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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지은이 :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옮긴이 : 이덕형
출판사 : 문예출판사(1998/10/20, 초판:1932)
읽은날 : 2011/07/23


둔황 (敦煌)

  우선 조지 오웰의 <1984>(1949)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글이 쓰인 시대도 비슷하고 미래사회를 암울하게 그린 것도 그렇고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사회조직이나 개인 생활면에서 파격적인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는 <1984>에 비하면 좀 더 시각적이고 감각적이었다. 미래의 사회의 전체적인 구조뿐만 아니라 개인 사생활에 대한 묘사도 남달랐다.

  '신세계'에서 인간은 직급에 따라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복제했고 어머니나 가족이라는 개념은 혐오의 대상으로 세뇌시켰다. 사회와 조직에 필요한 이념을 끝없이 반복 주입해 원하는 인간형으로 만들었고 어릴 때부터 성을 놀이의 대상으로 교육시켜 성인이 되었을 때는 상대를 바꿔가며 섹스를 즐기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물론 순결이나 결혼, 가정 따위는 반사회적인거나 혐오스러운 단어로 인식되어 입에 올리는 것도 꺼리게 되었다. 또한 '소마'라는 환각제를 통해 슬픔이나 고독이라는 개인감정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인간과 사회가 완벽한 균형을 이룬, 어디 한군데서도 불평이나 불만이 없는 완전한 유토피아를 완성했다.

  "세계는 이제 안정된 세계야. 인간들은 행복해.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고 있단 말일세. 얻을 수 없는 것은 원하지도 않아. 그들은 잘 살고 있어. 생활이 안정되고 질병도 없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복하게도 격정이나 노령이란 것을 모르고 살지. 모친이나 부친 때문에 괴로워하지도 않아. 아내라든가 자식이라든가 연인과 같은 격렬한 감정의 대상도 없어. 그들은 조건반사 교육을 받아서 사실상 마땅히 행동해야만 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없어. 뭔가가 잘못되면 소마가 있지" (p274)
 

  하지만 버나드는 이 모든 것이 싫었다. 소마를 통해 즐거움을 얻고 적당한 대상을 골라 섹스를 하는 만인의 존재가 아닌, 슬픔이나 괴로움, 고독을 감내해야하는 온전한 자신이길 원했다.

  그는 평소 흠모하던 레니나와 함께 야만인 보호구역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은 신세계의 이상에서 벗어난 야만인들, 이를테면 오늘날의 아프리카 오지에 살고 있는 원주민과 같은 부류로 신세계의 해택이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있는 존재들이었다. 여기서 버나드는 신세계에 살다가 우연한 사고로 그곳에 남게 된 린다와 그녀의 아들 존을 신세계로 데려오게 된다.

  문명사회를 접한 존의 눈에는 모든 것이 비정상적일 뿐이었다. 인간은 기계장치의 부품에 불과했고 사회는 이를 운영하는 정제된 메뉴얼이었다. 인간성이나 감정이 들어갈 틈이 없는, “공유, 균등, 안정”의 미쳐버린 세상이었다.

  신세계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지만 실상은 외부적인 자극이나 요인에 의해 인간이 맞춰진 지극히 통제되고 폐쇄된 사회였던 것이다. 조직화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태아 때부터 조건반사를 거듭했으며 섹스와 소마를 통해 개인의 환락을 제공했다. 물론 여기에 길들여진 인간은 스스로의 감옥을 보지 못한 체 현실 속에 묻혀 살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야만인 존은 달랐다. "저는 안락을 원치 않습니다. 저는 신을 원합니다.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합니다. 저는 죄를 원합니다."(p299) 라고 외치며 탈문명을 선언한다.

  책이 발표되던 1930년대는 기술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2차 세계대전(1939~1945)의 공포가 겹쳐지던 시대였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마냥 좋게만 볼 수 없었던 시대에 헉슬리는 인류의 미래를 경고했다. 물론 멀티미디어의 폭발적인 발전이라든가 각종 질병의 정복을 내다봄으로써 보다 나은 내일 그리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이런 기술의 어두운 면을 더 걱정했다. 인간성 상실, 성의 상품화, 가족의 해체, 사회의 획일화 등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문제점은 ‘멋진 신세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존과 레니나 사이에서 극명하게 드러닜다. 존과 레니나는 서로를 간절히 원했지만 그들이 자라온 상반된 환경 탓에 격한 오해만 불러일으켰다. 존은 그녀에 대한 사랑을 증명해 보임으로서 사랑을 약속받고 싶어 했지만 사랑이나 결혼이라는 개념이 없는 레니나로서는 그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안타깝게 비껴가는 이들의 사랑에서 인간 개개인의 감정이 배제된 전체주의적 모순, 신세계가 갖고 있는 유토피아의 허상을 아이러니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햄릿, 오델로, 로미오와 줄리엣, 리어왕과 같이 셰익스피어의 글이 인용되어 처음에는 조금 난해하게 다가왔지만 계속 음미하다보니 이야기 자체에 무게감이나 무대극 같은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켰다.

  하지만 옛날(1998년)에 번역된 책이라 문맥에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부분도 종종 보였다. 원문에 충실하고자 했던 번역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매끄럽게 의역해 놓았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기회가 된다면 최근 번역된 다른 번역가의 책도 읽어보고 싶다.

분류 :
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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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1
등록일 :
201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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