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지은이 : 샤를로테 케르너(Charlotte Kerner)
옮긴이 : 이수영
출판사 : 다른우리(2002/12/30)
읽은날 : 201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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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선가 이 책을 소개한 글을 봤던 기억이 있다. 인간복제 문제를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꼭 읽어봐야지 다짐해놓고는 한동안 잊고 지내온 책이다. 그러다 우연히 직장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기쁜 마음에 빌려보게 되었다. 오랜 기다림 뒤라 그럴까. 책의 서두에 해당하는 프롤로그만 읽었을 뿐인데 그만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몇 마디의 오고가는 말로 사랑에 빠져버린 연인 같다고나 할까.
다발경 경화증이라는 불치병으로 점점 죽어가고 있는 이리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생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자신을 복제하게 되고 이를 스스로 임신함으로써 "쌍둥이 자매면서 엄마이기도 한" 시리를 낳게 된다. 하지만 엄마의 욕망에 의해 복제된 시리의 삶이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시리는 엄마(이리스)의 병이 깊어질수록, 자신에 대한 엄마의 집착이 강열해질수록 자신의 정체성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감을 찾지 못한 체 '작은 이리스'가 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또한 매끄러운 번역이 일품이다. 마치 우리나라에 오래 살아온 토종 작가의 글처럼 군더더기가 없고 매끄럽다. 원문의 우수함도 있겠지만 역자의 부드러운 번역이 이 책을 더 빛내는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책이 절판되어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책의 구성이나 내용을 볼 때 여러 사람에게 권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복제문제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아직 낮은 것 같다. 단순히 똑같은 사람을 만들어낸다는 막연함만 있을 뿐 이것이 갖고 올 우리사회의 영향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을 계기로 점점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인간복제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