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지은이 : 로버트 스티븐슨 (Robert Louis Stevenson)
출판사 : 계림 (2000/06/25)
읽은날 : 2001/04/11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술에 쩔은 노래방, 비몽사몽 반쯤 감긴 눈으로 목이 터져라 부르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제킬박사와 하이드". 이 노래와 함께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고 있었던 책.
이 책을 도서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한참이나 찾아보았지만 결국 인터넷 책방에서 아동용 문고판으로 어렵사리 구했다.
한동안 이런 저런 핑계로 책과 떨어져 생활했지만, 다시금 나 자신을 다잡기 위해 지킬박사를 찾아간다.


책을 읽는 삼사 십분 동안 여전히 내 머리 속을 가득 메우는 노랫소리...
"내 마음을 철저하게 속이고 살아온 내 인생엔 가슴깊이 존재했던 불만이 있어
너무나도 달랐었던 두 맘을 갈라놓기 위해서 어렵지만 난 과감하게 선택했었네
언제까지라도 자신을 속이고 살아야 하는데
끝없는 내 마음의 갈증은 저주받은 이 인류가 풀지 못할 숙제인가
난 언제라도 꿈틀거릴 내 본성이 두려웠어
...
매번 내 혼을 팔아버렸어 다시 난 고약하게 변했어
캄캄한 밤에 나는 누군가에게 길을 묻다가...
내리쳤어, 그 안개 속을 난 뛰고있어, 날 망쳤어
..."


조그맣게 '논술 세계 명작'이라는 소제목이 붙어있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단순히 어린이의 논술 실력만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서라 보기에는 너무 심오한 내용이다. 우리들 자신 속에 내재되어 있는 '선'과 '악'의 끝없는 대결...


지위와 명성을 모두 겸비한 의학 박사이자 법학 박사 지킬, 인간의 본성을 '선'과 '악'이 공존한 상태로 보고 연구, 결국 인간의 본성에서 '악'의 부분을 분리하데 성공하는 지킬 박사. 그 결과, 가식과 체면으로 외적인 삶에 치중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에 하나의 탈출구를 만든다.
이를 통해 자신을 억눌러왔던 '박사'의 허울을 벗어버리고 '악'의 모습인 하이드로서 평소와는 전혀 다른 상반된 삶('악')을 즐긴다. 하지만 '악'이란 무엇인가... 악의 유희를 잠시 맛본 지킬 박사는 결국 자신의 본 모습까지 잃어버리고 '악'의 모습인 하이드로 남게 된다.


어쩌면 우리 인간들의 본성일수도 있는 '선'과 '악'이 혼재된 지킬 박사는 모든 가치를 외부에서 찾아 자신을 합리화하고, 정당화시켜 버리는 우리들의 모습일는지도...
'이건 아니야' 하면서도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줄을 서는 우리의 모습...
그러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될 때쯤이면 그곳엔 이미 자신의 참모습이 아닌 사회 속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깊이 숨겨둔 억눌리고, 소외당한 자신의 찌꺼기만 보일 뿐이다. 찌꺼기 밑에 가라앉아 있는 자신의 본모습은 보지 못하고 단지 찌꺼기만을 본다.
마음 속 찌꺼기는 오랜 기간동안의 억눌렸던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 삐뚤어진 욕망으로 나타나고 이에 깜짝 놀란 우리들은 자신 내부의 본성('선'과 '악')을 무시해버리고 외부의 탓으로 돌리며 더욱 더 자신을 깊이 감추는 악순환을 반복... ...
'선'이나 '악'은 모두 하나라는, 단지 얼마나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겉모습과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여러 모습들 중 비교적 활동적으로 움직이려 하는 얕은 마음속의 모습이 '악', '악' 뒤편의 깊은 곳에 정적인 모습으로 감춰진 것이 '선'이라면 어떨까...


혹시 '악'이라고는 하지만 '선'을 바탕으로 하고, '선'이라고는 하지만 '악'이 숨어있진 않을까...
길거리의 할머니에게 적선할 때 느끼던 불쌍함과 동정, 안쓰러움. 그리고 그 이면, 무의식에서 나타나는 "선행을 통한 사랑의 실천'이라는 도덕감.
이런 무의식의 인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다시는 적선을 하지 않는다. 길거리의 할머니를 보고도 그냥 모르는 체 지나친다. 미안함과 옆 사람의 이목, 하지만 '강요된 선행'에 대한 자유로움...


의식적인 '선'은 과연 진정한 '선'인지, 아니면 남을 의식한, '선'을 가장한 '악'인지...
책과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어쩌면 선과 악을 구별하지 않는 의식적인 행위의 구분이 없는 인간 본성에 따르는 행동이 '선' 일수도 있겠다.
"선한 일"이라는 의식, 무의식의 관념이 머리 속에 남아있는 한 진정한 '선'은 이루어질 수 없지 않을까...


'선'과 '악'이란 무엇일까... ...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으면서 느꼈던 태초의 부끄러움... ?
자신 내부의 나누어진 하나의 본성, 아니면 악에 대한 그럴싸한 포장... ?


'선'과 '악', 인간이 살아있는 한 가지는 영원한 숙명, 끝나지 않을 싸움...


좋은 책...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
아동용 동화라는 틀 속에 갇혀 어떻게 가위질되고, 편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선'과 '악'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어 좋고, 적은 분량과 뻔한(어떻든지 간에 한번쯤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보거나 들은) 내용임에도 불고하고 한시도 책에서 눈을 때지 못하게 하는 박진감, 긴장감이 좋다.
아동용이라고 하기엔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이라는 주제는 너무 무거운 듯...


그리고 출판 후기에서 책의 결론을 "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인간의 본심, 즉 모든 인간은 외적, 내적 영향에 따라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악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라고 단정지음으로써 왠지 책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느낌마저 든다.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볼 수 없기에 섣부른 판단은 내리기 힘들지만 너무 획일적이고 단편적인 사고인 듯 하다.

분류 :
외국
조회 수 :
4165
등록일 :
2011.04.25
10:00:58 (*.43.57.253)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603&act=trackback&key=bc9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60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sort
47 외국 나쁜 아빠 (Throwaway Dads) - 로스 D. 파크 (Ross D. Parke), 아민 A. 브롯 (Armin A. Brott) freeism 7120   2011-05-09 2011-05-09 22:54
나쁜 아빠 (Throwaway Dads) 지은이 : 로스 D. 파크 (Ross D. Parke), 아민 A. 브롯 (Armin A. Brott) 옮긴이 : 박형신, 이진희 출판사 : 이학사 (2010/04/10) 읽은날 : 2010/04/29 "남성들은 더욱더 관여하기를 원한다....  
46 외국 유모아 극장 (Yumoa Shosetsu-shu) - 엔도 슈사쿠 (遠藤周作) freeism 9335   2011-05-09 2011-05-09 23:01
유모아 극장 (Yumoa Shosetsu-shu) 지은이 : 엔도 슈사쿠 (遠藤周作) 옮긴이 : 김석중 출판사 : 서커스 (2006/11/04) 읽은날 : 2010/07/03 독특한 소재와 일상의 평범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열두 편의 단편은 인간 이면에 대한...  
45 외국 빅 픽처 (The Big Picture) - 더글라스 케네디 (Douglas Kennedy) freeism 7418   2011-05-09 2011-05-09 23:34
빅 픽처 (The Big Picture) 지은이 : 더글라스 케네디 (Douglas Kennedy) 옮긴이 : 조동섭 출판사 : 밝은세상 (2010/06/10) 읽은날 : 2010/10/07 4시 46분 15초. 고요한 사무실 한쪽 벽면에 걸린 아날로그시계는 여전히 바삐...  
44 외국 파라다이스 (Paradis sur Mesure) - 베르나르 베르베르 (Bernard Werber) freeism 9193   2011-05-09 2011-05-09 23:41
파라다이스 (Paradis sur Mesure, 1,2) 지은이 : 베르나르 베르베르 (Bernard Werber) 그 림 : 김정기, 문지나, 아이완, 오영욱, 이고은 옮긴이 : 임희근 출판사 : 열린책들 (2010/03/22) 읽은날 : 2010/11/11 몇 달 전에 두...  
43 외국 동물농장(Animal Farm) - 조지 오웰(George Orwell) freeism 6244   2011-05-11 2020-03-15 15:29
동물농장(Animal Farm) 지은이 : 조지 오웰(George Orwell) 옮긴이 : 도정일 출판사 : 민음사(1998/08/05, 초판:1945) 읽은날 : 2011/02/19 <동물농장>, 그곳은 인간을 몰아낸 동물들의 '해방특구'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이 꿈...  
42 외국 대성당(Cathedral) -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freeism 8156   2011-05-11 2020-03-15 15:30
대성당(Cathedral) 지은이 :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옮긴이 : 김연수 출판사 : 문학동네(2007/12/10) 읽은날 : 2011/03/02 평범하게 보이는 일상.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친구의 집에서 본 흉측한 치형(이빨을 교정하기 ...  
41 외국 1984(Nineteen eighty-Four) - 조지 오웰(George Orwell) freeism 5707   2011-06-24 2020-03-15 15:31
1984(Nineteen eighty-Four) 지은이 : 조지 오웰(George Orwell) 옮긴이 : 정희성 출판사 : 민음사(2003/06/16, 초판:1949) 읽은날 : 2011/06/24 1984년 여름, 나는 부산시민회관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있었다. 엄마는 방금 시...  
40 외국 파란 문 뒤의 야콥(Jakob hinter der blauen Tür) - 페터 헤르틀링(Peter Härtling) freeism 6401   2011-07-01 2020-03-15 15:31
파란 문 뒤의 야콥(Jakob hinter der blauen Tür) 지은이 : 페터 헤르틀링(Peter Härtling) 옮긴이 : 한경희 출판사 : 낭기열라(2006/05/01) 읽은날 : 2011/06/30 사실 굉장히 초초했다. 소설은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하고 있...  
39 외국 둔황(敦煌) -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 freeism 9216   2011-07-08 2020-03-15 15:32
둔황(敦煌) 지은이 :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 옮긴이 : 임용택 출판사 : 문학동네(2010/08/16) 읽은날 : 2011/07/06 "앞쪽으로 높이 솟구친, 남북으로 길게 뻗은 언덕 경사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경사면 일대에서는 북쪽에서 ...  
38 외국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freeism 6172   2011-07-31 2020-03-15 15:32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지은이 :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옮긴이 : 이덕형 출판사 : 문예출판사(1998/10/20, 초판:1932) 읽은날 : 2011/07/23 우선 조지 오웰의 <1984>(1949)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글이 쓰인...  
37 외국 블루프린트(Blueprinter) - 샤를로테 케르너(Charlotte Kerner) freeism 6287   2011-08-15 2020-03-15 15:27
블루프린트(Blueprinter) 지은이 : 샤를로테 케르너(Charlotte Kerner) 옮긴이 : 이수영 출판사 : 다른우리(2002/12/30) 읽은날 : 2011/08/13 어디에선가 이 책을 소개한 글을 봤던 기억이 있다. 인간복제 문제를 아주 잘 묘...  
36 외국 숨그네(Atemschaukel) - 헤르타 뮐러(Herra Müller) freeism 4756   2011-10-28 2020-03-15 15:26
숨그네(Atemschaukel) 지은이 : 헤르타 뮐러(Herra Müller) 옮긴이 : 박경희 출판사 : 문학동네(2010/04/05) 읽은날 : 2011/10/25 담담하다. 그래서 더 서글픈 것일까. 현대사의 질곡에 묻혀버린 인생들이 깨어났을 때 세상 속...  
35 외국 TV피플(TV ピ-プル) -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freeism 4173   2011-12-26 2020-03-15 15:25
TV피플(TV ピ-プル)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옮긴이 : 김난주 출판사 : 북스토리(2003/05/15) 읽은날 : 2011/12/26 6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 의중을 파악하기 힘든 난해한 것에서부터 영화...  
34 외국 밤의 피크닉(夜のピクニック) - 온다 리쿠(恩田陸) freeism 6931   2012-01-06 2020-03-15 15:22
밤의 피크닉(夜のピクニック) 지은이 : 온다 리쿠(恩田陸) 옮긴이 : 권남희 출판사 : 북폴리오(2005/09/05) 읽은날 : 2012/01/06 "지나버리면 모두 들떠서 즐겁게 걸었던 것, 수다 떨었던 것밖에 생각나지 않지만, 그것은 전...  
33 외국 잃어버린 것들의 책( The Book Of Lost Things) - 존 커널리(John Connolly) freeism 6868   2012-01-24 2020-03-15 15:22
잃어버린 것들의 책( The Book Of Lost Things) 지은이 : 존 커널리(John Connolly) 옮긴이 : 이 진 출판사 : 폴라북스(2008/10/15) 읽은날 : 2012/01/24 # 1 책읽기를 좋아하는 데이빗은 재혼한 아버지를 따라 새엄마...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