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Deep: Freediving, Renegade Science, and What the Ocean Tells Us About Ourselves)

지은이 : 제임스 네스터(James Nestor)

옮긴이 : 김학영

출판사 : 글항아리(2019/08/05)
읽은날 : 2019/09/14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Deep: Freediving, Renegade Science, and What the Ocean Tells Us About Ourselves)

  지난 5월, 처음으로 프리다이빙 강습을 신청하고 5m 풀장으로 향했다. 예전에 무거운 산소통을 메고 잠수하는 스쿠버다이빙을 약간 배워봤지만 수압을 견디게 하는 이퀄라이징(압력평형기술)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인지 수영을 통해 물과 바다에 친해진 다음에도 물 속 세계는 여전히 도달하기 힘든 넘사벽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구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를 그대로 내버려 두기에는 잠수에 대한 열망이 컸다. 바다에서 수영을 할 때에도, 동남아에서 호핑투어를 나갔을 때에도 바다 속 세계를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이렇게 신청한 프리다이빙 강습이었지만 이퀄라이징에 대한 불안한 경험처럼 귀가 잘 뚫리지가 않았다. 남들은 몇 번의 시도 만에 도달하는 5m 바닥도 강습 첫날에는 닿지 못하고 두 번째 강습 때에 가서야 겨우 만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퀄라이징에 대한 자신이 없으니 귀는 여전히 먹먹하고 아프기만 했다. 계속 연습하면 좋아질 거라고 강사님도 이야기 했지만, 얼마나 걸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두세 번의 다이빙으로 프리다이빙 라이센스를 취득하기도 하지만 몇 달, 아니 해를 넘기기도 한다는 말에 자신감을 갖고, "까짓것, 언젠가는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차에서도, 직장에서도 압력평형 기술(프렌젤)을 연습하고 익혔다. 특히 유투브의 설명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모호하던 프렌젤이 몸에 익어가고, 5m 수심의 풀장도 비좁게 생각될 무렵 바다에서 해양실습을 진행했다. 높은 파도와 2~4m 전후의 짧은 시야는 검푸른 바다 속을 더욱 두렵게 했다. 라이센스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10m 이상을 내려가야 하지만 7m를 넘어가니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이퀄라이징은 잘 되지 않았고, 꽉 조인 슈트는 더욱 갑갑해졌다. 바다 속 부유물은 세포 속 박테리아처럼 징그럽게 다가왔다. 함께한 교육생들은 덕다이빙으로 10m를 잠수하고, 레스큐(구조)를 멋지게 성공시켰지만 나는 아직 10m도 내려가보지 못했다. 과연 올해 안에 10m를 내려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강사는 바다에 다섯 번을 도전해 성공한 사람도 있다고 안심을 줬지만, 진행 속도가 너무 더뎠다.

  하지만 계속되는 실습을 통해 귀는 압력변화에 적응하고 있었고, 몸은 점점 수심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갑갑하던 마음도 조금씩 바다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결국 두 번째 해양실습에서 10m를 내려갈 수 있었고 한결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경남 욕지도에서 진행한 실습에서는 13m, 20m를 내려갔고, 레스큐도 통과해 5개월 만에 프리다이버(SSI Level1)가 되었다.


  프리다이빙을 시작한 나를 지켜보던 아내가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추천한 책이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다. 왠지 이 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바다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더 깊이 잠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선한 가을,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제이스 네스터(저자)의 책을 펼친다. 프리다이빙을 시작한다.

  우연한 기회에 프리다이빙 대회를 취재하게 된 것을 계기로 바다와 프리다이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프리다이빙의 의미와 방법, 경기종목과 훈련방법, 그리고 수심에 따른 수압과 우리 몸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이를 극복해가는 프리다이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바다 속에서의 생활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과학자를 만나 수압의 힘을 알게되고, 상어를 연구하는 생물학자와 함께 바닷 속 생명체의 존재와 이들의 생활방식을 듣는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잠수의 역사와 함께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해녀를 찾아 나서고, 상어와 함께 수영하며 이들이 해변에 출몰하는 원인을 찾아나선다. 고래의 의사소통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향유고래를 기다리고, 잠수정을 타고 에베레스트 산과 맞먹는 높이의 해구 속으로 들어가 생명의 기원을 찾아본다.


  최근 프리다이빙이 텔레비전 속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다, 긴 핀을 차고 바닷속을 누비며 열대어와 인생 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책에서는 그런 화려함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다를 이야기하며 정복하고 지배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할 우리의 일부라고 설명한다. 

  또한 무모한 깊이 경쟁으로 다이빙의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는 프리다이빙 경기도 질책한다. 바다와 친밀한 관계를 갖기 위한 다이빙이 아니라 이기심과 경쟁만 남은 무모한 숫자 경쟁을 되돌아보게 된다. 철저한 준비와 자기 수련이 없으면 피를 토하거나 기절하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는 다이빙의 현실을 말하기도 한다. 

  책은 프리다이빙을 넘어 바다와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호흡이 필요하다. 욕심을 부려서도 안되고, 자만해서도 안된다. 자신을 비우고 물결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겨야 한다. 자신을 내려놓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프리다이빙은 "바다와 가장 직접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나는 다시 바다로 간다.

희미해지는 라인을 향해 핀을 찬다.

바다를 채운 부유물이 마스크를 스쳐간다.

우주 속, 별들 사이를 고요히 유영한다.

나는 프리다이버다.

분류 :
산문
조회 수 :
42
등록일 :
2019.09.14
20:18:45 (*.52.194.13)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73957&act=trackback&key=e35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7395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 산문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Deep: Freediving, Renegade Science, and What the Ocean Tells Us About Ourselve... freeism 42   2019-09-14 2019-10-17 22:48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Deep: Freediving, Renegade Science, and What the Ocean Tells Us About Ourselves) 지은이 : 제임스 네스터(James Nestor) 옮긴이 : 김학영 출판사 : 글항아리(2019/08/05) 읽은날 : 2019/09/14 지...  
378 산문 여행의 이유 - 김영하 freeism 111   2019-06-11 2019-06-11 22:40
여행의 이유 지은이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2019/04/17) 읽은날 : 2019/06/08 모처럼 방문한 처남에게 집 안을 전쟁터처럼 만들어버리는 세 아들을 보내버리고 안방 침대에 누워 느긋하게 책을 펼쳤다. 그때 아내의 텔레비젼...  
377 한국 아몬드 - 손원평 freeism 107   2019-01-22 2019-02-04 00:08
아몬드 지은이 : 손원평 출판사 : 창비(2017/03/31) 읽은날 : 2019/02/21 "알렉시티미아, 즉 감정 표현 불능증은 1970년대 처음 보고된 정서적 장애이다. 아동기에 정서 발달 단계를 잘 거치지 못하거나 트라우마를 겪은 경우, 혹...  
376 외국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A Grotesque Romance) -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freeism 122   2019-01-19 2019-10-17 22:48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A Grotesque Romance) 지은이 :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옮긴이 : 김석희 출판사 : 열린책들(2011/10/10) 읽은날 : 2019/01/08 누구나 한번쯤은 투명인간이 되면 어떨까라는 ...  
375 외국 로빈슨 크루소(The Life and Strange Surpris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 - 다니엘 디포(Da... freeism 126   2018-12-14 2019-10-17 22:49
로빈슨 크루소(The Life and Strange Surpris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 지은이 : 다니엘 디포(Daniel Defoe) 옮긴이 : 류경희 출판사 : 열린책들(2011/03/20, 초판 : 1719) 읽은날 : 2018/12/05 로빈슨 ...  
374 한국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freeism 161   2018-08-26 2018-08-30 16:59
82년생 김지영 지은이 : 조남주 출판사 : 민음사(2018/10/14) 읽은날 : 2018/08/26 “아이가 있는 여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사실 출산과 육아의 주체가 아닌 남자들은 나 같은 특별한 경험이나 계기가 없는...  
373 산문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하완 freeism 232   2018-08-16 2018-08-16 16:43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지은이 : 하완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2018/04/23) 읽은날 : 2018/08/15 제목에 딱 들어맞는 재미나고 독특한 일러스트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노란 방바닥에 팬티만 입고 기분 좋은 표...  
372 산문 책은 도끼다 - 김웅현 freeism 156   2018-08-09 2018-08-09 13:38
책은 도끼다 지은이 : 박웅현 출판사 : 북하우스(2011/10/10) 읽은날 : 2018/08/09 책을 한동안 손에서 놓은 뒤에 대시 책을 잡으려할 때 이런 책이 제격이다. 어렵지도 않고,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  
371 한국 오직 두 사람 - 김영하 freeism 155   2018-08-04 2018-08-05 10:17
오직 두 사람 지은이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2017/05/25) 읽은날 : 2018/08/04 거의 백만 년 만에 읽은 책이다. 이런 저런 핑계와 게으름으로 한번 멀어져버린 책은 쉽게 가까워지지 않았다. 마음 속 한구석에는 책을 읽어...  
370 인문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 이형주 freeism 328   2017-02-27 2018-08-04 23:14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지은이 : 이형주 출판사 : 책공장더불어(2016/11/30) 읽은날 : 2017/02/20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 섞여 나온 커피를 갈아 마시는 루왁 커피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야생 사향고양이 배...  
369 산문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 - 박경석 freeism 287   2017-01-31 2017-01-31 23:23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 지은이 : 박경석 출판사 : 책으로여는세상(2013/10/29) 읽은날 : 2017/01/30 학교에서 청소년적십자(RCY) 활동을 지도하면서 매월 나가는 곳이 있다. 반여동(부산)에 위치한 사랑샘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  
368 한국 뜨거운 피 - 김언수 freeism 346   2016-10-27 2016-10-27 22:54
뜨거운 피 지은이 : 김언수 출판사 : 문학동네(2016/08/20) 읽은날 : 2016/10/23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부산 송도해수욕장을 자주 갔었다. 같은 부산이라지만 우리 집과는 정 반대 방향인 남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어 대...  
367 외국 해부학자(El anstomistra) - 페데리코 안다아시(Federico Andahazi) freeism 367   2016-10-13 2016-10-23 01:38
해부학자(El anstomistra) 지은이 : 페데리코 안다아시(Federico Andahazi) 옮긴이 : 조구호 출판사 : 문학동네(2011/02/25, 초판:1997) 읽은날 : 2016/10/13 현대소설보다는 고전 중심으로 책을 보려고 노력 중이다. 요즘 책들...  
366 외국 페스트(La Peste)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freeism 487   2016-09-05 2016-09-06 20:15
페스트(La Peste) 지은이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옮긴이 : 유호식 출판사 : 문학동네(2015/12/26, 초판:1947) 읽은날 : 2016/09/04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 뜨거웠던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선 굵은 땀방울이...  
365 한국 채식주의자 - 한강 freeism 988   2016-07-07 2016-07-07 23:57
채식주의자 지은이 : 한강 출판사 : 문학동네(2007/10/30) 읽은날 : 2016/06/29 2016년 6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콩쿠르상과 더불어 세계3대 문학상이라는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방송에서는...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