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1984(Nineteen eighty-Four)


지은이 : 조지 오웰(George Orwell)
옮긴이 : 정희성
출판사 : 민음사(2003/06/16, 초판:1949)
읽은날 : 2011/06/24


1984 (Nineteen eighty-Four)

  1984년 여름, 나는 부산시민회관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있었다. 엄마는 방금 시작된 LA올림픽 개막식을 같이 보자고 했지만 초등학생이던 나에게는 몇 시간씩 계속되는 개막식보다는 김청기 감독의 여름방학 특선만화영화가 더 구미에 맞았다. 아무튼 무더운 도심의 거리에는 버스와 택시, 그리고 막 붐을 타기 시작한 자가용들이 넘쳐나고 있었고 냉방이 안 되는 버스 안에서는 멀리 이국땅에서 벌어지는 올림픽이 중계되고 있었다...
  덜컹거리는 버스에서의 기억은 뿌연 차창을 내다보는 것처럼 희미해져버렸지만 그렇다고 1984년의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단지 개개인의 기억 속이나 도서관의 책장, 영화의 장면 속에서 숨어들어 훗날을 회고할 뿐이다. 다양한 매체로 부활해 현실을 기록했던 것이다.


  하지만 조지 오웰의 <1984>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과거의 기록은 부정되거나 현재를 위한 도구로 재구성 되었다. 현재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과거의 기록을 조작하고 조작된 기록은 곧 현실로 받아들여졌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전쟁은 주민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되었고 '텔레스크린'을 통해 개인의 감정까지도 수시로 감시했다. 특히 '이중사고'를 통해 개인의 생각까지도 통제하고 있었다.
  "'이중사고'는 '영사'(영국사회주의)의 핵심이다.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그 거짓말을 진실로 믿고, 불필요해진 사실은 잊어버렸다가 그것이 다시 필요해졌을 때 망각 속에서 다시 끄집어내며, 객관적인 현실을 부정하는 한편으로 언제나 부정해 버린 현실을 고려하는 등의 일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중사고'란 말을 사용할 때도 '이중사고'를 해야 한다." (p298)


  작가가 소설을 발표한 시기가 1949이었으니 대략 삼사십년 정도의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당시의 상황으로 봤을 때도 놀라운 해안인 것 같다. 오웰이 살았던 당시(1930, 40년대)가 산업화의 결과로 물질적은 풍요는 이뤄냈지만 빈부격차나 대량실업, 사회주의의 등장 등 대단히 혼란스럽고 격변하는 시기였다.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간의 극한 대립상황 속에서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는 지성인의 방황이었을까. 당시의 사회 분위기에 대해 걱정스러운 시선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어쩌면 그는 허울만 좋은 '주의'나 '이즘'의 맹점을 정확히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자본주의는 물질만능주의와 부의 양극화를 초래했고 사회주의 역시 만인의 평등을 내세워 특정 집단의 이익만 챙겼다. 이념이야 어떻든 지배 계급은 결국 다수의 민중(노동자)을 지배하면서 세력 확장에만 열을 올렸다.
  작가는 시간이 흐르고 사상이 바뀌어도, 여전히 혼란스럽고 궁핍한 현실을 생각하면서 <동물농장>과 <1984>를 쓰지 않았을까. 눈앞에 펼쳐진 갑갑한 현실은 벗어나고 싶었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외부적인 요건보다는 인간의 내부적인 노력에 의해서 유토피아를 찾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몇 세대가 지난 책이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조지 오웰의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책의 주인공 윈스턴은 거대한 사회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사소한 기호부터 정치적 신념은 물론 이성에 대한 사랑까지도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회로부터 강요된 순종은 자신을 변화시켰고 나아가 바뀌어버린 자신마저도 인지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결국 '개인'은 사라지고 사회와 하나가 되었다.
  거창한 사상이나 이념 논쟁은 수면 아래로 사그라졌지만 구성원들을 끊임없이 구속하고 조정하려는 '사회'와 이에 대항하는 인간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가족의 생존과 개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시위는 끝이 없지만 이에 대처하는 정부와 기업은 태평스럽기만 하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도 이네 잊어버리고 만다. 어쩌면 우리의 대부분은 이미 여유와 편리, 돈과 명예라는 미끼를 통해 사회의 부속품으로 전락해버렸는지 모르겠다.
  1949년에서 1984년, 2011년에 이르는 반세기의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 속에 숨어있는 '전체주의'의 어두운 일면은 여전한 것 같다.

분류 :
외국
조회 수 :
5410
등록일 :
2011.06.24
22:45:17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2563&act=trackback&key=380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256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sort 날짜 최근 수정일
287 한국 내 젊은 날의 숲 - 김훈 [1] freeism 5359   2011-09-28 2011-09-28 12:07
내 젊은 날의 숲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10/11/02) 읽은날 : 2011/09/27 소설이라기 보다는 숲을 중심으로 써내려간 산문집 같았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아침 수목원처럼 무겁고 눅눅했다. 솔가지에 매달린 이...  
286 외국 숨그네(Atemschaukel) - 헤르타 뮐러(Herra Müller) freeism 4388   2011-10-28 2020-03-15 15:26
숨그네(Atemschaukel) 지은이 : 헤르타 뮐러(Herra Müller) 옮긴이 : 박경희 출판사 : 문학동네(2010/04/05) 읽은날 : 2011/10/25 담담하다. 그래서 더 서글픈 것일까. 현대사의 질곡에 묻혀버린 인생들이 깨어났을 때 세상 속...  
285 산문 아프니까 청춘이다 - 김난도 freeism 4990   2011-09-06 2011-09-30 13:13
아프니까 청춘이다 지은이 : 김난도 출판사 : 쌤앤파커스 (2010/12/24) 읽은날 : 2011/09/06 "젊음을 낭비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고 하는 자기개발서는 그 내용이나 결말이 정형화 되어있어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  
284 만화 신들의 봉우리(神神の山嶺) - 다니구치 지로(谷口ジロ) freeism 4406   2011-09-11 2020-03-15 15:26
신들의 봉우리(神神の山嶺, 1~5) 지은이 : 다니구치 지로(谷口ジロ) 원 작 : 유메마쿠라 바쿠(夢枕獏) 옮긴이 : 홍구희 출판사 : 애니북스(2009/09/17) 읽은날 : 2011/09/10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 노르게이가 에베레스...  
283 인문 지식인의 서재 - 한정원 freeism 4948   2011-08-29 2011-08-30 09:52
지식인의 서재 지은이 : 한정원 출판사 : 행성B잎새 (2011/05/18) 읽은날 : 2011/08/29 딱딱한 취재형식의 글도 아니고 책을 읽으라는 식의 논설조의 글도 아니다. 오래된 친구를 방문하듯,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듯 편안하...  
282 외국 블루프린트(Blueprinter) - 샤를로테 케르너(Charlotte Kerner) freeism 5908   2011-08-15 2020-03-15 15:27
블루프린트(Blueprinter) 지은이 : 샤를로테 케르너(Charlotte Kerner) 옮긴이 : 이수영 출판사 : 다른우리(2002/12/30) 읽은날 : 2011/08/13 어디에선가 이 책을 소개한 글을 봤던 기억이 있다. 인간복제 문제를 아주 잘 묘...  
281 인문 과학 콘서트 - 정재승 freeism 5094   2011-08-03 2011-08-07 22:19
과학 콘서트 지은이 : 정재승 출판사 : 동아시아 (2003/11/13) 읽은날 : 2011/08/03 물리학과에 다니던 친구가 자신의 전공에 막 취미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늘어놓던 장광설이 기억난다. 그 요지는 모든 학문의 기초가 물리학...  
280 외국 파란 문 뒤의 야콥(Jakob hinter der blauen Tür) - 페터 헤르틀링(Peter Härtling) freeism 6016   2011-07-01 2020-03-15 15:31
파란 문 뒤의 야콥(Jakob hinter der blauen Tür) 지은이 : 페터 헤르틀링(Peter Härtling) 옮긴이 : 한경희 출판사 : 낭기열라(2006/05/01) 읽은날 : 2011/06/30 사실 굉장히 초초했다. 소설은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하고 있...  
279 산문 실크로드 - 정목일 freeism 6133   2011-06-30 2011-07-01 10:15
실크로드 지은이 : 정목일 출판사 : 문학관 (2007/07/15) 읽은날 : 2011/06/30 수필을 쓰면서 단련된 내공의 힘인지 정목일 님의 글에는 부드러우면서 강하고, 애잔하면서도 깊이가 느껴진다. 그래서 여행기에서 소홀해지기 쉬운...  
» 외국 1984(Nineteen eighty-Four) - 조지 오웰(George Orwell) freeism 5410   2011-06-24 2020-03-15 15:31
1984(Nineteen eighty-Four) 지은이 : 조지 오웰(George Orwell) 옮긴이 : 정희성 출판사 : 민음사(2003/06/16, 초판:1949) 읽은날 : 2011/06/24 1984년 여름, 나는 부산시민회관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있었다. 엄마는 방금 시...  
277 만화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전4권, <빗창>, <사일구>, <아무리 얘기해도>, <1987 그날>) freeism 186   2020-05-16 2020-05-16 20:27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전4권) 지은이 : 김흥모, 유내호, 마영신, 유승하 출판사 : 창비(2020/04/03) 읽은날 : 2020/05/16 다음주 월요일이 5·18민주화운동기념일(40주년)이라 한국사 선생님과 함께 5·18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민주...  
276 한국 왕을 찾아서 - 성석제 freeism 5794   2011-06-17 2011-06-19 02:01
왕을 찾아서 지은이 : 성석제 출판사 : 문학동네 (2011/02/15) 읽은날 : 2011/06/14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순정>(<도망자 이치도>)에서 이미 봐왔듯 시공을 초월한 독특한 분위기와 끊임없이 터지는 유머로 많은 이의 신뢰...  
275 사람 텐징 노르가이(Tenzing : Hero of Everest) - 에드 더글러스(Ed Douglas) freeism 4624   2011-06-08 2020-03-15 15:30
텐징 노르가이(Tenzing : Hero of Everest) 지은이 : 에드 더글러스(Ed Douglas) 옮긴이 : 강대은, 신현승 출판사 : 시공사(2003/05/27) 읽은날 : 2011/06/11 전기나 평전이라 하면 보통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운 위인...  
274 외국 둔황(敦煌) -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 freeism 8813   2011-07-08 2020-03-15 15:32
둔황(敦煌) 지은이 :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 옮긴이 : 임용택 출판사 : 문학동네(2010/08/16) 읽은날 : 2011/07/06 "앞쪽으로 높이 솟구친, 남북으로 길게 뻗은 언덕 경사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경사면 일대에서는 북쪽에서 ...  
273 산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freeism 5525   2011-05-28 2011-05-28 22:50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지은이 : 신영복 출판사 : 돌베개 (1998/08/01) 읽은날 : 2011/05/28 “나는 나의 내부에 한 그루 나무를 키우려 합니다. 숲이 아님은 물론이고, 정정한 상록수가 못됨도 사실입니다. 비옥한 토양도 못되고...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