를 따라 남도 뱃길을 흘러간다. ‘공 격 하 라 ~ 물 러 서 지 마...  
283 외국 하나 (One) - 리차드 바크 (Richard Bach) freeism 3698   2011-04-13 2011-04-13 11:04
하나 (One) 지은이 : 리차드 바크 (Richard Bach) 옮긴이 : 강주헌 출판사 : 함께 (1999/04/05) 읽은날 : 1999/10/11 "그러니까 과거나 미래는 그것이 어느 해인가 하는 것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채널에 맞춰져 있느...  
282 인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Le Livre Secret des Fourmis) - 베르나르 베르베르 (Bernard Werber freeism 3707   2011-05-01 2011-05-01 01:17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Le Livre Secret des Fourmis) 지은이 : 베르나르 베르베르 (Bernard Werber) 옮긴이 : 이세욱 출판사 : 열린책들 (1996/01/30) 읽은날 : 2005/01/10 이외수님의 <들개>에서 주인공이 무슨...  
281 산문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 이외수 freeism 3722   2011-05-06 2011-05-06 21:35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7/04/30) 읽은날 : 2007/10/14 한때는 소설보다 수필이나 산문을 많이 읽었다. 한 인물에 대한 가식 없는 모습이나 일상의 잔잔함을 편안하게 음미해 볼 수 있기 때...  
280 한국 바다와 술잔 - 현기영 freeism 3734   2011-04-30 2011-04-30 01:48
바다와 술잔 지은이 : 현기영 출판사 : 화남 (2002/11/04) 읽은날 : 2004/10/28 검푸른 제주바다를 닮은 표지를 넘긴다. 먼 곳을 응시한 작가의 사진은 바다의 심연을 헤집고 깊이 잠들어있던 지난날을 회상하는 듯 하다. 몇 장...  
» 한국 능소화 - 조두진 freeism 3734   2011-05-03 2016-07-07 15:47
능소화 지은이 : 조두진 출판사 : 예담 (2006/09/20) 읽은날 : 2006/12/16 바싹 타들어가는 건조한 겨울날에는 촉촉하게 가슴을 적셔줄 수 있는 ‘사랑 이야기’가 제격이 아닐까. 그러던 중 한 독서토론회에서 12월의 대상도서...  
278 한국 바리데기 - 황석영 freeism 3737   2011-05-09 2011-05-09 22:13
바리데기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창비 (2007/07/13) 읽은날 : 2008/06/11 “‘바리’를 ‘버리다’의 뜻으로 해석하여 무가의 내용대로 ‘버린 공주’로 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바리’를 ‘발’의 연철음으로 본다면 ‘발’...  
277 산문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 - 최인호 freeism 3742   2011-04-13 2011-04-13 11:07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 지은이 : 최인호 출판사 : 여백 (1999/07/15) 읽은날 : 1999/10/27 긴장... 최인호의 글, 책을 읽기 전의 흥분이 책을 덮고 난 뒤까지 잔잔한 감동으로 계속된다. 입가에서 떠나지 않는 미소... ...  
276 한국 별들의 들판- 공지영 freeism 3746   2011-05-01 2011-05-01 01:21
별들의 들판 지은이 : 공지영 출판사 : 창비 (2004/10/25) 읽은날 : 2005/01/27 출판기념으로 공지영님의 친필 사인이 된 책을 준다기에 서둘러 신청하고는 “2004.10 공지영”이라 적인 속지를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양 자랑스레...  
275 인문 영화로 만나는 교육학 - 정영근 freeism 3752   2011-04-30 2011-04-30 01:41
영화로 만나는 교육학 지은이 : 정영근 출판사 : 문음사 (2001/08/30) 읽은날 : 2004/09/11 딱딱하고 어려운 교육학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교사와 교육을 새롭게 되돌아본다. <홀랜드 오퍼스>, <죽은 시인의 사회>, <여고괴담>과 <짱...  
274 한국 아내가 결혼했다 - 박현욱 freeism 3752   2011-05-04 2011-05-04 00:49
아내가 결혼했다 지은이 : 박현욱 출판사 : 문이당 (2006/03/10) 읽은날 : 2006/12/31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간의 라이벌전을 보는 듯 보편적 결혼관의 한 남자와 자유연예의 한 여인이 만났다. 둥근 공으로 공격과 ...  
273 인문 김민수의 문화디자인 - 김민수 freeism 3754   2011-04-28 2011-04-28 12:48
김민수의 문화디자인 지은이 : 김민수 출판사 : 다우출판사 (2002/08/25) 읽은날 : 2002/11/30 내가 '아티스트(Artist)'라는 점에는 일말의 의심도 없다! 디자인...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며, 근근히 전역한 그 무렵. 고등학교 ...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