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지은이 : 이형주

출판사 : 책공장더불어(2016/11/30)
읽은날 : 2017/02/20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 섞여 나온 커피를 갈아 마시는 루왁 커피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야생 사향고양이 배설물에서 커피를 채취했지만 인기가 올라감에 따라 사향고양이 농장을 만들고 거기서 강제로 커피를 먹여 수확한다는 내용이었다. 고양이 똥에 들어있는 열매를 이용해 커피를 만든다는 것만큼이나 좁은 우리에 갇혀 커피 열매만을 강제로 주입되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 또한 충격이었다.

  이십년 전 쯤, 고등학생 때 봤던 동물보호단체의 영상도 기억난다. 순백의 무대 위를 은회색의 모피코트를 걸친 모델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도도하게 걷고 있었다. 주변의 감탄과 후레쉬 세례 속에서 중앙 무대로 들어선 모델은 모피를 돋보이려고 한 바퀴 회전을 했다. 그런데 이때 모피 사이로 새빨간 피가 흘러나오더니 하얀 무대와 주변의 관객들에게 튀면서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강렬함은 쉽게 잊히지 않았고, 결혼 후에 우리 와이프가 시부모님께 물려받아 생전 처음 입게 된 모피코트를 봤을 때도 그녀의 환한 웃음보다는 핏물로 가득했던 그 무대가 먼저 떠올랐었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는 인간이 먹거나 입기 위해, 혹은 재미를 위해 희생되고 있는 모든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앞서 이야기했듯 사향고양이 뿐만 아니라, 사냥이나 전시를 위해 길러지는 사자나 호랑이, 뿔이나 지느러미를 위해 살해되는 코뿔소나 상어, 몸속으로 삽입된 호스를 통해 쓸개즙을 적출당하는 곰은 물론 산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라쿤 등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의 무지와 이기심으로 희생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입고 먹어왔던 것들 뒤에는 동물들의 고통스런 울부짖음이 숨어있다는 것을 세삼 확인할 수 있었다. 여고생의 가방에 복스럽게 매달린 털 장식은 살아있는 체로 벗겨진 토끼의 생가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나와 당신은 부지불실 간에 동물들을 살해해온 가해자였던 것이다. 아무렇게나 입고, 즐기던 것들 속에 수많은 동물들의 눈물이 숨어있다는 사실에 놀랍고도 미안했다. 정말 '내가 이러려고 살아 왔나 하는 자괴감 들고 괴로운 심정' 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그럼 가죽 옷을 입지 않고 채식을 하는 것으로 동물들의 눈물이 줄어들까?" 

  가죽옷 대신 합성수지로 만든 옷을 입을 때도 석유와 공장이 필요하다. 시추를 위해 자연은 훼손될 될 것이며, 공장이 돌아가는 과정에서 생긴 산림파괴와 공해로 동식물이 고통 받을 것이다. 채식을 한다고 하더라도 논밭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자연은 훼손될 것이고, 시장성을 위해 뿌려진 농약으로 많은 곤충과 벌레들이 죽어갈 것이다. 그리고 수확한 야채를 씻기 위해 사용하는 물도 따지고 보면 여러 동물의 생활터전을 빼앗아 만든 산물이 아니던가...

  

  결국 우리는 두발로 걷고 불을 사용하게 된 시기부터 자연과 동물을 학대해 온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살아가는 한 이 가혹행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원죄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은 동물은 물론 세상의 모든 것에 고마움을 가져야겠다. 오늘 당장 가죽 지갑을 버리고 닭고기를 끊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 삶이 수많은 생명의 희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고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겠다. 

  "여보, 모피코트 입지마~"

분류 :
인문
조회 수 :
824
등록일 :
2017.02.27
00:42:20 (*.53.89.162)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73728&act=trackback&key=ea4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7372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377 산문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freeism 7846   2011-05-09 2011-05-09 22:48
그건 사랑이었네 지은이 : 한비야 출판사 : 푸른숲 (2009/07/06) 읽은날 : 2010/02/20 한비야 님의 책은 처음이다. 텔레비전이나 신문, 인터넷을 통해 그 존재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번처럼 직접 만나본 적은 없었다. 눈앞에...  
376 인문 행복의 정복 (Conquest Of Happiness) -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 freeism 7745   2011-05-09 2011-05-12 14:11
행복의 정복 (Conquest Of Happiness) 지은이 :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 옮긴이 : 이순희 출판사 : 사회평론 (2005/01/05) 읽은날 : 2010/08/18 번역서에 대한 편견인지 피곤한 몸 상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  
375 외국 대성당(Cathedral) -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freeism 7737   2011-05-11 2020-03-15 15:30
대성당(Cathedral) 지은이 :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옮긴이 : 김연수 출판사 : 문학동네(2007/12/10) 읽은날 : 2011/03/02 평범하게 보이는 일상.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친구의 집에서 본 흉측한 치형(이빨을 교정하기 ...  
374 산문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 최순우 freeism 7705   2011-05-09 2011-11-23 10:20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지은이 : 최순우 출판사 : 학고재 (2002/08/10) 읽은날 : 2010/11/29 "최순우 님의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말한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을 ...  
373 한국 삼포 가는 길 - 황석영 freeism 7639   2011-05-09 2011-05-09 23:07
삼포 가는 길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창비 (2000/10/10) 읽은날 : 2010/07/20 황석영, 까칠한 표정만큼이나 집요한 그의 중단편은 분단과 전쟁, 이념의 대립 속에 휩쓸리는 인간 군상을 재조명함으로써 우리의 정체성과 앞으...  
372 산문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한비야 freeism 7585   2011-05-09 2011-05-09 23:52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지은이 : 한비야 출판사 : 푸른숲 (1999/11/11) 읽은날 : 2010/12/20 # 1. 한비야 한비야, 그녀가 우리 땅에 섰다. 전라도 해남에서 강원도 민통선까지의 도보여행을 통해 6년간의 세계여행을 마무리...  
371 인문 사랑은 없다 (Von der Unmöglichkeit der Liebe) - 잉겔로레 에버펠트 (Ingelore Ebberfeld) freeism 7502   2011-05-09 2011-05-09 22:56
사랑은 없다 (Von der Unmöglichkeit der Liebe) 지은이 : 잉겔로레 에버펠트 (Ingelore Ebberfeld) 옮긴이 : 강희진 출판사 : 미래의창 (2010/04/21) 읽은날 : 2010/05/10 "사랑에 빠진 사람은 우선 자신을 속이고 뒤이어...  
370 산문 카일라스 가는 길 - 박범신 freeism 7477   2011-05-09 2011-05-09 22:58
카일라스 가는 길 지은이 : 박범신 출판사 : 문이당 (2007/10/20) 읽은날 : 2010/05/25 카일라스, 그보다는 '성산 카일라스'라는 이름으로 뇌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산. 몇 해 전 방송된 다큐멘터리(SBS스페셜(2006년), <신으로...  
369 산문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Let Your Life Speak) - 파커 J. 파머(Paker J. Palmer) freeism 7457   2012-05-07 2020-03-15 15:21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Let Your Life Speak) 지은이 : 파커 J. 파머(Paker J. Palmer) 옮긴이 : 홍윤주 출판사 : 한문화(2001/12/18) 읽은날 : 2012/05/06 오래전에 어느 블로거가 남긴 평을 보고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  
368 인문 심리학, 배신의 상처를 위로하다 (The Gift of Betrayal) - 이브 A. 우드 (Eve A. Wood) freeism 7425   2011-05-09 2011-05-09 23:36
심리학, 배신의 상처를 위로하다 (The Gift of Betrayal) 지은이 : 이브 A. 우드 (Eve A. Wood) 옮긴이 : 안진희 출판사 : 이마고 (2010/08/20) 읽은날 : 2010/10/14 배신에 대한 보고서이자 치유를 위한 영양제 같다고나...  
367 인문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 (Denk&uuml;rdigkeiten Eines Nervenkranken) - 다니엘 파울 슈레버 (Daniel Paul Schrebe... freeism 7386   2011-05-09 2011-05-09 23:15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 (Denkürdigkeiten Eines Nervenkranken) 지은이 : 다니엘 파울 슈레버 (Daniel Paul Schreber) 출판사 : 자음과모음 (2010/06/16) 읽은날 : 2010/08/11 신경병자 슈레버의 회고록이 2/3를 차지하며 금치...  
366 한국 수난 이대 (외) - 하근찬, 이범선 freeism 7323   2011-05-09 2011-05-09 23:12
수난 이대 (외) 지은이 : 하근찬, 이범선 출판사 : 소담출판사 (2002/10/10) 읽은날 : 2010/07/30 수난 이대 - 하근찬 징용으로 끌려간 탄광에서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만도)와 전쟁 중에 역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들(진수)의 ...  
365 외국 도플갱어(Der Dppelgänger) - 주제 사라마구(José Saramago) freeism 7293   2012-06-15 2020-03-15 15:19
도플갱어(Der Dppelgänger) 지은이 : 주제 사라마구(José Saramago) 옮긴이 : 김승욱 출판사 : 해냄(2006/09/25) 읽은날 : 2012/06/15 도플갱어 :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자신과 똑같은 대상(환영)을 보는 현상. 독일어로, '이중으...  
364 기타 에쿠우스 (Equus) - 피터 셰퍼 (Peter Shaffer) freeism 7240   2011-05-09 2011-05-09 22:56
에쿠우스 (Equus) 지은이 : 피터 셰퍼 (Peter Shaffer) 옮긴이 : 신정옥 출판사 : 범우 (1991/07/10, 초연:1973) 읽은날 : 2010/05/06 희곡,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만 봤지 맘 잡고 읽어보기는 처음이다. 기존의 소설이나...  
363 인문 4주간의 국어여행 - 남영신 freeism 7229   2011-05-09 2011-05-09 23:42
4주간의 국어여행 지은이 : 남영신 출판사 : 성안당 (2005/06/22) 읽은날 : 2010/11/19 미녀들이 나와 수다를 떠는 '미수다'는 한국말에 능숙한 외국인을 초대해 우리나라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출...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