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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인연


지은이 : 피천득
출판사 : 샘터 (1996/05/20)
읽은날 : 2004/07/28


인연 1.
무더운 여름의 저녁이다.
콱 막힌 방구석에 틀어박혀 책을 펼쳐든다.
2단까지 올려진 선풍기에서도 더운 입김만 품어져 나온다.
숨까지 턱턱 막히는 답답한 공간에서 이 책 역시 날 해방시키진 못한다.
아름답고 수수하기는 하지만 조금 답답하게 다가온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문장에서 작가의 소박하고 단출한 멋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고요히 흐르는 달빛아래 강물처럼 그 물길을 헤아릴 수 없다. 정처 없이 해매는 조각배가 된 듯하다.
‘한국 수필문학의 백미’라는 그의 글을 읽고 이런 불손한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이건 순전히 더위 먹은 이놈의 방구석 때문이다.
이런 더위와는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 내일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읽어야겠다.


2.
딸 서영이에 대한 사랑이 대단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태평양 너머의 딸에게 보낸 편지 한부분이 인상 깊다.


  아빠가 부탁이 있는데 잘 들어주어
  밥은 천천히 먹고
  길은 천천히 걷고
  말은 천천히 하고
  네 책상 위에 ‘천천히’라고 써 붙여라
  눈 잠깐만 감아 봐요. 아빠가 안아 줄게,
  자 눈떠!


그저 부럽다는 말밖에 안나온다.
아버지의 사랑과
딸의 믿음이 가득한 책...


3.
글을 쓰고 싶다.
하루의 생활을 소박하게 표현하고 싶다.
어린 나뭇잎을 소재로 동화도 한편 쓰고 싶다.
여유롭게 생활하면서 형식에 구애됨 없이 적고 싶다.
피천득 선생님처럼, 인연처럼...


그래서, 조잡한 인쇄본이라도 나만의 책으로 묶어 인연 닿는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다.

분류 :
산문
조회 수 :
4402
등록일 :
201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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