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자기 앞의 생 (La Vie devant Soi)


지은이 : 에밀 아자르 (Emile Ajar)
옮긴이 : 용경식
출판사 : 문학동네 (2003/05/06)
읽은날 : 2005/12/09


자기 앞의 생 프랑스의 벨빌, 창녀들의 아이를 돌봐주는 로자 아줌마와 그곳에 맡겨진 모모(모하메드)의 이야기로 천연덕스럽고 능청스러운 꼬마 소년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모모는 엄마가 창녀였다는 것 외에는 자신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지만 그것 때문에 주눅들거나 의기소침해하진 않는다. 가끔 로자 아줌마를 힘들게도 하지만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등 모모 특유의 영민함으로 자신의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로자 아줌마의 병이 깊어지자 그녀를 간병하면서 자신에게 닥칠 새로운 앞날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갑자기 찾아온 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나이가 실제로는 열네 살, 이제 더 이상 꼬마 소년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스스로의 성장을 대견스러워한다. 이제 모모 앞에는 스스로 헤쳐가야할, ‘자기 앞의 생’이 주어지는 순간이다.


초등학생이 되어 시장통을 누비는가하면 먼 훗날에 대한 상상으로 떠들썩했던 유년 시절을 여행한 기분이다. 모모가 오르던 삐걱거리는 층계는 옛날 다락방을 생각나게 하고, 우연히 만난 나딘 아줌마의 눈매에선 초등학교 때의 뒷집 누나를 생각나게 했다. 마치 <존 말코비치 되기>라는 영화처럼 모모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의 눈과 마음으로 벨빌 거리를 여행하고 온 듯 하다.
그렇다고 옛 향수만을 자극하는 감성소설은 아니다. 어린 소년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지만 유치하지 않고 매우 현실적이다. 직설적이고 엉뚱한 듯하지만 때 묻지 않은 진솔함으로 빈민층의 생활상이나 주변 인물의 심리상태를 사실적으로 그려놓았다.


특히 임종을 눈앞에 둔 로자 아줌마와 새로운 ‘생’에 눈 떠가는 어린 모모, 즉 죽음과 탄생이라는 상반된 생이 인상 깊다. 의사는 아줌마에게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하지만 그녀와 모모는 식물처럼 생을 연명하기보다는 깨끗이 마감하고 싶어 한다.
안락사에 대한 윤리적 문제는 접어두고서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원하지 않는다고 도망갈 수도 없고, 희망한다고 해서 다 될 수도 없는 것이 인생이 아니던가. 결국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사랑과 행복 속에 진정한 ‘생’의 가치가 있다는 건 아닐까 한다.


사실 이 글의 작가는 에밀 아자르가 아니다. 그러니까 한참 잘나가던 ‘로맹 가리’라는 자신의 본명 대신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이글을 썼는데 권총을 물고 자살한 이후 유서처럼 발표한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를 통해 이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무엇이 자신을 숨기게 했으며 자살이라는 극한의 상황까지 내몰아갔는지 궁금함에 이 책을 고른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어쩌면 ‘로맹 가리’라는 이름의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기 위해 벌인 마지막 쇼였단 말인가? 인생이 쇼인 것처럼...

분류 :
외국
조회 수 :
4285
등록일 :
2011.05.03
02:48:51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940&act=trackback&key=b8e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94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sort 날짜 최근 수정일
74 외국 뇌 (L'Ultime Secre) - 베르나르 베르베르 (Bernard Werber) freeism 5925   2011-04-28 2011-04-28 12:22
뇌 (L'Ultime Secre, 1, 2) 지은이 : 베르나르 베르베르 (Bernard Werber) 옮긴이 : 이세욱 출판사 : 열린책들 (2002/07/10) 읽은날 : 2002/11/23 손으로 책장을 넘기며, 눈으로 글을 읽고, 뇌로 이야기를 생각한다. 그리고...  
73 외국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 하퍼 리 (Harper Lee) freeism 4019   2011-04-28 2011-04-28 12:54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지은이 : 하퍼 리 (Harper Lee) 옮긴이 : 김욱동 출판사 : 문예출판사 (2002/09/15, 초판:1960) 읽은날 : 2002/12/13 90년대 초반, 대학교 때 동아리 방에서 한 선배의 책 읽는 모습...  
72 외국 내가 나인 것 (ぼくがぼくであること) - 야마나카 히사시 (山中 恒) freeism 5022   2011-04-28 2011-04-28 13:04
내가 나인 것 (ぼくがぼくであること) 지은이 : 야마나카 히사시 (山中 恒) 옮긴이 : 햇살과나무꾼 출판사 : 사계절 (2003/08/30, 초판:1969) 읽은날 : 2003/11/29 생일이거나 자격증을 따서, 혹은 청소 잘해서, 그것도 아니면 그냥...  
71 외국 난초도둑 (The Orchid Thief) - 수잔 올린 (Susan Orlean) freeism 4084   2011-04-30 2011-04-30 01:26
난초도둑 (The Orchid Thief) 지은이 : 수잔 올린 (Susan Orlean) 옮긴이 : 김영신, 이소영 출판사 : 현대문학 (2003/05/08) 읽은날 : 2004/05/29 “나무에 붙어서 살아가는 착생식물과에 속하는, 메마르고 삐죽삐죽 가시가 돋...  
70 외국 운명 (Sorstalansag) - 임레 케르테스 (Imre Kertesz) freeism 3921   2011-04-30 2011-04-30 01:29
운명 (Sorstalansag) 지은이 : 임레 케르테스 (Imre Kertesz) 옮긴이 : 박종대, 모명숙 출판사 : 다른우리 (2002/12/05) 읽은날 : 2004/07/08 ‘호국보훈의 달’이 다가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69 외국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 - 댄 브라운 (Dan Brown) freeism 4066   2011-04-30 2011-04-30 01:33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 1,2) 지은이 : 댄 브라운 (Dan Brown) 옮긴이 : 양선아 출판사 : 베텔스만 (2004/07/01) 읽은날 : 2004/08/07 바람이 불고 있다. 다빈치의 후폭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출판사의 광고전...  
68 외국 장미의 이름 (Il Nome della Rosa) -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 freeism 4015   2011-05-01 2011-05-01 01:41
장미의 이름 (Il Nome della Rosa, 상,하) 지은이 :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 옮긴이 : 이윤기 출판사 : 열린책들 (1986/05/15) 읽은날 : 2005/02/16 언론과 지인의 극찬을 통해 알게 된 <장미의 이름>, 하지만 그 삼엄한 ...  
67 외국 냉정과 열정사이 (冷靜と情熱のあいだ ) - 츠지 히토나리 (つじ仁成), 에쿠니 가오리 (江國香織) freeism 4094   2011-05-03 2011-05-03 02:35
냉정과 열정사이 (冷靜と情熱のあいだ, Rosso, Blu) 지은이 : 츠지 히토나리 (つじ仁成), 에쿠니 가오리 (江國香織) 옮긴이 : 양억관, 김난주 출판사 : 소담출판사 (2000/11/20) 읽은날 : 2005/06/12 엇갈린 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  
66 외국 어둠의 저편 (アフタ-ダ-ク)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freeism 4450   2011-05-03 2011-12-26 00:12
어둠의 저편 (アフタ-ダ-ク)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옮긴이 : 임홍빈 출판사 : 문학사상사 (2005/05/26) 읽은날 : 2005/08/24 새벽 두시, 은빛 장판 위의 여행 가방, 가이드북, 카메라, 그리고 구석에 널브러진 속...  
65 외국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兎の眼) - 하이타니 겐지로 (灰谷健次郞) freeism 5064   2011-05-03 2011-05-03 02:44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兎の眼) 지은이 : 하이타니 겐지로 (灰谷健次郞) 옮긴이 : 햇살과나무꾼 출판사 : 양철북 (2002/07/29) 읽은날 : 2005/11/16 "얼굴을 감싼 후미지의 손등에 데쓰조의 이빨이 파고들었다. 후미지의 째지는 울음...  
» 외국 자기 앞의 생 (La Vie devant Soi) - 에밀 아자르 (Emile Ajar) freeism 4285   2011-05-03 2011-05-03 02:48
자기 앞의 생 (La Vie devant Soi) 지은이 : 에밀 아자르 (Emile Ajar) 옮긴이 : 용경식 출판사 : 문학동네 (2003/05/06) 읽은날 : 2005/12/09 프랑스의 벨빌, 창녀들의 아이를 돌봐주는 로자 아줌마와 그곳에 맡겨진 모모(모하...  
63 외국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The Traveler's Gift) - 앤디 앤드루스 (Andy Andrews) freeism 3832   2011-05-03 2011-05-03 03:00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The Traveler's Gift) 지은이 : 앤디 앤드루스 (Andy Andrews) 옮긴이 : 이종인 출판사 : 세종서적 (2003/07/25) 읽은날 : 2006/10/25 제목에 포함된 ‘위대한 하루’라는 문구가 언제부턴가 내 시선을...  
62 외국 환상 (Illusions) - 리차드 바크 (Richard Bach) freeism 5012   2011-05-03 2011-05-03 14:42
환상 (Illusions) 지은이 : 리차드 바크 (Richard Bach) 옮긴이 : 이은희 출판사 : 한숲 (2003/06/10) 읽은날 : 2006/12/14 별 다섯 개의 독자서평이 수두룩하다. 평소 리차드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신앙서처럼 여겼던 탓에 그 ...  
61 외국 뉴욕 3부작 (The New York Trilogy) - 폴 오스터 (Paul Auster) freeism 4503   2011-05-04 2011-05-04 00:54
뉴욕 3부작 (The New York Trilogy) 지은이 : 폴 오스터 (Paul Auster) 옮긴이 : 황보석 출판사 : 열린책들 (2003/03/30) 읽은날 : 2007/03/20 퇴근시간 이후, 텅빈 직장에 앉아 책을 펼친다. “아휴~”하는 한숨소리와 함께 ...  
60 외국 눈먼 자들의 도시 (Ensaio sobre a Cegueira/Blindness) - 주제 사라마구 (Jose' Saramago) freeism 4287   2011-05-04 2012-05-27 12:21
눈먼 자들의 도시 (Ensaio sobre a Cegueira/Blindness) 지은이 : 주제 사라마구 (José Saramago) 옮긴이 : 정영목 출판사 : 해냄 (2002/11/20) 읽은날 : 2007/04/18 눈이 멀다. 온통 세상엔 온통 하얀 어둠만이 존재할 뿐 아...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