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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


지은이 : 이진우
출판사 : 책세상 (2010/04/28)
읽은날 : 2010/06/10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  프레드리히 니체, 그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니체를 겪어보지 못한 내 무지에서 비롯된 막막함일 뿐 한 번도 '니체'를 진지하게 읽어본 적은 없었다. 아니, 대학시절에 딱 한번 읽은 적이 있었다. 한때 즐겨 읽던 명상서의 저자, 오쇼 라즈니쉬가 <내가 사랑한 책들>에서 자신이 읽은 책 중에 최고였다는 글을 보고, 호기심 반 의무감 반으로 집어든 책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였다. 학교를 오가는 버스 속에서 그 책을 몇 번이나 덮고 폈는지 모르겠다. 덜컹거리는 버스만큼이나 답답하게 가슴을 죄어왔던, 내용에 대한 별다른 이해 없이 오기만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다시 니체를 만나려 한다. 그가 쓴 글로서가 아니라 그를 연구하고 소개한 이진우 교수님을 통해 다가가고자 한다. 과연 이번에는 니체의 글과 사상의 끄트머리라도 이해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심스럽지만 이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겠는가. 두렵고 조심스런 마음에 니체의 방문을 노크한다.


 책은 니체 전집 등 우리나라에서 니체에 대해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책세상 출판사와 그의 연구와 번역에 조예가 있는(니체에 문외한인 내가 뭘 알겠는가. 속지에 삽입된 저자 소개를 통해 짐작해 보면) 이진우 교수님의 합작품으로 니체의 흔적이 묻어있는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쓴 일종의 ‘철학적 기행문’이다.
 그래서 니체의 철학과 사상에서부터 각 도시에 흐르는 철학적, 문화적 분위기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건축을 문화의 한 영역으로 끌어올리며 대중화에 기여한 서현 교수님의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처럼, 유럽 곳곳에 깃든 니체의 흔적을 따라 사람과 자연, 문화, 나아가 철학적 사유를 끄집어낸다. 니체가 글의 중심에 있기에 조금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책을 뒤덮은 유려한 문체와 생각의 깊이에 매혹된 체 교수님의 발걸음을 묵묵히 뒤따른다.


 니체가 되어 생각하고, 니체가 되어 걸어보고, 니체가 되어 여행한다. 니체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나로서도 니체에 대한, 저자의 박식함과 애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니체를 통해 저자 자신과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이진우님의 회고록인지도 모르겠다. 지극히 공적인 책속에 숨어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는 책의 깊이를 더했다. 니체의 벽을 넘어 자신에게로 이른 길이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하지만 니체에 대한 나의 무지도 여전했다. 이 때문에 니체와 유럽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힘들었다. 니체에 대해, 차라투스트라에 대해 더 많이 알았더라면 그만큼의 깊이로 다가왔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차라투스트라도 다시 읽어보고 싶고 니체의 다른 글도 읽어보고 싶다. 비록 이해할 수 없을 지라도 니체를 몇 발짝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


 “기행문이란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넓게 보는 것이 아니라 깊이 생각하고 사유하는 여행, 촉박한 일정에 끌려다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의 문화에 녹아 흘러가는 것, 화려한 겉모습 속에 감추어진 일상의 투박함을 찾아내는 것, 수만리 이국땅에서 어린 날의 고향 길을 떠올리는 것, 비워진 마음으로 세상 속을 흘러가는 것, 이것이 바로 진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언제쯤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먼 길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을까.


 이삼일 정도를 니체를 따라 걷다보니 그의 사상의 따라갈 수 없는 내 머리는 더욱 몽롱해지는 것 같다. 인류를 뒤흔든 위대한 사상 앞에 내 앞의 현실은 너무 초라해 보인다. 뭔가 중요한 것이 있을 것 같지만, 아니 있다고 했지만 내 능력으로는 그것을 실감할 수도 부여잡을 수도 없다. 이런 공허함이 일상을 건조하게 마비시킨다. 갑갑한 마음은 깊은 한숨이 되어 현실을 자학한다. 왜 이럴까. 사고의 시작인가 아니면 이성의 끝인가...

분류 :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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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53
등록일 :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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