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지은이 : 김종대
출판사 : 가디언 (2012/04/20)

읽은날 : 2012/09/26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누구나 마음에 담아둔 인물이 한두 명은 있게 마련이다. 부모님이나 친척 어른처럼 일상 속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감화를 받은 경우도 있고,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책이나 언론을 통해 알게 된 유명인도 있다. 아니면 사회의 음지에서 조용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이가 될 수도 있고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 대상이야 어떻든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들을 가리켜 흔히 우상이나 위인, 영웅이라 한다. 나에게도 수많은 관객을 휘어잡으며 정열적으로 노래하는 영국의 보컬리스트나 소박한 생활과 글로 텅 빈 충만함을 알게 해 준 스님처럼 특정 세대나 한정된 시대를 빛낸 우상이나 위인은 있다. 하지만 국가나 민족적인 차원의 장벽까지도 뛰어넘어버린 '영웅'은 늘 빈자리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순신 장군의 업적과 거북선에 대해 객관적으로 쓴 <삼가 적을 무찌른 일로 아뢰나이다>(정광수, 1989)를 읽었는데, 막연하게만 다가왔던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후부터 이순신은 나의 영웅이 되었다.

  이번에 읽은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는 기존의 임진왜란 이야기나 이순신 전기와는 달리 임진왜란을 중심에 두고 이순신 장군의 행적을 쫓는다.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 임금에게 올린 장계와 선조로 부터 받은 유서, 그가 언급된 글이나 편지 등을 통해 왜란 중에 행적을 소상히 정리했다. 특히 오랜 기간 하나의 길(재판관)에 매진해 온 저자의 경력답게 많은 부분을 인간관계나 소통과 같은 리더십의 관점에서 이순신을 설명한다. 개인과 국가, 책임과 의무 사이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조직을 이끌어 왔는지를 오랜 병영 생활과 스물 세 번의 해전을 통해 보여준다.
  옥포, 당항포, 한산도, 부산, 명랑, 노량 등지에서 방심한 적의 틈을 노려 공격하기도 했고 물러서는 척 적을 유인해서 섬멸하기도 했다. 이순신 장군의 용병술도 주효했지만 이를 추진하는 장수와 병사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군율로 엄하게 다스리는 한편 아버지와 같은 신뢰로 장졸들을 보살폈다. 또한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과 한정된 자원으로 싸워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자신을 믿고 의지한 백성을 온 몸으로 끌어안았고 다른 장수가 적의 수급에 집착할 때 장군은 전투의 과정을 통해 승패를 가름했다. 지극한 정성과 철저한 준비로 왜란을 이겨낸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을 지나치게 신성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에 대한 오랜 연구와 깊은 이해에서 나온 애정임은 알겠으나 아무런 심적 동요도 없이 모든 일을 처리했다는 식의 표현은 왠지 어색했다. 멀리 있는 영웅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조금 부족하고 모순되더라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위인이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 지나친 신성화로 오히려 거리감을 들게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문득 이순신 장군의 서슬 퍼런 칼날이 우리의 흐트러진 정신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 만일 이순신 장군이 오늘날의 모습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정치인들이 남발하는 선심성 공약, 실직과 함께 거리로 내몰린 가정, 거리를 활보하는 파렴치범, 늘어나는 대졸 취업자와 와해되고 있는 공교육 등 연일 계속되는 사건 사고와 어정쩡한 후속 처리는 임진왜란을 당해 우왕좌왕했던 조정과 도망가기 바빴던 일부 장수의 모습이었다. 무사 안일한 자세와 근시안적인 접근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렸고 임기응변식 대처로 매년 불미스런 일이 반복되었다.
  우리는 화려한 이상향을 쫓아 아무것도 보지 않고 달려왔다. 경제적 가치로 세상을 재단했을 뿐 사람과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이순신은 "자존심이 강하고 자신을 사랑했다. 나아가 부모, 처, 자식들과 친척을 사랑하고 부하들을 사랑했다. 그의 충만한 사랑은 사회와 나라로 이어져 백성을 사랑하고 국토를 사랑하는 데까지 이르렀다."(p213)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온 누리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아닐까. 나라를 구한다는 거창한 명목은 아니더라도 내 자신과 가족, 이웃부터 챙길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지 싶다. 작은 실천이 모여 자신과 가족, 직장을 변화시키고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안에 있다. '영웅'이란 수많은 적을 쓰러뜨렸기에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세상 위에 꽃피웠을 때 주어지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영웅은 이제 우리의 몫인 것이다.
.  
 

* 서두에 언급한 <삼가 적을 무찌른 일로 아뢰나이다> (정광수, 정신세계사, 1989>는 절판되었지만 저자 정광수님이 주축이 되어 만든 '이순신역사연구회'를 통해서 <이순신과 임진왜란> (이순신역사연구회, 비봉, 2005, 전4권)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분류 :
사람
조회 수 :
3669
등록일 :
2012.09.27
10:56:50 (*.43.57.253)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60562&act=trackback&key=a85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6056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sort 날짜 최근 수정일
» 사람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 김종대 freeism 3669   2012-09-27 2012-10-17 08:49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지은이 : 김종대 출판사 : 가디언 (2012/04/20) 읽은날 : 2012/09/26 누구나 마음에 담아둔 인물이 한두 명은 있게 마련이다. 부모님이나 친척 어른처럼 일상 속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391 산문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 김비, 박조건형 freeism 269   2020-08-19 2020-08-19 01:03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지은이 : 김비, 박조건형 출판사 : 한계례출판(2020/07/16) 읽은날 : 2020/08/17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이나 국내외의 여행, 혹은 소소한 일상을 적거나, 서툴게 그린 그림을 네이버블로그(blog.naver.com/sanman...  
390 한국 달 너머로 달리는 말 - 김훈 freeism 356   2020-08-09 2020-08-17 11:02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파람북(2020/06/05) 읽은날 : 2020/08/08 문장은 전투와 같고, 표현은 양보할 수 없다. - <말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소설책의 날개지에 적힌 작가의 말로 이 한 문장으로 <달 ...  
389 인문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freeism 410   2020-07-20 2020-07-20 21:52
선량한 차별주의자 지은이 : 김지혜 출판사 : 창비(2019/07/17) 읽은날 : 2020/07/20 무의식중에 행해지는 차별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한마디로 "기울어진 세상에서 익숙한 생각이 상대방에게 모욕이 ...  
388 외국 무기여 잘 있어라(A Farewell to arms) -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freeism 579   2020-01-28 2020-01-29 00:20
무기여 잘 있어라(A Farewell to arms) 지은이 :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출판사 : 민음사(2012/01/02, 초판 : 1929) 옮긴이 : 김욱동 읽은날 : 2020/01/28 “한 여자가 다섯 번째 이별을 하고 산속으로 머리 깎고...  
387 외국 모비 딕(Moby Dick) -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freeism 626   2020-01-22 2020-01-23 23:40
모비 딕(Moby Dick) 지은이 :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출판사 : 문학동네(2019/07/22, 초판:1851) 옮긴이 : 황유원 읽은날 : 2020/01/21 1820년 11월 20일 포경선 에식스호는 남태평양에서 '거대한 향유고래’와 충돌해 침몰했...  
386 산문 아무튼, 술 - 김혼비 freeism 521   2020-01-14 2020-01-14 11:38
아무튼, 술 지은이 : 김혼비 출판사 : 제철소(2019/05/07) 읽은날 : 2020/01/11 2019년 12월 31일, 직장에서 신년 계획을 논의하는 작은 회의를 마치고는 술을 먹었다. 처음에는 수육으로 시작되었고 2차는 어묵탕과 조개를 소주와...  
385 외국 당신 인생의 이야기(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 - 테드 창(Ted Chang) freeism 617   2019-11-16 2019-11-16 23:50
당신 인생의 이야기(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 지은이 : 테드 창(Ted Chang) 옮긴이 : 김상훈 출판사 : 엘리(2016/10/14) 읽은날 : 2019/11/16 테드 창의 SF 단편 소설집. 서점가에서는 엄청나게 유명한 책인데다 최...  
384 산문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Deep: Freediving, Renegade Science, and What the Ocean Tells Us About Ourselve... freeism 758   2019-09-14 2019-10-17 22:48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Deep: Freediving, Renegade Science, and What the Ocean Tells Us About Ourselves) 지은이 : 제임스 네스터(James Nestor) 옮긴이 : 김학영 출판사 : 글항아리(2019/08/05) 읽은날 : 2019/09/14 지...  
383 외국 아이, 로봇(I, ROBOT) -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freeism 517   2020-03-21 2020-03-21 21:11
아이, 로봇(I, ROBOT) 지은이 :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옮긴이 : 김옥수 그 림 : 오 동 출판사 : 우리교육(2019/08/05) 읽은날 : 2020/03/19 [로봇공학의 3원칙] 제1원칙 :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  
382 외국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gull) - 리처드 바크(Richard Bach) freeism 597   2020-01-14 2020-01-18 00:04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gull) 지은이 : 리처드 바크(Richard Bach) 도 서 1 : 소담출판사(송은실 옮김, 1990/11/01, 초판:1970) 도 서 2 : 현문미디어(류시화 옮김, 2003/09/10, 초판:1970, 개정:1998) 도 서 3 : 현...  
381 산문 여행의 이유 - 김영하 freeism 1440   2019-06-11 2020-01-12 23:57
여행의 이유 지은이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2019/04/17) 읽은날 : 2019/06/08 모처럼 방문한 처남에게 집 안을 전쟁터처럼 만들어버리는 세 아들을 보내버리고 안방 침대에 누워 느긋하게 책을 펼쳤다. 그때 아내의 텔레비젼...  
380 한국 아몬드 - 손원평 freeism 972   2019-01-22 2019-02-04 00:08
아몬드 지은이 : 손원평 출판사 : 창비(2017/03/31) 읽은날 : 2019/02/21 "알렉시티미아, 즉 감정 표현 불능증은 1970년대 처음 보고된 정서적 장애이다. 아동기에 정서 발달 단계를 잘 거치지 못하거나 트라우마를 겪은 경우, 혹...  
379 외국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A Grotesque Romance) -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freeism 1273   2019-01-19 2019-10-17 22:48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A Grotesque Romance) 지은이 :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옮긴이 : 김석희 출판사 : 열린책들(2011/10/10) 읽은날 : 2019/01/08 누구나 한번쯤은 투명인간이 되면 어떨까라는 ...  
378 한국 뜨거운 피 - 김언수 freeism 1103   2016-10-27 2016-10-27 22:54
뜨거운 피 지은이 : 김언수 출판사 : 문학동네(2016/08/20) 읽은날 : 2016/10/23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부산 송도해수욕장을 자주 갔었다. 같은 부산이라지만 우리 집과는 정 반대 방향인 남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어 대...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