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아가


지은이 : 이문열
출판사 : 민음사 (2000/03/16)
읽은날 : 2000/05/09


아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부제와 붉은색 표지, 거기에 '이문열'이라는 작가의 이름.
내가 책을 집어든 이유이자 바램일 것이다.
책을 즐겨읽기 시작할(?) 무렵 흥미있는 줄거리(황제를 위하여)와 심오한 내용(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웅시대, 변경)에 반해 '이문열'이라는 책이란 책은 모조리 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8~90년대 '초특급셀러'들의 지나친 무게감 때문인지 최근 들어선 가까이 하지 않은 것이 사실. 나로선 모처럼 만에 집어든 이문열의 책이다.


불우한 정신과 신체로 세상을 살아가는 '당편이'의 이야기로 글속에 담겨있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질퍽하다. 마치 고향친구의 입으로 전해듣는 옛 이야기처럼...


"글케 말이라. 그거 참 이상하제. 저거 옆에 있으믄 뭐신가 성가시고 귀찮은 일이 생기지만, 그게 꼭 싫지는 않다꼬. 엎어질라 카믄 뿌뜰어조야 되고, 지 손 안 다으믄 내가 대신 내라(내려)조야 되고, 머라 카다(야단치다)가도 거다 멕이야 되고...... 그런데 말이라 짜증 나도 그래놓고 나믄 나도 뭐신가 세상에 난 값을 한 기분이라 카이. 억시기 대단치는 않아도 좋은 일 한 거 같고. 공덕이 따로 있나, 나도 이래이래 하다 보믄 쪼매는(조그마한) 공덕은 쌓아내지 않을라 싶고...... 그래다 보믄 마음까지 지절로 훗훗해진다 카이"


당편이의 희극적 삶 속에 담겨있는 우리들의 투박하고, 소담한 과거 이야기들. 그리고 그 속을 채우고 있는 '우리'라는 공동체 속에서의 삶의 모습들이 인상깊다. 완전하지 않은, 사회의 생산력에 별 도움이 안 된다 하더라도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공존할 수 있는 여유. 그런 모습들이 있다.
웃음과 미소, 추억이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은 책.


내 어릴 적 우리동네에 살았던 한 친구, 아닌 형이라고 해야 옳을 '호상이'가 생각난다. 소아마비 때문인지 약간은 뒤뚱거리는 걸음걸이와 어눌하게 늘어지는 말로 아이들로부터 '바보'로 놀림을 받던 친구. 늘상 그렇게 울면서 도망하더라도 다음날 '호상아 놀자'하고 부르면 털털한 웃음으로 받아주던 친구. 미안한 친구...
내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었던 '호상이'의 기억처럼, 빠르게 변해 가는 현실 속에서 놓치고 살아온 과거의 그림(호상이가 함께 있었기에 더 애뜻한)들이 그리워지게 된다.
작가가 오늘날의 우리에게 말하고 싶어하던 것, 바로 과거 속의 '우리'라는 넉넉하고, 포근한 그리움이 아닐까.


희미하게 기억되는 옛사랑의 그림자처럼...

분류 :
한국
조회 수 :
5434
등록일 :
2011.04.18
23:59:10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479&act=trackback&key=bbb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47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83 한국 벽오금학도 - 이외수 freeism 6044   2011-04-08 2011-04-08 11:00
벽오금학도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동문선 (1992/05/01) 읽은날 : 1998/10/18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뭐라고 할지... 옛날, 이 책을 처음 접할 때의 설레임이나 신비함들은 전 같지 않다. 황당한 이야기들, 선계, 도, 오학동...  
82 한국 고래 - 천명관 freeism 5979   2012-02-12 2012-02-12 07:33
고래 지은이 : 천명관 출판사 : 문학동네 (2004/12/24) 읽은날 : 2012/02/11 # 1. 검푸른 바다를 소리없이 유영하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깊은 숨을 몰아쉬는 당신은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가난과 절망에 찌들어버...  
81 한국 7년의 밤 - 정유정 freeism 5814   2012-01-15 2012-01-15 23:50
7년의 밤 지은이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 (2011/03/23) 읽은날 : 2012/01/15 책 표지를 넘기자 목차가 보이고 바로 소설이 시작된다. 깔끔하고 정갈해서 좋다. 어떤 책은 책머리에 작가의 말이니 뭐니 해서 사족이 ...  
80 한국 왕을 찾아서 - 성석제 freeism 5806   2011-06-17 2011-06-19 02:01
왕을 찾아서 지은이 : 성석제 출판사 : 문학동네 (2011/02/15) 읽은날 : 2011/06/14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순정>(<도망자 이치도>)에서 이미 봐왔듯 시공을 초월한 독특한 분위기와 끊임없이 터지는 유머로 많은 이의 신뢰...  
79 한국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freeism 5804   2011-04-21 2011-04-21 10:06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지은이 : 조세희 출판사 : 이성과 힘 (1978/06/05) 읽은날 : 2000/11/02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다. 하지만 오늘 다시 읽기 시작한다. 부분부분의 에피소드가 거대한 줄기를 만들면서 하나의 소설이 된다...  
78 한국 설계자들 - 김언수 freeism 5650   2011-05-11 2012-10-16 23:49
설계자들 지은이 : 김언수 출판사 : 문학동네 (2010/08/15) 읽은날 : 2011/01/03 호젓한 숲을 찾아 자리를 편다. 러시아제 7.62구경 드라구노프를 조립하며 오늘의 목표물을 생각한다. 망원렌즈에 초점을 조정하고 목표물을 확인...  
77 한국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박완서 freeism 5542   2011-05-01 2011-05-01 01:11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지은이 : 박완서 출판사 : 웅진닷컴 (1992/10/15) 읽은날 : 2004/12/08 오늘날의 우리 문단을 구성하는 거대한 여류작가, 박완서님의 기억을 쫓아 책을 들었다. 개성 박적골에서의 어린시절과 서...  
76 한국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freeism 5530   2011-04-18 2011-04-18 23:56
김약국의 딸들 지은이 : 박경리 출판사 : 나남 (1993/01/15) 읽은날 : 2000/04/14 봉룡으로부터 시작하여 상수(김약국)로 이어진 다섯 딸(용숙, 용빈, 용란, 용옥, 용혜)에 얽힌 집안사, 여인사... 잘나가는 집안이 점점 '콩가루 집...  
75 한국 무진기행 - 김승옥 [1] freeism 5485   2012-03-11 2012-07-13 13:25
무진기행 지은이 : 김승옥 출판사 : 민음사 (1980/11/30) 읽은날 : 2012/03/10 <무진기행> (1964) 잘나가는 처가의 도움을 받으며 그럭저럭 제약회사에 다니던 윤희중은 전무 승진을 앞두고 무진으로 휴양을 온다. 그의 고...  
74 한국 캐비닛 - 김언수 freeism 5445   2012-10-22 2012-10-22 22:27
캐비닛 지은이 : 김언수 출판사 : 문학동네 (2006/12/17) 읽은날 : 2012/10/22 살인청부업자라는 독특한 소재를 맛깔스럽게 요리해낸 <설계자들>을 통해 작가 김언수를 알게 되었지만 그는 이미 <캐비닛>이라는 발칙한 소설로 상...  
» 한국 아가 - 이문열 freeism 5434   2011-04-18 2011-04-18 23:59
아가 지은이 : 이문열 출판사 : 민음사 (2000/03/16) 읽은날 : 2000/05/09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부제와 붉은색 표지, 거기에 '이문열'이라는 작가의 이름. 내가 책을 집어든 이유이자 바램일 것이다. 책을 즐겨읽기 시작...  
72 한국 내 젊은 날의 숲 - 김훈 [1] freeism 5383   2011-09-28 2011-09-28 12:07
내 젊은 날의 숲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10/11/02) 읽은날 : 2011/09/27 소설이라기 보다는 숲을 중심으로 써내려간 산문집 같았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아침 수목원처럼 무겁고 눅눅했다. 솔가지에 매달린 이...  
71 한국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freeism 5338   2011-05-11 2011-05-11 00:13
레디메이드 인생 지은이 : 채만식 편집인 : 한형구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2004/12/03) 읽은날 : 2011/01/17 <레디메이드 인생> 1934년을 살아가는 인텔리의 구질구질한 일상이 비루하게 그려진다. 빈곤한 시대에 취직자리를 구하...  
70 한국 도모유키 - 조두진 freeism 5310   2011-05-04 2011-05-04 00:59
도모유키 지은이 : 조두진 출판사 : 한겨레신문사 (2005/07/21) 읽은날 : 2007/05/07 국가간에 시작된 전쟁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되돌아왔다. 적이라지만 이는 국가 통수권자의 적일뿐 총칼을 집...  
69 한국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성석제 freeism 5186   2011-04-28 2011-04-28 23:39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지은이 : 성석제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2002/06/25) 읽은날 : 2003/12/08 -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얘, 만수야~ 만그이 읍냐(없냐)?’ 코믹하면서 빠르게 전개되는 만근이의 일대기에서 오래전에 방영되...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