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내 젊은 날의 숲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10/11/02)
읽은날 : 2011/09/27


내 젊은 날의 숲  

  소설이라기 보다는 숲을 중심으로 써내려간 산문집 같았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아침 수목원처럼 무겁고 눅눅했다. 솔가지에 매달린 이슬방울처럼 섬세하고 위태로웠다.


  '나'는 민통선 내에 위치한 국립 수목원의 전속 세밀화가로 채용되었고 이혼한 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안실장 밑에서 나무와 꽃을 그렸다. 내가 강원도로 거처를 옮기자 홀로 계신 엄마에게선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는 뇌물죄로 교도소에 있었지만 엄마는 아버지의 그런 부재를 오히려 반기는 듯 했다.


  '존내논', 할아버지가 키웠다는 말의 우스운 이름이 이야기를 흐리는 것 같다. 커다란 생식기를 내밀었을 때 붙여진 이름은 존레논의 부드러운 음성과 겹치며 희극화 된다. 비틀즈의 <노르웨이 숲>이 연상되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소설, <노르웨이 숲>(상실의 시대)도 덩달아 떠오른다.

  아마도 작가는 이 노래의 서정성을 염두에 넣고 글을 쓴 것 같다. 하지만 그 푸른 여운은 '존내논'의 일화를 만나면서 산산이 부서져버린 느낌이다. 상황을 무시한 지나친 위트가 글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고나 할까...


  '나'는 수목원에 있는 동안 한국전쟁 때의 유해발굴사업에 동참하게 된다. 거기서 뼈 그림을 그리며 김중위를 알게 된다. 군인 같아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현실에 동화되지 못한체 기름처럼 떠다니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버지는 가석방 되었고 나는 안실장 아들(신우)의 미술지도를 맡게 된다.

  자폐증을 앓고 있던 신우처럼 서로 단절된 듯 이질적이다. 그 모순된 상황 속에서 이리저리 부유하는 인간상들이 이야기의 근간을 이룬다. 마치 아침 안개 속의 수목원을 걷는 느낌이랄까. 옷깃 사이로 느껴지는 이슬방울의 감촉이 신선하면서도 낯설었다. 베일 속에 가려진 듯 보일 듯 말듯 한 분위기,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그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미묘한 소설이다.


  숲에 가려진 인생 같다고나 할까. 알 수 없는 오늘과 내일, 그리고 과거 속의 메아리가 공허하게 울려 퍼진다. <내 젊은 날의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느낌...

  나를 둘러싼 알 수 없는 미래와 모호한 현실이 적막하게 와 닿는다. 작가는 어쩌면 독자의 이런 혼란을 유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젊음은 어땠는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막막한 안개 속에서 나를 찾게 되는 시간이다.

 

분류 :
한국
조회 수 :
5374
등록일 :
2011.09.28
11:43:04 (*.43.57.253)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3241&act=trackback&key=9b4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3241

freeism

2011.09.28
11:59:14
(*.43.57.253)

제가 느낀 답답함을 시원하게 긁어준 글이 있네요. 참고하세요.
'모든사이' 님의 서평 : http://blog.aladin.co.kr/myforties/449716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83 한국 벽오금학도 - 이외수 freeism 6039   2011-04-08 2011-04-08 11:00
벽오금학도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동문선 (1992/05/01) 읽은날 : 1998/10/18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뭐라고 할지... 옛날, 이 책을 처음 접할 때의 설레임이나 신비함들은 전 같지 않다. 황당한 이야기들, 선계, 도, 오학동...  
82 한국 고래 - 천명관 freeism 5973   2012-02-12 2012-02-12 07:33
고래 지은이 : 천명관 출판사 : 문학동네 (2004/12/24) 읽은날 : 2012/02/11 # 1. 검푸른 바다를 소리없이 유영하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깊은 숨을 몰아쉬는 당신은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가난과 절망에 찌들어버...  
81 한국 7년의 밤 - 정유정 freeism 5807   2012-01-15 2012-01-15 23:50
7년의 밤 지은이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 (2011/03/23) 읽은날 : 2012/01/15 책 표지를 넘기자 목차가 보이고 바로 소설이 시작된다. 깔끔하고 정갈해서 좋다. 어떤 책은 책머리에 작가의 말이니 뭐니 해서 사족이 ...  
80 한국 왕을 찾아서 - 성석제 freeism 5803   2011-06-17 2011-06-19 02:01
왕을 찾아서 지은이 : 성석제 출판사 : 문학동네 (2011/02/15) 읽은날 : 2011/06/14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순정>(<도망자 이치도>)에서 이미 봐왔듯 시공을 초월한 독특한 분위기와 끊임없이 터지는 유머로 많은 이의 신뢰...  
79 한국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freeism 5800   2011-04-21 2011-04-21 10:06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지은이 : 조세희 출판사 : 이성과 힘 (1978/06/05) 읽은날 : 2000/11/02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다. 하지만 오늘 다시 읽기 시작한다. 부분부분의 에피소드가 거대한 줄기를 만들면서 하나의 소설이 된다...  
78 한국 설계자들 - 김언수 freeism 5648   2011-05-11 2012-10-16 23:49
설계자들 지은이 : 김언수 출판사 : 문학동네 (2010/08/15) 읽은날 : 2011/01/03 호젓한 숲을 찾아 자리를 편다. 러시아제 7.62구경 드라구노프를 조립하며 오늘의 목표물을 생각한다. 망원렌즈에 초점을 조정하고 목표물을 확인...  
77 한국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박완서 freeism 5536   2011-05-01 2011-05-01 01:11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지은이 : 박완서 출판사 : 웅진닷컴 (1992/10/15) 읽은날 : 2004/12/08 오늘날의 우리 문단을 구성하는 거대한 여류작가, 박완서님의 기억을 쫓아 책을 들었다. 개성 박적골에서의 어린시절과 서...  
76 한국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freeism 5525   2011-04-18 2011-04-18 23:56
김약국의 딸들 지은이 : 박경리 출판사 : 나남 (1993/01/15) 읽은날 : 2000/04/14 봉룡으로부터 시작하여 상수(김약국)로 이어진 다섯 딸(용숙, 용빈, 용란, 용옥, 용혜)에 얽힌 집안사, 여인사... 잘나가는 집안이 점점 '콩가루 집...  
75 한국 무진기행 - 김승옥 [1] freeism 5480   2012-03-11 2012-07-13 13:25
무진기행 지은이 : 김승옥 출판사 : 민음사 (1980/11/30) 읽은날 : 2012/03/10 <무진기행> (1964) 잘나가는 처가의 도움을 받으며 그럭저럭 제약회사에 다니던 윤희중은 전무 승진을 앞두고 무진으로 휴양을 온다. 그의 고...  
74 한국 캐비닛 - 김언수 freeism 5439   2012-10-22 2012-10-22 22:27
캐비닛 지은이 : 김언수 출판사 : 문학동네 (2006/12/17) 읽은날 : 2012/10/22 살인청부업자라는 독특한 소재를 맛깔스럽게 요리해낸 <설계자들>을 통해 작가 김언수를 알게 되었지만 그는 이미 <캐비닛>이라는 발칙한 소설로 상...  
73 한국 아가 - 이문열 freeism 5430   2011-04-18 2011-04-18 23:59
아가 지은이 : 이문열 출판사 : 민음사 (2000/03/16) 읽은날 : 2000/05/09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부제와 붉은색 표지, 거기에 '이문열'이라는 작가의 이름. 내가 책을 집어든 이유이자 바램일 것이다. 책을 즐겨읽기 시작...  
» 한국 내 젊은 날의 숲 - 김훈 [1] freeism 5374   2011-09-28 2011-09-28 12:07
내 젊은 날의 숲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10/11/02) 읽은날 : 2011/09/27 소설이라기 보다는 숲을 중심으로 써내려간 산문집 같았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아침 수목원처럼 무겁고 눅눅했다. 솔가지에 매달린 이...  
71 한국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freeism 5334   2011-05-11 2011-05-11 00:13
레디메이드 인생 지은이 : 채만식 편집인 : 한형구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2004/12/03) 읽은날 : 2011/01/17 <레디메이드 인생> 1934년을 살아가는 인텔리의 구질구질한 일상이 비루하게 그려진다. 빈곤한 시대에 취직자리를 구하...  
70 한국 도모유키 - 조두진 freeism 5304   2011-05-04 2011-05-04 00:59
도모유키 지은이 : 조두진 출판사 : 한겨레신문사 (2005/07/21) 읽은날 : 2007/05/07 국가간에 시작된 전쟁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되돌아왔다. 적이라지만 이는 국가 통수권자의 적일뿐 총칼을 집...  
69 한국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성석제 freeism 5181   2011-04-28 2011-04-28 23:39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지은이 : 성석제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2002/06/25) 읽은날 : 2003/12/08 -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얘, 만수야~ 만그이 읍냐(없냐)?’ 코믹하면서 빠르게 전개되는 만근이의 일대기에서 오래전에 방영되...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