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숨그네(Atemschaukel) 


지은이 : 헤르타 뮐러(Herra Müller)
옮긴이 : 박경희
출판사 : 문학동네(2010/04/05)
읽은날 : 2011/10/25


숨그네 (Atemschaukel)  

  담담하다. 그래서 더 서글픈 것일까. 현대사의 질곡에 묻혀버린 인생들이 깨어났을 때 세상 속으로 두 팔 벌려 달려나갈 수는 없었다. 어쩌면 자유에 대한 열망도 새로움에 대한 기대도 이미 사라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장 그르니에의 <어느 개의 죽음에 대하여>라는 책이 기억난다. 시집을 연상시키는 얇은 매수에 수상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 얼핏 봐서는 개의 죽음에 대해 읊어놓은 산문집 같았다. 하지만 내용을 읽다보면 그 속에 담겨진 상황이나 비유가 우리 인간사의 모든 내용을 함축해 놓은 명상서적 같았다. 모호한 듯 하면서도 읽을 때마다 새롭게 와 닿는 의미가 매력적이었다.
  이번에 읽은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역시 이런 부류에 가깝지 싶다. 독일이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바람에 엉겁결에 러시아 수용소에 갇히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로 수용소 생활에서의 경험을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전쟁이나 사상과 같은 무거운 주제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수형생활의 소소한 소재를 통해 전쟁으로 고통 받는 인간을 객관적으로 그려놓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써내려간 작은 일상 속에는 삶과 죽음, 가족과 이웃, 행복과 불행과 같은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있는 듯 했다. 이야기가 전쟁과 수용소 생활의 참담함을 전면에 내세우고는 있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사는 오늘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걱정, 불안한 미래에 대한 근심, 지난날에 대한 회한이 밀러의 글 속에 녹아있었다.
  그러나 어둡다거나 무겁다는 느낌을 들지 않는다. 오히려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랄까. 마치 아름다운 한편의 시집을 보는 듯, 부드럽고 감미로운 언어 속으로 유영하는 것 같다. 몸은 수용소 안에 있지만 마음만은 푸른 잔디밭을 산보하는 것처럼 신선했다.
  그래서일까, 헤르타 뮐러라는 작가 이름 밑에 적힌 옮긴이, 박경희 님의 이름도 계속 눈여겨보게 된다. 번역서가 아닌 한국 여류작가의 글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부드럽다. 물론 이해되지 않는 문장도 간혹 보이지만 나의 문학적 한계 때문인지 뮐러의 글 자체의 난해함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번역도 엄연한 '작품'이라는 말에 적극 공감하게 된다. 
 
  <숨그네>는 이야기 전개에 상관없이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바로 읽어 나가도 되지 싶다. 잠자기 전이나 약속을 기다리는 거리에서, 혹은 흔들거리는 버스 안에서 잠깐씩 읽어도 충분한 여운을 남기지 싶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이지만 따로 한권을 준비해 가까이 두고 읽고, 또 읽어야겠다.

 

분류 :
외국
조회 수 :
4662
등록일 :
2011.10.28
14:59:27 (*.43.57.253)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3308&act=trackback&key=0c9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330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sort
47 외국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nd Then There Were None) - 애거서 크리스티 (Agatha Christie) freeism 4324   2011-05-04 2011-05-04 01:05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nd Then There Were None) 지은이 : 애거서 크리스티 (Agatha Christie) 옮긴이 : 이가형 출판사 : 해문출판사 (1994/05/15) 읽은날 : 2007/08/31 ‘휴~’하는 한숨소리가 더 길게 느껴진다. 지루하...  
46 외국 동물농장 (Animal Farm) - 조지 오웰 (George Orwell) freeism 5040   2011-05-04 2011-05-04 01:03
동물농장 (Animal Farm) 지은이 : 조지 오웰 (George Orwell) 옮긴이 : 도정일 출판사 : 민음사 (1998/08/05, 초판:1945) 읽은날 : 2007/06/13 <동물농장>은 인간사의 축소판이다. 메이너 농장의 동물들은 반란을 통해 인간을 몰아...  
45 외국 눈먼 자들의 도시 (Ensaio sobre a Cegueira/Blindness) - 주제 사라마구 (Jose' Saramago) freeism 4451   2011-05-04 2012-05-27 12:21
눈먼 자들의 도시 (Ensaio sobre a Cegueira/Blindness) 지은이 : 주제 사라마구 (José Saramago) 옮긴이 : 정영목 출판사 : 해냄 (2002/11/20) 읽은날 : 2007/04/18 눈이 멀다. 온통 세상엔 온통 하얀 어둠만이 존재할 뿐 아...  
44 외국 뉴욕 3부작 (The New York Trilogy) - 폴 오스터 (Paul Auster) freeism 4680   2011-05-04 2011-05-04 00:54
뉴욕 3부작 (The New York Trilogy) 지은이 : 폴 오스터 (Paul Auster) 옮긴이 : 황보석 출판사 : 열린책들 (2003/03/30) 읽은날 : 2007/03/20 퇴근시간 이후, 텅빈 직장에 앉아 책을 펼친다. “아휴~”하는 한숨소리와 함께 ...  
43 외국 환상 (Illusions) - 리차드 바크 (Richard Bach) freeism 5181   2011-05-03 2011-05-03 14:42
환상 (Illusions) 지은이 : 리차드 바크 (Richard Bach) 옮긴이 : 이은희 출판사 : 한숲 (2003/06/10) 읽은날 : 2006/12/14 별 다섯 개의 독자서평이 수두룩하다. 평소 리차드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신앙서처럼 여겼던 탓에 그 ...  
42 외국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The Traveler's Gift) - 앤디 앤드루스 (Andy Andrews) freeism 3997   2011-05-03 2011-05-03 03:00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The Traveler's Gift) 지은이 : 앤디 앤드루스 (Andy Andrews) 옮긴이 : 이종인 출판사 : 세종서적 (2003/07/25) 읽은날 : 2006/10/25 제목에 포함된 ‘위대한 하루’라는 문구가 언제부턴가 내 시선을...  
41 외국 자기 앞의 생 (La Vie devant Soi) - 에밀 아자르 (Emile Ajar) freeism 4476   2011-05-03 2011-05-03 02:48
자기 앞의 생 (La Vie devant Soi) 지은이 : 에밀 아자르 (Emile Ajar) 옮긴이 : 용경식 출판사 : 문학동네 (2003/05/06) 읽은날 : 2005/12/09 프랑스의 벨빌, 창녀들의 아이를 돌봐주는 로자 아줌마와 그곳에 맡겨진 모모(모하...  
40 외국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兎の眼) - 하이타니 겐지로 (灰谷健次郞) freeism 5241   2011-05-03 2011-05-03 02:44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兎の眼) 지은이 : 하이타니 겐지로 (灰谷健次郞) 옮긴이 : 햇살과나무꾼 출판사 : 양철북 (2002/07/29) 읽은날 : 2005/11/16 "얼굴을 감싼 후미지의 손등에 데쓰조의 이빨이 파고들었다. 후미지의 째지는 울음...  
39 외국 어둠의 저편 (アフタ-ダ-ク)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freeism 4623   2011-05-03 2011-12-26 00:12
어둠의 저편 (アフタ-ダ-ク)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옮긴이 : 임홍빈 출판사 : 문학사상사 (2005/05/26) 읽은날 : 2005/08/24 새벽 두시, 은빛 장판 위의 여행 가방, 가이드북, 카메라, 그리고 구석에 널브러진 속...  
38 외국 냉정과 열정사이 (冷靜と情熱のあいだ ) - 츠지 히토나리 (つじ仁成), 에쿠니 가오리 (江國香織) freeism 4267   2011-05-03 2011-05-03 02:35
냉정과 열정사이 (冷靜と情熱のあいだ, Rosso, Blu) 지은이 : 츠지 히토나리 (つじ仁成), 에쿠니 가오리 (江國香織) 옮긴이 : 양억관, 김난주 출판사 : 소담출판사 (2000/11/20) 읽은날 : 2005/06/12 엇갈린 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  
37 외국 장미의 이름 (Il Nome della Rosa) -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 freeism 4158   2011-05-01 2011-05-01 01:41
장미의 이름 (Il Nome della Rosa, 상,하) 지은이 :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 옮긴이 : 이윤기 출판사 : 열린책들 (1986/05/15) 읽은날 : 2005/02/16 언론과 지인의 극찬을 통해 알게 된 <장미의 이름>, 하지만 그 삼엄한 ...  
36 외국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 - 댄 브라운 (Dan Brown) freeism 4217   2011-04-30 2011-04-30 01:33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 1,2) 지은이 : 댄 브라운 (Dan Brown) 옮긴이 : 양선아 출판사 : 베텔스만 (2004/07/01) 읽은날 : 2004/08/07 바람이 불고 있다. 다빈치의 후폭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출판사의 광고전...  
35 외국 운명 (Sorstalansag) - 임레 케르테스 (Imre Kertesz) freeism 4064   2011-04-30 2011-04-30 01:29
운명 (Sorstalansag) 지은이 : 임레 케르테스 (Imre Kertesz) 옮긴이 : 박종대, 모명숙 출판사 : 다른우리 (2002/12/05) 읽은날 : 2004/07/08 ‘호국보훈의 달’이 다가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34 외국 난초도둑 (The Orchid Thief) - 수잔 올린 (Susan Orlean) freeism 4235   2011-04-30 2011-04-30 01:26
난초도둑 (The Orchid Thief) 지은이 : 수잔 올린 (Susan Orlean) 옮긴이 : 김영신, 이소영 출판사 : 현대문학 (2003/05/08) 읽은날 : 2004/05/29 “나무에 붙어서 살아가는 착생식물과에 속하는, 메마르고 삐죽삐죽 가시가 돋...  
33 외국 내가 나인 것 (ぼくがぼくであること) - 야마나카 히사시 (山中 恒) freeism 5175   2011-04-28 2011-04-28 13:04
내가 나인 것 (ぼくがぼくであること) 지은이 : 야마나카 히사시 (山中 恒) 옮긴이 : 햇살과나무꾼 출판사 : 사계절 (2003/08/30, 초판:1969) 읽은날 : 2003/11/29 생일이거나 자격증을 따서, 혹은 청소 잘해서, 그것도 아니면 그냥...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