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


지은이 : 이진우
출판사 : 책세상 (2010/04/28)
읽은날 : 2010/06/10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  프레드리히 니체, 그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니체를 겪어보지 못한 내 무지에서 비롯된 막막함일 뿐 한 번도 '니체'를 진지하게 읽어본 적은 없었다. 아니, 대학시절에 딱 한번 읽은 적이 있었다. 한때 즐겨 읽던 명상서의 저자, 오쇼 라즈니쉬가 <내가 사랑한 책들>에서 자신이 읽은 책 중에 최고였다는 글을 보고, 호기심 반 의무감 반으로 집어든 책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였다. 학교를 오가는 버스 속에서 그 책을 몇 번이나 덮고 폈는지 모르겠다. 덜컹거리는 버스만큼이나 답답하게 가슴을 죄어왔던, 내용에 대한 별다른 이해 없이 오기만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다시 니체를 만나려 한다. 그가 쓴 글로서가 아니라 그를 연구하고 소개한 이진우 교수님을 통해 다가가고자 한다. 과연 이번에는 니체의 글과 사상의 끄트머리라도 이해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심스럽지만 이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겠는가. 두렵고 조심스런 마음에 니체의 방문을 노크한다.


 책은 니체 전집 등 우리나라에서 니체에 대해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책세상 출판사와 그의 연구와 번역에 조예가 있는(니체에 문외한인 내가 뭘 알겠는가. 속지에 삽입된 저자 소개를 통해 짐작해 보면) 이진우 교수님의 합작품으로 니체의 흔적이 묻어있는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쓴 일종의 ‘철학적 기행문’이다.
 그래서 니체의 철학과 사상에서부터 각 도시에 흐르는 철학적, 문화적 분위기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건축을 문화의 한 영역으로 끌어올리며 대중화에 기여한 서현 교수님의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처럼, 유럽 곳곳에 깃든 니체의 흔적을 따라 사람과 자연, 문화, 나아가 철학적 사유를 끄집어낸다. 니체가 글의 중심에 있기에 조금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책을 뒤덮은 유려한 문체와 생각의 깊이에 매혹된 체 교수님의 발걸음을 묵묵히 뒤따른다.


 니체가 되어 생각하고, 니체가 되어 걸어보고, 니체가 되어 여행한다. 니체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나로서도 니체에 대한, 저자의 박식함과 애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니체를 통해 저자 자신과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이진우님의 회고록인지도 모르겠다. 지극히 공적인 책속에 숨어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는 책의 깊이를 더했다. 니체의 벽을 넘어 자신에게로 이른 길이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하지만 니체에 대한 나의 무지도 여전했다. 이 때문에 니체와 유럽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힘들었다. 니체에 대해, 차라투스트라에 대해 더 많이 알았더라면 그만큼의 깊이로 다가왔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차라투스트라도 다시 읽어보고 싶고 니체의 다른 글도 읽어보고 싶다. 비록 이해할 수 없을 지라도 니체를 몇 발짝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


 “기행문이란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넓게 보는 것이 아니라 깊이 생각하고 사유하는 여행, 촉박한 일정에 끌려다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의 문화에 녹아 흘러가는 것, 화려한 겉모습 속에 감추어진 일상의 투박함을 찾아내는 것, 수만리 이국땅에서 어린 날의 고향 길을 떠올리는 것, 비워진 마음으로 세상 속을 흘러가는 것, 이것이 바로 진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언제쯤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먼 길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을까.


 이삼일 정도를 니체를 따라 걷다보니 그의 사상의 따라갈 수 없는 내 머리는 더욱 몽롱해지는 것 같다. 인류를 뒤흔든 위대한 사상 앞에 내 앞의 현실은 너무 초라해 보인다. 뭔가 중요한 것이 있을 것 같지만, 아니 있다고 했지만 내 능력으로는 그것을 실감할 수도 부여잡을 수도 없다. 이런 공허함이 일상을 건조하게 마비시킨다. 갑갑한 마음은 깊은 한숨이 되어 현실을 자학한다. 왜 이럴까. 사고의 시작인가 아니면 이성의 끝인가...

분류 :
인문
조회 수 :
6974
등록일 :
2011.05.09
22:59:34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1819&act=trackback&key=994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181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sort 최근 수정일
242 인문 과일 사냥꾼 (The Fruit Hunters) - 아담 리스 골너 (Adam Leith Gollner) freeism 6055   2011-05-09 2011-05-09 23:18
과일 사냥꾼 (The Fruit Hunters) 지은이 : 아담 리스 골너 (Adam Leith Gollner) 옮긴이 : 김선영 출판사 : 살림출판사 (2010/07/10) 읽은날 : 2010/08/31 "현재 사과 품종 중 이름 있는 것만 해도 2만 개가 넘는다. 이...  
241 인문 행복의 정복 (Conquest Of Happiness) -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 freeism 7750   2011-05-09 2011-05-12 14:11
행복의 정복 (Conquest Of Happiness) 지은이 :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 옮긴이 : 이순희 출판사 : 사회평론 (2005/01/05) 읽은날 : 2010/08/18 번역서에 대한 편견인지 피곤한 몸 상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  
240 만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 박흥용 freeism 5816   2011-05-09 2011-05-09 23:16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1~3) 지은이 : 박흥용 출판사 : 바다출판사 (2002/04/26) 읽은날 : 2010/08/18 견주(堅主)라는 이름보다 견자(犬子, 개새끼)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해진 그는 맹인 침술사이자 최고의 칼잡이인 황정학으로부터 ...  
239 인문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 (Denk&uuml;rdigkeiten Eines Nervenkranken) - 다니엘 파울 슈레버 (Daniel Paul Schrebe... freeism 7388   2011-05-09 2011-05-09 23:15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 (Denkürdigkeiten Eines Nervenkranken) 지은이 : 다니엘 파울 슈레버 (Daniel Paul Schreber) 출판사 : 자음과모음 (2010/06/16) 읽은날 : 2010/08/11 신경병자 슈레버의 회고록이 2/3를 차지하며 금치...  
238 인문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 남영신 freeism 7227   2011-05-09 2011-05-09 23:13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지은이 : 남영신 출판사 : 까치 (2002/04/05) 읽은날 : 2010/08/09 국어는 어렵다. 정확한 단어와 문법을 통해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맞춤법을 틀리는 경우가 많았...  
237 한국 수난 이대 (외) - 하근찬, 이범선 freeism 7323   2011-05-09 2011-05-09 23:12
수난 이대 (외) 지은이 : 하근찬, 이범선 출판사 : 소담출판사 (2002/10/10) 읽은날 : 2010/07/30 수난 이대 - 하근찬 징용으로 끌려간 탄광에서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만도)와 전쟁 중에 역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들(진수)의 ...  
236 만화 100℃ - 최규석 freeism 6494   2011-05-09 2011-05-09 23:11
100℃ 지은이 : 최규석 출판사 : 창비 (2009/06/05) 읽은날 : 2010/07/29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하지만 사람들은 언제 끓어오를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아저씨는 "지금이 99도다... 그렇게 믿어야지. 99도에서 그만두...  
235 산문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Evocative objects : things we think with) - 셰리 터클 (Sherry Turkle) freeism 6843   2011-05-09 2011-05-09 23:10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Evocative objects : things we think with) 엮은이 : 셰리 터클 (Sherry Turkle) 옮긴이 : 정나리아, 이은경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2010/06/10) 읽은날 : 2010/07/28 <시민 케인>을 아는가...  
234 인문 처녀귀신 - 최기숙 freeism 6594   2011-05-09 2011-05-09 23:08
처녀귀신 지은이 : 최기숙 출판사 : 문학동네 (2010/06/05) 읽은날 : 2010/07/23 으스름달밤, 화장실에 가려고 방문을 여는데 창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나부끼는 커튼이려니 하고 지나치려는 순간 하얀 물체가 커튼...  
233 한국 삼포 가는 길 - 황석영 freeism 7642   2011-05-09 2011-05-09 23:07
삼포 가는 길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창비 (2000/10/10) 읽은날 : 2010/07/20 황석영, 까칠한 표정만큼이나 집요한 그의 중단편은 분단과 전쟁, 이념의 대립 속에 휩쓸리는 인간 군상을 재조명함으로써 우리의 정체성과 앞으...  
232 인문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 - 김병준, 김창호, 이동걸, 안병진, 박능후, 김성환, 김용익, 조기숙, 고철환, 윤승... freeism 6584   2011-05-09 2011-05-09 23:05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 지은이 : 김병준, 김창호, 이동걸, 안병진, 박능후, 김성환, 김용익, 조기숙, 고철환, 윤승용 펴낸이 : 오연호 출판사 : 오마이북 (2010/06/30) 읽은날 : 2010/07/18 대통령의 역할과 한계 속에...  
231 인문 간단명쾌한 철학 - 고우다 레츠 (甲田烈) freeism 8585   2011-05-09 2011-05-09 23:04
간단명쾌한 철학 지은이 : 고우다 레츠 (甲田烈) 옮긴이 : 이수경 출판사 : 시그마북스 (2010/06/20) 읽은날 : 2010/07/08 고대철학, 중세철학, 근대철학, 현대철학... 연대기라 불러도 좋을 만큼의 철학 사상들이 그림과 함께 시...  
230 외국 유모아 극장 (Yumoa Shosetsu-shu) - 엔도 슈사쿠 (遠藤周作) freeism 8906   2011-05-09 2011-05-09 23:01
유모아 극장 (Yumoa Shosetsu-shu) 지은이 : 엔도 슈사쿠 (遠藤周作) 옮긴이 : 김석중 출판사 : 서커스 (2006/11/04) 읽은날 : 2010/07/03 독특한 소재와 일상의 평범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열두 편의 단편은 인간 이면에 대한...  
229 산문 책 읽는 청춘에게 - 우석훈외 20인의 멘토와 20대 청춘이 함께 만들다 freeism 6751   2011-05-09 2011-05-09 23:00
책 읽는 청춘에게 지은이 : 우석훈외 20인의 멘토와 20대 청춘이 함께 만들다 출판사 : 북로그컴퍼니 (2010/05/20) 읽은날 : 2010/06/30 젊은 대학생 7명이 모여 책을 펴냈다. 다른 학생들이 토익과 취업에 목매달고 있을 때...  
228 인문 예수 왜곡의 역사 (Jesus, Interrupted) - 바트 어만 (Bart D. Ehrman) freeism 6783   2011-05-09 2011-05-09 23:00
예수 왜곡의 역사 (Jesus, Interrupted) 지은이 : 바트 어만 (Bart D. Ehrman) 옮긴이 : 강주헌 출판사 : 청림출판 (2010/05/17) 읽은날 : 2010/06/28 본격적인 책읽기에 앞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일단 나는 ...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