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지은이 : 박완서
출판사 : 웅진닷컴 (1992/10/15)
읽은날 : 2004/12/08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오늘날의 우리 문단을 구성하는 거대한 여류작가, 박완서님의 기억을 쫓아 책을 들었다. 개성 박적골에서의 어린시절과 서울 상경후의 이야기가 작가의 따뜻한 시선 속에 잔잔하게 펼쳐진다. 한마디로 그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성장소설이랄까...


다큐멘터리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해방과 전쟁 전후의 모습들이 글속에 겹쳐진다. 실개울에서 빨래를 하던 아낙이나 종로거리에서 우마차를 피해 팔자걸음을 옮기는 할아버지, 물지게를 지고 언덕위의 판잣집으로 오르는 아저씨의 모습들이 나의 기억이라도 되는 양 정겹게 다가온다.
물론,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인 3~40년대의 수묵화 같은 이야기라 내가 기억하는 7~80년대의 흑백영상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조각이라는 점에서 박완서님과 내가 이심전심이 된다.


특히, 어린 완서의 눈에 비친 세상과 어머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산골에서 생활하다 가족과 함께 서울로 상경해서 겪는 새로운 생활이나 외롭다곤 하지만 오히려 이를 즐기고 음미하는 모습, 책과 친구,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이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또한 교육을 통해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억척스러운 인생관과 그런 어머니의 이중성을 꼬집는 위트가 글의 맛을 더한다.
정말이지 “박완서만의 탁월한 기억력과 감수성으로 꿈결처럼 다가오는 유년의 공간을 우리 소설 문학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그려 내고 있다.”는 띠지의 소개처럼 전쟁이라는 공황상태마저도 훈훈하게 다가온다.


1.4후퇴 전후의 공동화된 서울에서 몇 줌의 밀가루라도 찾으려는 그녀를 계속 따라다녔지만, 무엇보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의 시각에서 그려나가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했다.
해방이나 전쟁과 같이 우리역사의 중심축을 지날 때면 지나치게 고지식해지면서 무조건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는 의식적 무거움에서 벗어나 일상을 사는 서민들의 소소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점이 마음에 든다. 어쩌면 그런 점이 역사를 더 생생하게 보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햇살이 포근한 오후, 창가에 앉아 옛 기억을 더듬는다. 피부를 훑으며 올라오는 따신 기운처럼 뽀얗게 윤색되는 느낌에 흐뭇해진다.
어젠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박완서님의 인터뷰 영상을 봤다. 약간 까랑까랑한 목소리와 눈가에 스며있는 웃음이 어찌나 인상 깊던지... 책에서 봤던 앙칼진 보드라움이 고스란히 와 닿는 느낌이다.

분류 :
한국
조회 수 :
5549
등록일 :
2011.05.01
01:11:34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887&act=trackback&key=073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88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83 한국 벽오금학도 - 이외수 freeism 6051   2011-04-08 2011-04-08 11:00
벽오금학도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동문선 (1992/05/01) 읽은날 : 1998/10/18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뭐라고 할지... 옛날, 이 책을 처음 접할 때의 설레임이나 신비함들은 전 같지 않다. 황당한 이야기들, 선계, 도, 오학동...  
82 한국 고래 - 천명관 freeism 5983   2012-02-12 2012-02-12 07:33
고래 지은이 : 천명관 출판사 : 문학동네 (2004/12/24) 읽은날 : 2012/02/11 # 1. 검푸른 바다를 소리없이 유영하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깊은 숨을 몰아쉬는 당신은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가난과 절망에 찌들어버...  
81 한국 7년의 밤 - 정유정 freeism 5817   2012-01-15 2012-01-15 23:50
7년의 밤 지은이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 (2011/03/23) 읽은날 : 2012/01/15 책 표지를 넘기자 목차가 보이고 바로 소설이 시작된다. 깔끔하고 정갈해서 좋다. 어떤 책은 책머리에 작가의 말이니 뭐니 해서 사족이 ...  
80 한국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freeism 5809   2011-04-21 2011-04-21 10:06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지은이 : 조세희 출판사 : 이성과 힘 (1978/06/05) 읽은날 : 2000/11/02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다. 하지만 오늘 다시 읽기 시작한다. 부분부분의 에피소드가 거대한 줄기를 만들면서 하나의 소설이 된다...  
79 한국 왕을 찾아서 - 성석제 freeism 5809   2011-06-17 2011-06-19 02:01
왕을 찾아서 지은이 : 성석제 출판사 : 문학동네 (2011/02/15) 읽은날 : 2011/06/14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순정>(<도망자 이치도>)에서 이미 봐왔듯 시공을 초월한 독특한 분위기와 끊임없이 터지는 유머로 많은 이의 신뢰...  
78 한국 설계자들 - 김언수 freeism 5653   2011-05-11 2012-10-16 23:49
설계자들 지은이 : 김언수 출판사 : 문학동네 (2010/08/15) 읽은날 : 2011/01/03 호젓한 숲을 찾아 자리를 편다. 러시아제 7.62구경 드라구노프를 조립하며 오늘의 목표물을 생각한다. 망원렌즈에 초점을 조정하고 목표물을 확인...  
» 한국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박완서 freeism 5549   2011-05-01 2011-05-01 01:11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지은이 : 박완서 출판사 : 웅진닷컴 (1992/10/15) 읽은날 : 2004/12/08 오늘날의 우리 문단을 구성하는 거대한 여류작가, 박완서님의 기억을 쫓아 책을 들었다. 개성 박적골에서의 어린시절과 서...  
76 한국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freeism 5535   2011-04-18 2011-04-18 23:56
김약국의 딸들 지은이 : 박경리 출판사 : 나남 (1993/01/15) 읽은날 : 2000/04/14 봉룡으로부터 시작하여 상수(김약국)로 이어진 다섯 딸(용숙, 용빈, 용란, 용옥, 용혜)에 얽힌 집안사, 여인사... 잘나가는 집안이 점점 '콩가루 집...  
75 한국 무진기행 - 김승옥 [1] freeism 5487   2012-03-11 2012-07-13 13:25
무진기행 지은이 : 김승옥 출판사 : 민음사 (1980/11/30) 읽은날 : 2012/03/10 <무진기행> (1964) 잘나가는 처가의 도움을 받으며 그럭저럭 제약회사에 다니던 윤희중은 전무 승진을 앞두고 무진으로 휴양을 온다. 그의 고...  
74 한국 캐비닛 - 김언수 freeism 5453   2012-10-22 2012-10-22 22:27
캐비닛 지은이 : 김언수 출판사 : 문학동네 (2006/12/17) 읽은날 : 2012/10/22 살인청부업자라는 독특한 소재를 맛깔스럽게 요리해낸 <설계자들>을 통해 작가 김언수를 알게 되었지만 그는 이미 <캐비닛>이라는 발칙한 소설로 상...  
73 한국 아가 - 이문열 freeism 5439   2011-04-18 2011-04-18 23:59
아가 지은이 : 이문열 출판사 : 민음사 (2000/03/16) 읽은날 : 2000/05/09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부제와 붉은색 표지, 거기에 '이문열'이라는 작가의 이름. 내가 책을 집어든 이유이자 바램일 것이다. 책을 즐겨읽기 시작...  
72 한국 내 젊은 날의 숲 - 김훈 [1] freeism 5385   2011-09-28 2011-09-28 12:07
내 젊은 날의 숲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10/11/02) 읽은날 : 2011/09/27 소설이라기 보다는 숲을 중심으로 써내려간 산문집 같았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아침 수목원처럼 무겁고 눅눅했다. 솔가지에 매달린 이...  
71 한국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freeism 5345   2011-05-11 2011-05-11 00:13
레디메이드 인생 지은이 : 채만식 편집인 : 한형구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2004/12/03) 읽은날 : 2011/01/17 <레디메이드 인생> 1934년을 살아가는 인텔리의 구질구질한 일상이 비루하게 그려진다. 빈곤한 시대에 취직자리를 구하...  
70 한국 도모유키 - 조두진 freeism 5315   2011-05-04 2011-05-04 00:59
도모유키 지은이 : 조두진 출판사 : 한겨레신문사 (2005/07/21) 읽은날 : 2007/05/07 국가간에 시작된 전쟁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되돌아왔다. 적이라지만 이는 국가 통수권자의 적일뿐 총칼을 집...  
69 한국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성석제 freeism 5190   2011-04-28 2011-04-28 23:39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지은이 : 성석제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2002/06/25) 읽은날 : 2003/12/08 -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얘, 만수야~ 만그이 읍냐(없냐)?’ 코믹하면서 빠르게 전개되는 만근이의 일대기에서 오래전에 방영되...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