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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콧수염 (La Moustache)


지은이 : 엠마뉴엘 카레르 (Emmanuel Carrere)
옮긴이 : 전미연
출판사 : 열린책들 (2001/01/20)
읽은날 : 2001/05/23


콧수염 쇼킹한데...
어찌 보면 단순한 소재의 이야기. 하지만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글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신을 본다.
콧수염에 얽힌 한편의 'X파일'. 사건을 풀어나가는 작가의 글 솜씨에 감탄할 뿐이다.
추리 소설 같기도 하고, 미스터리 소설 같기도 한 이 이야기는 그가 10년 이상을 길러온 콧수염을 장난 삼아 자른 데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원래 콧수염 같은 것을 기르지 않았다고 모두들 말한다. 아내, 친구는 물론, 자신 주변의 누구도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충격적이다 못해 엽기적이기까지 한 결말이 섬뜩하다.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도무지 다음 내용을 종잡을 수가 없다. 그가 콧수염을 길렀었는지, 아니면 아예 콧수염이란 걸 기른 적이 없었는지...
내가 콧수염을 길렀는지, 아닌지 헛갈리기까지 한다.


'아메리칸 싸이코'라는 영화를 연상하게 된다.
결국 살인까지 저지른 '싸이코'는 자신의 살인 사실을 친구에게 고백하려 하지만 친구는 농담으로 웃어넘긴다. 급기야 자신이 죽이고 암매장했던 사람을 얼마 전에 만났다는 말까지 듣게 된다는 이야기의 영화로 인간의 삐뚤어진 이상과 함께 인간 존재에 대한 무관심, 기계적 만남에 대해 섬뜩하게 풍자해 놓았다.


'아메리칸 싸이코'에서와 같이 '콧수염' 역시 인간 존재의 형식화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게 아닐까. 존재 자체에 대한 진지한 물음...
인간 관계에 있어 타인의 존재는 과연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가? 타인이란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켜줄 단순한 허상일 뿐인가? 그리고 우리가 진실이라 믿고 있는 것 역시 자신의 판단보다 타인과 외부의 인식을 통해 판단되어지는 것은 아닌지...
형식적으로 만나고, 습관적으로 안부를 묻고, 예의상 술자리를 같이하는, 알맹이 빠진 오늘날의 인간 사회를 돌아보게 만든다.


콧수염, 털... 있으나마나 한 인간의 표피, 하찮게만 느껴지는 털 한 가닥...
그 하찮음 속에 감추어진 인간의 모습과 인간 사이의 관계...
황당하기까지 한 소설이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진지한 책인 것 같다. 진정한 인간 관계는 어쩌면 타인에 대한 자그마한 관심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하려는 듯...


다시 한번 내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혹시 무의식중에 놓쳐버린 '털'조각이 있는지...
섬뜩하도록 멋진 책, 콧수염...

분류 :
외국
조회 수 :
4318
등록일 :
2011.04.25
10:08:25 (*.43.57.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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