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오베라는 남자(En man som Ove)

지은이 :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

옮긴이 : 최민우

출판사 : 다산책방(2015/05/20)
읽은날 : 2016/04/30

 

 

오베라는 남자(En man som Ove)


  주름진 얼굴에 삐딱하게 치켜든 노인의 얼굴이 심상찮게 그려진 책 표지를 본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내가 도서관에서 빌린 <오베라는 남자>는 연노랑 표지에 아담한 서양식 집 앞이 그려져 있고 그 앞에 꼬장꼬장하게 생긴 노친네와 고양이 한마리가 조그맣게 그려진 책이다. 도서관이라는 특성상 겉표지를 벗긴 것인지, 아니면 인물을 강조하기 위해 오베라는 노인의 클로즈업한 표지의 책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베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갔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구두쇠에다가 모든 것이 정해진 시간에 제자리에 위치해야 직성이 풀리는 고집불통의 오베를 보니 오래 전에 봤던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외골수 할머니(데이지)가 생각난다.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살아가는 투덜이 할머니와 이런 괴팍함을 다 받아주며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운전기사의 이야기인데 그런 풍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물론 책 초반부 몇 페이지만 읽고서 전체 내용을 어림한다는 것이라 '믿거나 말거나'겠지만, 꼬장꼬장한 노인네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왠지 휴먼드라마로 끝날 것 같은 예감이 강했다. 어쩌면 세상과 연결해주는 그 핵심 고리 역할을 오배와 함께 표지에 등장한 그 고양이가 담당해 줄 것이 아닌지도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정직하지만 무뚝뚝한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오베는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서 배운 근면함과 성실함으로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아 하게 된다. 하지만 한 동료의 모함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고, 화마에 휩싸인 옆집의 이웃은 구했지만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집은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생활하고, 새 것 보다는 오래된 것의 가치를 알았던 오베의 이야기가 인상 깊다.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이웃과 친구를 밟고 올라서는, 새로 구입한 신제품에도 금방 싫증내 버리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련스럽도록 묵묵한 아날로그형 인간, 오베라는 남자가 새삼 돋보인다. 한마디로  "마치 보석을 둘러싸고 있던 회반죽이 갈라지는 것 같은"(p207) 남자였다.


  혼자 살아가던 오베는 퇴근길에 우연히 만난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고 곧 그녀와 함께 생활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오랜만에 나섰던 스페인 여행에서 뱃속의 아기는 유산되고 사랑하는 아내마저도 휠체어를 타는 신세가 된다. 음주운전을 한 버스 운전사와 물론 세상에 대한 분노가 가득했던 오베를 진정시킨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아내 소냐. 그들을 다시금 일어서는데...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오베의 이야기에는 그의 굴곡진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어쩌면 그의 괴팍한 성격은 힘든 세월을 버텨내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삐딱하게 주름 속에 감춰진 사연을 보니 그의 날 선 까칠함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아내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에서도 해고된 오베는 죽기로 결심한다. 아내 이외에는 가깝게 지내는 사람도 없는데다 고정적인 직장마저 사라진 마당에 살아서 무엇 하겠는가... 천정에 목을 매달아보기도 하고, 자동차 배기가스를 마셔보기도 했지만 절묘한 타이밍의 우연과 이웃과의 소소한 사건으로 인해 번번이 실패한다. 이렇게 이웃들에 의해 오베의 자살은 연기되어지고 점점 그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이웃을 위해 몇 가지 일도 도와주게 된다.
   앞집과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요즘,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제는 텔레비전의 미담코너에 나올 만큼 진귀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못하고 도와주는 오베의 투박함이 아름답게 보인다. 어려운 이웃을 도움으로써 오베는 사회에 동화될 수 있었고 개인적인 아픔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은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오베라는 남자> 초반부터 나왔던 길고양이는 책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오베 자신이 되었다가, 사랑하는 아내의 분신이 되기도 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이 되거나, 오베를 괴롭히는 '하얀 셔츠'의 인간으로 대변되기도 했다. 고양이의 모습으로 나타난 기쁨과 슬픔, 좌절과 희망은 항상 오베 곁에 있었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하면서 아른거리는 행복, 또는 불행은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처럼 우리를 휘감고 있는 것 같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힘겨운 오르막길이 있는가 하면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며 기쁨을 맛보는 내리막길도 있다. 그렇다고 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즐거움 뒤에는 또 다른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으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힘들게 살아온 삶이지만 되돌아보면 언제나 제자리에 위치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이 고양이는 우리 삶에 스며있는 희로애락이었는지 모르겠다.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행복과 불행이지만, 언젠가는 시간과 함께 모두 아름답게 지나가리란 것을...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말이다.


분류 :
외국
조회 수 :
576
등록일 :
2016.04.30
21:27:37 (*.111.129.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72572&act=trackback&key=6ce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7257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374 한국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freeism 531   2018-08-26 2018-08-30 16:59
82년생 김지영 지은이 : 조남주 출판사 : 민음사(2018/10/14) 읽은날 : 2018/08/26 “아이가 있는 여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사실 출산과 육아의 주체가 아닌 남자들은 나 같은 특별한 경험이나 계기가 없는...  
373 산문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하완 freeism 625   2018-08-16 2018-08-16 16:43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지은이 : 하완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2018/04/23) 읽은날 : 2018/08/15 제목에 딱 들어맞는 재미나고 독특한 일러스트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노란 방바닥에 팬티만 입고 기분 좋은 표...  
372 산문 책은 도끼다 - 김웅현 freeism 559   2018-08-09 2018-08-09 13:38
책은 도끼다 지은이 : 박웅현 출판사 : 북하우스(2011/10/10) 읽은날 : 2018/08/09 책을 한동안 손에서 놓은 뒤에 대시 책을 잡으려할 때 이런 책이 제격이다. 어렵지도 않고,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  
371 한국 오직 두 사람 - 김영하 freeism 589   2018-08-04 2018-08-05 10:17
오직 두 사람 지은이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2017/05/25) 읽은날 : 2018/08/04 거의 백만 년 만에 읽은 책이다. 이런 저런 핑계와 게으름으로 한번 멀어져버린 책은 쉽게 가까워지지 않았다. 마음 속 한구석에는 책을 읽어...  
370 인문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 이형주 freeism 697   2017-02-27 2018-08-04 23:14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지은이 : 이형주 출판사 : 책공장더불어(2016/11/30) 읽은날 : 2017/02/20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 섞여 나온 커피를 갈아 마시는 루왁 커피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야생 사향고양이 배...  
369 산문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 - 박경석 freeism 652   2017-01-31 2017-01-31 23:23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 지은이 : 박경석 출판사 : 책으로여는세상(2013/10/29) 읽은날 : 2017/01/30 학교에서 청소년적십자(RCY) 활동을 지도하면서 매월 나가는 곳이 있다. 반여동(부산)에 위치한 사랑샘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  
368 한국 뜨거운 피 - 김언수 freeism 683   2016-10-27 2016-10-27 22:54
뜨거운 피 지은이 : 김언수 출판사 : 문학동네(2016/08/20) 읽은날 : 2016/10/23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부산 송도해수욕장을 자주 갔었다. 같은 부산이라지만 우리 집과는 정 반대 방향인 남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어 대...  
367 외국 해부학자(El anstomistra) - 페데리코 안다아시(Federico Andahazi) freeism 793   2016-10-13 2016-10-23 01:38
해부학자(El anstomistra) 지은이 : 페데리코 안다아시(Federico Andahazi) 옮긴이 : 조구호 출판사 : 문학동네(2011/02/25, 초판:1997) 읽은날 : 2016/10/13 현대소설보다는 고전 중심으로 책을 보려고 노력 중이다. 요즘 책들...  
366 외국 페스트(La Peste)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freeism 903   2016-09-05 2016-09-06 20:15
페스트(La Peste) 지은이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옮긴이 : 유호식 출판사 : 문학동네(2015/12/26, 초판:1947) 읽은날 : 2016/09/04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 뜨거웠던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선 굵은 땀방울이...  
365 한국 채식주의자 - 한강 freeism 1305   2016-07-07 2016-07-07 23:57
채식주의자 지은이 : 한강 출판사 : 문학동네(2007/10/30) 읽은날 : 2016/06/29 2016년 6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콩쿠르상과 더불어 세계3대 문학상이라는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방송에서는...  
364 외국 정글북(The Jungle Book) -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 freeism 731   2016-06-21 2016-09-05 23:24
정글북(The Jungle Book) 지은이 :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 옮긴이 : 손향숙 출판사 : 문학동네(2010/08/23, 초판:1894) 읽은날 : 2016/06/18 2016년 디즈니사에서 만든 <정글북>이 미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다는 ...  
363 한국 종의 기원 - 정유정 freeism 518   2016-06-09 2016-06-13 21:26
종의 기원 지은이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2016/05/14) 읽은날 : 2016/06/07 "유진은 포식자야.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에 속하는 프레데터." (p259) '존속 살해'라는 충격적인 소재가 남긴 것은 무엇인가. 살인자의 손에...  
362 인문 행복의 기원 - 서은국 freeism 552   2016-06-03 2016-06-13 21:26
행복의 기원 지은이 : 서은국 출판사 : 21세기북스(2014/05/15) 읽은날 : 2016/06/02 몇 해 전에 연애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한 다큐멘터리를 봤었다. 호감이 가는 이성에게 접근해 데이트를 하지만 결국 그 많던 데이트 상대 ...  
361 인문 비숲 - 김산하 freeism 695   2016-05-31 2016-06-13 21:27
비숲 지은이 : 김산하 출판사 : 사이언스 북스(2015/05/08) 읽은날 : 2016/05/30 부산에서는 '원북원부산'이라고해서 매년 한 권의 책을 정해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학교에 있다 보니 독서나 글쓰기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  
360 한국 시인 동주 - 안소영 freeism 498   2016-05-10 2016-06-13 21:27
시인 동주 지은이 : 안소영 출판사 : 창비(2015/03/06) 읽은날 : 2016/05/10 문학을 중심으로 우리 근대사를 되돌아보는 흑백 다큐멘터리 영화 같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의 우리 한반도의 모습은 물론 2차 세계대전으로 혼란스러...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