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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사색의 즐거움 (余秋雨人生哲言)


지은이 : 위치우위 (余秋雨)
옮긴이 : 신규호, 유소영
출판사 : 이다미디어 (2010/05/21)
읽은날 : 2010/05/20


사색의 즐거움  # 중국.


 "공간적인 차원에서의 위대함은 기세(氣勢)라 하고, 시간적인 차원에서의 위대함을 운치(韻致)라고 한다." (p16)


 이 한 문장처럼 깊은 이해에서 우러나오는 통찰력이 독자를 매혹시킨다. 날카로운 지적과 적절한 비교를 통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역사,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 걸친 해박한 지식과 깊은 성찰이 느껴진다. 중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작가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생각 꺼리의 상당부분이 중국(혹은 유럽)에 맞춰 있다 보니 그 분야에 '초짜'인 나에게는 깊게 와 닿지 않았다.


 최근 인문학 책을 많이 접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어떤 책을 읽을 때는 스스로 대견스러울 만큼 이해도가 높았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몇 몇 책은 좀처럼 와 닿지 않았다. 뭔가 겉도는 느낌인데다 '지식의 보고'를 읽고 있다는 자부심보다는 어떻게든 읽어버려야겠다는 오기가 더 크게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 역시 후자와 비슷한 느낌으로 읽고 있는데 책 내용의 깊이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단문으로 넘어가는 명언집처럼 구성에서부터 거리감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앞뒤 상황은 다 잘라버리고 그럴듯한 부분만 잘라서 포장해 놓은, 내가 이렇게 생각했으니 너희들도 당연히 동감하고 따라와야 된다는 식의 무언의 압력 같은 것 말이다.
 암튼 이런저런 생각들이 깊이 있게 이어지지 못하고 단발성으로 그쳐버리고 말았다. 책 제목처럼 '사색의 즐거움'을 발견하기에는 내가 너무 어린 탓이리라.


 # 문화.


 "세계 일류 건축, 그곳은 다만 동화처럼 맑은 모습으로 모든 것을 간단하게 정복하였다. 문틈으로 타지마할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오직 '사람과 흡사하다'라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묘사하기는 불가능하지만 한눈에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아볼 수 있다. 고독하고,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채 자기만의 분위기를 풍기며 광채가 넘쳐흐른다. 아무도 이런 모습을 모방할 수 없다." (p139)


 하지만 그의 문화사랑은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해박한 지식과 깊은 통찰력으로 문화를 보지만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이 마치 최순우 선생님을 떠오르게 했다.
 인류의 문화는 이들이 노력이 있기에 보다 빛날 수 있었으리라. 학자들만이 공유하는 역사와 문화가 아니라 일반인 누구나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 그 수레바퀴를 굴려나가는 위치우위의 노력이 느껴진다.


 # 사색.


 <사색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최대한 천천히 음미하고 곱씹으며 읽어야 한다. 소설을 읽듯 형식을 쫓아서는 많은 것을 놓쳐버리게 된다. 시골길을 산보하듯 느리게 읽되 한 문단을 읽은 후에는 한 템포씩 쉬어가자.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쉼 없이 돌아가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단문으로 엮어진 텍스트에 의지해 사색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문 뒤에 감춰진 사실에 해박하지 못하니 깊이 있는 생각으로 발전하지 못할 뿐더러 등 뒤에 책장에는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쉬엄쉬엄 읽어야겠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는다.


 또한 <위치우위 인생철언(余秋雨人生哲言)>이라는 원 제목처럼 격언이나 명구의 성격을 띤 글이 책 후반에 자주 눈에 띈다.
 그런 의미에서 초반부의 집중력이 조금 흐트러진 느낌이다. 사색이라는 개인적 생각꺼리가 격언을 만나면서 집단적인 교화 수준으로 강등된 기분이랄까. 많은 독자들이 그럴듯한 명언을 듣기 위해 이 책을 들지는 않았으리라. 책의 집중도를 위해 단순 훈화성 글은 뺐으면 더 좋았지 싶다.


 # 에필로그.


 이 편집본 한권으로 위치우위의 생각과 철학, 중국과 세계의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은 애초부터 무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위치우위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만으로 큰 기쁨인 것 같다. ‘문화’에 대한 위치우위의 뜨거운 숨결이 심규호, 유소영님의 부드러운 번역 뒤에서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

분류 :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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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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