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지은이 : 최순우
출판사 : 학고재 (1994/06/15)
읽은날 : 2002/05/10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김춘수 님의 "꽃"에 나오는 말이다.
아무리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이 있다한들 그 꽃을 불러주는 이가 없다면 과연 진정한 꽃으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우리 주변에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가치 있는 전통과 문화가 많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전통문화를 기억하거나 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고 오로지 박물관 속 진열대 속에서만 넣어 둔다면 이를 과연 진정한 전통과 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
여기에 그 부름이 있다. 전통을 전통으로 받아들이고 문화를 문화로 이해할 수 있는 '부름'이 있다. 더 이상 단순한 '몸짓'으로 내버려두는 것이 아닌, 우리의 '꽃'으로 발견해 낼 수 있는 부름.
최순우 님의 목소리를 따라간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에 대해 좀더 알고자 했을 때, 그 '꽃'은 TV의 다큐멘터리 속의 박제된 문화재가 아닌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질 연속된 우리들의 삶 속으로 들어온다. 생활이 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나도 그에게로 가서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가 우리의 것을 알아 가는 과정을 통해 나와 우리 자신의 존재에 대해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로서 우리를 이끌고 가리라.


우리들은 모두 꽃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우리들의 행동 하나하나, 우리들이 만들어 사용하는 티끌 하나까지도 시간 속에선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들이 전통과 문화를 만들고, 이것이 우리들을 이끈다.
오늘날을 사는 우리들 스스로가 하나의 문화를 이루어내는 주체가 된다.


한 장 한 장의 책장이 마치 국보급 문화재라도 되는 양 조심스레 넘긴다. 감히 침을 묻힌다거나하는 생각은 꿈에서도 생각할 수 없으리라. 바람결에 불어온 먼지라도 앉지 않았을까 괜히 낱장을 쓰다듬어 본다.


천천히 박물관 뒤뜰을 둘러보는 듯한 여유로움으로 하나하나 알아가는 느낌이 감사한 책. 미쳐 느끼지 못했던 우리것에 대한 멋이 느껴진다. 쉬우면서 미려한 문체, 과장 없는 진솔한 글이 우리 것에 대한 멋을 더한다.
지난날 왜 느끼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 조금 더 일찍 이 책을 접하지 못한데 대한 미안함마저 들게 만든다.


책을 통해 우리 문화를 느끼는 동안 내 입가에서는 '희한한(희한하다 : 썩 드물다 또는 썩 신기하거나 귀하다(희한한 물건, 희한한 재주))'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
빨리 방학이 되어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을 지닌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을 쓰다듬고 싶어진다.

분류 :
산문
조회 수 :
4679
등록일 :
2011.04.27
23:51:03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748&act=trackback&key=a4d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74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sort 최근 수정일
92 산문 아름다움도 자란다 - 고도원 freeism 3287   2011-04-27 2011-04-27 23:53
아름다움도 자란다 엮은이 : 고도원 출판사 : 청아출판사 (2002/03/07) 읽은날 : 2002/05/31 고도원님이 읽은 책들 중에서 좋은 글들만을 모아놓은 책이다. 요즘 유행하는 일종의 잠언집, 명상집이라 보면 될 듯싶다. 내가 한때...  
» 산문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최순우 freeism 4679   2011-04-27 2011-04-27 23:51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지은이 : 최순우 출판사 : 학고재 (1994/06/15) 읽은날 : 2002/05/10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김춘수 님의 "꽃"에 나오는 말이다. 아무리 향기...  
90 외국 오페라의 유령 (Le Fanto"me de l'Ope'ra) - 가스통 르루 (Caston Leroux) freeism 3908   2011-04-27 2011-04-27 23:48
오페라의 유령 (Le Fanto"me de l'Ope'ra) 지은이 : 가스통 르루 (Caston Leroux) 옮긴이 : 성귀수 출판사 : 문학세계사 (2001/09/20) 읽은날 : 2002/04/16 집착이여~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무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우리는 얼마...  
89 산문 사람 - 안도현 freeism 3670   2011-04-27 2011-04-27 23:46
사람 지은이 : 안도현 출판사 : 이레 (2002/01/05) 읽은날 : 2002/02/20 사소함,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그 '가벼운' 것들의 따뜻한 이야기. 어린 시절의 동네친구를 만났을 때의 기쁨처럼, 할머니에게서 듣던 동화 속의 ...  
88 산문 예술가로 산다는 것 - 박영택 freeism 3627   2011-04-27 2011-04-27 23:44
예술가로 산다는 것 지은이 : 박영택, 김홍희(사진) 출판사 : 마음산책 (2001/10/05) 읽은날 : 2002/02/15 예술... 술 중에서는 가장 독한 술이다. 영혼까지 취하게 한다. 예술가들이 숙명처럼 마셔야 하는 술이다. 모든 예술 작품...  
87 사람 체 게바라 평전 (Che Guevara) - 장 코르미에 (Jean Cormier) freeism 2865   2011-04-27 2011-04-27 23:46
체 게바라 평전 (Che Guevara) 지은이 : 장 코르미에 (Jean Cormier) 옮긴이 : 김미선 출판사 : 실천문학사 (2000/03/05) 읽은날 : 2002/02/07 언제고 책방에서 왠지 모를 강한 인상으로 유심히 살폈던 책(예수나 락가수를 연상...  
86 산문 물소리 바람소리 - 법정 freeism 3797   2011-04-27 2011-04-27 00:43
물소리 바람소리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샘터 (1986/10/15) 읽은날 : 2002/01/26 "요즘 부쩍 이 지구의 여기저기에 잇따라 지진이 일어나고 화산이 폭발하여 수많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이것은 결코 우연한 일...  
85 외국 여자는 두번 울지 않는다 (The Best Laid Plans) - 시드니 셀던 (Sidney Sheldon) freeism 4192   2011-04-27 2011-04-27 00:41
여자는 두번 울지 않는다 (The Best Laid Plans) 지은이 : 시드니 셀던 (Sidney Sheldon) 옮긴이 : 정성호 출판사 : 북@북스 (2000/07/05) 읽은날 : 2001/11/21 과거 군대에서 밤잠을 줄여가며 읽었던 <영원한 것은 없다>와 ...  
84 외국 교코 (キョウコ) - 무라카미 류 (村上 龍) freeism 4208   2011-04-27 2011-04-27 00:38
교코 (キョウコ) 지은이 : 무라카미 류 (村上 龍) 옮긴이 : 양억관 출판사 : 민음사 (1997/08/30) 읽은날 : 2001/11/15 무라카미 류... 얼마 전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진 헛갈려했었던 기억이 난다. 일본이라는 같은 국적에다...  
83 산문 지리산 편지 - 정도상 freeism 3554   2011-04-27 2011-04-27 00:35
지리산 편지 지은이 : 정도상 출판사 : 미래 M&B (2001/08/06) 읽은날 : 2001/10/10 지리산... 얼마나 반가운 이름인가... 비록 태어나지는 않았으되 묻힐 때는 그 뼛가루라도 뿌려두고 싶은 산, 내 마음 속 고향집 같은 산...  
82 산문 무소유 - 법정 freeism 3626   2011-04-27 2011-04-27 00:33
무소유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범우사 (1976/04/15) 읽은날 : 2001/08/30 우리는 슬퍼해야 합니다. 이런 엿같은 세상에 살아간다는 것을... 우리는 기뻐해야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한 권의 책이 있다는 것을... 너무 많은 욕...  
81 한국 상도 - 최인호 freeism 3518   2011-04-27 2011-04-27 00:31
상도 (1~5) 지은이 : 최인호 출판사 : 여백 (2000/11/01) 읽은날 : 2001/08/20 얼마 전 서울의 한 서점에서 최인호님의 사인회가 있었다. 인호 형님이야 그전부터 잘 알고 있던 터라 굳이 인호 형님의 초대를 마다할 이유는 ...  
80 산문 외뿔 - 이외수 freeism 3452   2011-04-27 2011-04-27 00:29
외뿔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1/04/18) 읽은날 : 2001/07/11 외수 형님께... 안녕하십니까 외수 형님. 이게 얼마만 입니까? 그 동안 몸은 건강하셨는지... 간간이 형님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파지'속을 헤엄치고 ...  
79 인문 그리스 로마 신화 - 이윤기 freeism 4056   2011-04-27 2011-04-27 00:27
그리스 로마 신화 지은이 : 이윤기 출판사 : 웅진닷컴 (2000/06/26) 읽은날 : 2001/07/04 역시나, 뛰어난 번역자이자 이야기꾼으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 책... 걸쭉한 진국처럼 <그리스 인 조르바>의 전설을 우리에게 전해준...  
78 인문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 - 서현 freeism 3886   2011-04-26 2011-04-26 15:00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 지은이 : 서현 출판사 : 호형출판 (1999/09/05) 읽은날 : 2001/06/29 1. 멋지게 휘갈겨진 책... 건축을 중심으로 우리의 도시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중심을 건축물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람'을...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