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옮긴이 : 임홍빈
출판사 : 문학사상(2009/01/05)
읽은날 : 2015/07/12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30킬로까지는 '이번에는 좋은 기록이 나올지도' 라고 생각하지만, 35킬로를 지나면 몸의 연료가 다 떨어져서 여러 가지 일에 대해서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텅 빈 가솔린 탱크를 안고 계속 달리는 자동차 같은 기분'이 된다. 하지만 완주하고 나서 조금 지나면, 고통스러웠던 일이나 한심한 생각을 했던 일 따위는 깨끗이 잊어버리고, '다음에는 좀 더 잘 달려야지'하고 결의를 굳게 다진다. 아무리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어도, 결국은 똑같은 일의 반복인 것이다." (p107)

 

  춘천마라톤(2012년, 5시간15분)과 중앙서울마라톤(2014년, 4시간59분)을 완주했지만 마라톤은 여전히 두렵고 낯선 것이 사실이다. 하나의 대회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몇 개월 전부터 수 십, 수 백 km씩 연습을 해야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끈기와 자기 절재가 필요하다. 퇴근 이후의 나른한 몸은 오늘의 연습을 내일로 미루게 만들고, 모처럼 있는 회식자리에서도 마음대로 즐기지 못한다. 거기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쌀쌀한 날씨 속을 달리기 위해 집 밖을 나간다는 것 또한 상당한 고역이다. 이런 어려움들은 섣불리 마라톤 대회 참가를 망설이게 만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라톤 대회 신청과 출전에 상당히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부터 '5시간을 달릴 수 있을까', '무리하게 달리다가 다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든다.

 

  하지만 어떻든 대회를 신청하고 나면 스스로를 단련하며 연습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나 같은 초보 러너에게는 기록보다는 뛰다가 죽지 않기 위한(?), 완주를 위해 달리는 거리를 늘리는 것이 연습의 주목적인지라 이런 중차대한 행사를 '지름'으로 해서 운동의 필연성을 만들기도 한다. 풀코스 완주라는 하나의 목표의식은 나를 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자의든 타의든 꾸준한 연습을 하도록 한다. 그리고 대회에 출전해 수많은 사람들과 호흡을 섞으며 달리는 동안 살아있다는, 하나의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에 매료된다. 물론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골인 뒤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한 걸음씩 내 딛는 것이다.


  최근 들어 수영에 빠지면서 달리기에 소홀해졌다. 하지만 트라이애슬론(수영+사이클+달리기) 완주이라는 또 다른 욕심이 생긴 마당에 달리기를 등한시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 나의 다리를 자극할 뭔가를 찾게 되었고 이렇게 골라든 책이 바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이다. 몇 년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풀코스를 뛰어보고 싶다는 열망를 키웠던 기억도 있는데다 달리기 과정에서 오는 심정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놓았기에 상당히 공감하면서 봤었다. 이제, 하루키의 뒤를 따르면서 나를 채찍질하려 한다...

 


  "중요한 것은 시간과의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만큼의 충족감을 가지고 42킬로를 완주할 수 있는가, 얼마만큼 자기 자신을 즐길 수 있는가, 아마도 그것이 이제부터 앞으로의 큰 의미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것을 나는 즐기며 평가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약간 다른 성취의 긍지를 모색해가게 될 것이다." (p187)

 

  하루키의 영향이 금세 나타났다. 일요일 새벽 백양산 산길을 한 시간 동안 달린데 이어 어제 퇴근 후에도 동네하천변을 10km 달렸다. 오랜만에 제법 먼 거리를 달려서그런지 움츠려버린 근육에선 난리가 났다.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당기지 않는 곳이 없고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올 때는 잔뜩 긴장한 체 힘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뻐근함이 싫지만은 않다. 이런 상태는 이 삼일이면 없어질 테고 곧이어 이정도의 훈련강도에 맞추어 몸이 적응할 테니까. 내 몸은 잊어버렸던 러너의 기억을 서서히 되살리고 있는 중이다.

 

  책 표지에 난 사각형의 구멍으로 오아후 알라모아나 공원(하와이)을 달리는 하루키의 뒷모습이 보인다. 나는 하루키의 모습 위에 지난 2014년 중앙서울마라톤대회 때 골인장면을 붙여놓았는데 마치 내가 쓴 책이라도 되는 것처럼 뿌듯해졌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루키가 썼지만 그 속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였다. 살을 빼기 위해 조깅을 시작했고 10km대회에 참가해 완주메달을 받았다. 그리고 거리를 늘려 하프코스(21km)를 완주했으며 2012년과 2014년에는 풀코스(42.195km)를 무사히 달렸다. 그리고 올해(2015년 9월)는 트라이애슬론에 출전한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루키의 회고록인 동시에 나의 이야기인 것이다. 아니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달림이들의 '완주기'인 것이다.



* 2010년 글 보기 :  http://freeismnet.cafe24.com/xe/2059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분류 :
산문
조회 수 :
1048
등록일 :
2015.07.15
13:59:30 (*.43.57.253)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66347&act=trackback&key=d5e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6634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377 한국 종의 기원 - 정유정 freeism 890   2016-06-09 2016-06-13 21:26
종의 기원 지은이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2016/05/14) 읽은날 : 2016/06/07 "유진은 포식자야.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에 속하는 프레데터." (p259) '존속 살해'라는 충격적인 소재가 남긴 것은 무엇인가. 살인자의 손에...  
376 한국 파과 - 구병모 freeism 906   2015-11-07 2016-06-13 21:28
파과 지은이 : 구병모 출판사 : 자음과모음(2013/08/05) 읽은날 : 2015/11/06 65세의 노부인, 조각은 오늘도 방역 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방역이란 쥐나 바퀴벌레를 잡는 일이 아니라 의뢰인의 요청을 받고 사람을 ...  
375 한국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freeism 920   2018-08-26 2018-08-30 16:59
82년생 김지영 지은이 : 조남주 출판사 : 민음사(2018/10/14) 읽은날 : 2018/08/26 “아이가 있는 여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사실 출산과 육아의 주체가 아닌 남자들은 나 같은 특별한 경험이나 계기가 없는...  
374 외국 오베라는 남자(En man som Ove) -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 freeism 923   2016-04-30 2016-10-07 13:39
오베라는 남자(En man som Ove) 지은이 :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 옮긴이 : 최민우 출판사 : 다산책방(2015/05/20) 읽은날 : 2016/04/30 주름진 얼굴에 삐딱하게 치켜든 노인의 얼굴이 심상찮게 그려진 책 표지를 ...  
373 인문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Jean Ziegler) freeism 929   2015-03-30 2016-06-13 21:32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지은이 : 장 지글러(Jean Ziegler) 옮긴이 : 유영미 출판사 : 갈라파고스(2007/03/07) 읽은날 : 2015/03/29 온 가족이 지독한 감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둘째 아들이 감기에 걸렸는가 싶더...  
372 외국 다섯째 아이(The Fifth Child) -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freeism 935   2014-11-12 2016-09-05 23:27
다섯째 아이(The Fifth Child) 지은이 :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옮긴이 : 정덕애 출판사 : 민음사(1999/06/25, 초판:1988) 읽은날 : 2014/11/06 데이비드와 결혼한 헤리엇은 하나, 둘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행복한 삶...  
371 한국 우아한 거짓말 - 김려령 freeism 947   2015-04-12 2016-06-13 21:31
우아한 거짓말 지은이 : 김려령 출판사 : 창비(2009/11/20) 읽은날 : 2015/04/11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조용하고 착하기만 하던 천지가 갑자가 자살했다. 만지는 동생의 자살한 이유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370 인문 행복의 기원 - 서은국 freeism 947   2016-06-03 2016-06-13 21:26
행복의 기원 지은이 : 서은국 출판사 : 21세기북스(2014/05/15) 읽은날 : 2016/06/02 몇 해 전에 연애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한 다큐멘터리를 봤었다. 호감이 가는 이성에게 접근해 데이트를 하지만 결국 그 많던 데이트 상대 ...  
369 산문 책은 도끼다 - 김웅현 freeism 949   2018-08-09 2018-08-09 13:38
책은 도끼다 지은이 : 박웅현 출판사 : 북하우스(2011/10/10) 읽은날 : 2018/08/09 책을 한동안 손에서 놓은 뒤에 대시 책을 잡으려할 때 이런 책이 제격이다. 어렵지도 않고,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  
368 한국 오직 두 사람 - 김영하 freeism 972   2018-08-04 2018-08-05 10:17
오직 두 사람 지은이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2017/05/25) 읽은날 : 2018/08/04 거의 백만 년 만에 읽은 책이다. 이런 저런 핑계와 게으름으로 한번 멀어져버린 책은 쉽게 가까워지지 않았다. 마음 속 한구석에는 책을 읽어...  
367 한국 아몬드 - 손원평 freeism 972   2019-01-22 2019-02-04 00:08
아몬드 지은이 : 손원평 출판사 : 창비(2017/03/31) 읽은날 : 2019/02/21 "알렉시티미아, 즉 감정 표현 불능증은 1970년대 처음 보고된 정서적 장애이다. 아동기에 정서 발달 단계를 잘 거치지 못하거나 트라우마를 겪은 경우, 혹...  
366 한국 고령화 가족 - 천명관 freeism 981   2015-01-26 2016-06-13 21:32
고령화 가족 지은이 : 천명관 출판사 : 문학동네(2010/02/18) 읽은날 : 2015/01/25 <고래>에서 봤던 천명관 님의 구라빨을 생각하며 골라든 책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다. 최근 영화(<고령화 가족>(송해성 감독, 2013년...  
365 외국 로빈슨 크루소(The Life and Strange Surpris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 - 다니엘 디포(Da... freeism 989   2018-12-14 2019-10-17 22:49
로빈슨 크루소(The Life and Strange Surpris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 지은이 : 다니엘 디포(Daniel Defoe) 옮긴이 : 류경희 출판사 : 열린책들(2011/03/20, 초판 : 1719) 읽은날 : 2018/12/05 로빈슨 ...  
364 산문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하완 freeism 998   2018-08-16 2018-08-16 16:43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지은이 : 하완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2018/04/23) 읽은날 : 2018/08/15 제목에 딱 들어맞는 재미나고 독특한 일러스트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노란 방바닥에 팬티만 입고 기분 좋은 표...  
363 한국 한국단편문학선 1 - 김동인, 현진건 외 freeism 1031   2014-11-18 2016-06-13 21:33
한국단편문학선 1 지은이 : 김동인, 현진건 외 출판사 : 민음사(1998/08/05) 읽은날 : 2014/11/16 <감자> (김동인, 1925) 80원에 홀아비에게 시집간 복녀는 평양 칠성문 바깥 빈민촌에서 생활하며 무능력한 남편을 대신해 허드렛일로...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