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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백수생활백서


지은이 : 박주영
출판사 : 민음사 (2006/06/19)
읽은날 : 2006/08/15


백수생활백서 바람한점 불지 않는 찜통더위, 벌거벗은 체 선풍기와 뒹굴어보지만 흐르는 땀방울은 주체할 수가 없다. 더위 먹은 잠은 오래전에 달아나버렸고, 힘겹게 누른 리모컨은 몇 번째인지도 모를 영화를 반복시킨다...
째깍거리는 시계소리와 가슴 밑바닥의 한숨소리만 가득한 ‘백수’같은 오후!
궁리 끝에 얼마 전에 구입해 놓은 책을 꺼내든다. 시원한 냉수로 목을 축인 다음 저단으로 회전하는 선풍기바람에 맞춰 책장을 넘긴다. 윙윙거리는 고물선풍기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살랑살랑 넘어가는 책장에 한여름은 잊혀져간다.


<백수생활백서>, 이 책은 부산 Y서점에서 독서토론회를 한다기에 구입한 책이다. 몇 번을 참석해 본 토론회도 이유였지만 특이한 삽화와 책 제목이 내 흥미를 잡아끌었다.
“백수생활백서? 이거 심심풀이 삼류소설 아냐? 오, 어라! 근데 ‘오늘의 작가상’까지 받았잖아!”
아무튼 책 읽는 동안만큼은 돈도 명예도, 물론 이 찌는 듯한 더위까지도 다 잊어버렸으면 하는 백수의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


책과 함께하는 빈둥거림이랄까...
주인공, 서연은 특정한 일없이 책에 파묻혀 사는 노처녀로 ‘백수생활’ 중에 읽은 책들과, 그 주변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의 내 삶은 지극히 단출하다. 책을 읽고 가끔씩 일하고 또 가끔씩 친구들을 만나고 그게 전부다. 오래전부터 이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살고 있다. 살갗처럼 익숙해진 것은 아니지만, 문신처럼 지우기 어려운. 나는 매일 밤늦게까지 책을 읽고 가끔 나가서 육체노동에 가까운 일로 삶을 지탱할 푼돈을 벌고 세월을 서성거린다. 바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한가하지도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미래는 10년 후, 20년 후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 미래도 그럴 것이다.”
(본문 149쪽)


또한 이 책에는 다른 소설들이 여럿 소개되는데 이미 읽었거나 한번쯤은 책방에서 마주친 근작들이기에 어린시절의 친구들처럼 반갑기만 하다. 거기다 여러 책에서 발취한 내용들도 자주 인용한다. 페이지만 잡아먹는 단순한 나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한 부분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전체 이야기의 동기를 제공한다.
마치 작가의 책 읽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본 것 같다. 내 옆에서 읽고 메모하는듯한 모습에서 여기 인용된 책을 모두 읽고 싶은 욕심마저 생긴다.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와 그의 소설, <상실의 시대>가 많이 생각난다. 냉소적이고 허무한 도시적인 느낌, 번잡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아무것도 잡히는 것 없는 허전함에서 하루키가 느껴진다고 할까...


나는 <백수생활백서>를 통해 소설이라는 허구 속에 점점 용해되어 가는듯했다. 책을 덮으면 그만인 가상의 세계이 아니라 내가 숨쉬고 살아가는 공간, 책 바깥의 현실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한없이 읽고 싶은, 원 없이 책만 읽고 싶었던 동경이 반영된 걸까?
암튼 난 이미 즐거운 ‘백수생활’의 알찬 주인공이 되었다.

분류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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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3
등록일 :
201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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